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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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저승 사자에게 진 빚을 갚다

기사입력 2008.07.24 12:28 / 기사수정 2008.07.24 12:28

김도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삼성에 있어 기아의 이범석은 저승사자와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을 지옥의 문턱까지 이끌었던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날 삼성의 선수들은 지옥을 보았을 것이고 그리로 인도했던 이범석은 흡사 저승사자였다고 표현해도 틀리지는 않으리라.

지난 7월 4일 대구. 삼성이 기아에게 11대 0이라는 큰 점수 차로 패할 때였다. 이미 SK에게 사상 최다 완봉패(6월 1일)를 당한 경험도 있고 LG에게 시즌 최다득점과 최다점수 차(6월 26일)로 졌던 기억도 있는지라 11대 0이라는 점수가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을 치욕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9회말 투아웃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웃 카운트하나만 더 잡히면 삼성은 82년 프로야구가 시작된 이래 11번째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비록 신이 누구의 편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나 최소한 삼성을 외면하지는 않았다. 9회말 투아웃에서 나온 박석민의 내야 땅볼이 아슬아슬하게 안타로 처리된 것이다. 그 안타 하나로 노히트 노런의 치욕은 피할 수 있었지만 그날 9회말 투아웃까지 피를 말리는 긴장 속에서 경기에 임했을 선수들로서는 종료가 다가오고 아웃카운트가 늘어날 때마다 점점 다가오는 지옥의 유황불을 경험했을 것이다. 삼성으로서는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아니 잊지 말고 가슴에 새겨야 할 기억이었다. 그래야만 훗날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삼성이 그날의 그 저승사자와 이번에는 광주에서 다시 만났다. 정녕 이범석이 저승사자가 맞다면 삼성은 5위 탈환은커녕 1.5 게임차로 더 벌어진 채 주저앉고 말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기아를 밀어내고 다시 5위 자리로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껄끄러운 상대였지만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상대였으니 삼성으로서는 피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전날 에이스끼리의 맞대결에서는 싱겁게 승부가 갈렸었다. 기아의 윤석민은 자기 몫을 해주었지만 삼성 배영수는 이름값을 해내지 못한 탓이었다. 더구나 배영수는 고작 2이닝을 던지면서 안타 4개와 볼넷 4개로 6실점하며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기아의 집중력도 대단했지만 배영수의 부진이 결국 팀을 6위로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면 윤석민은 7이닝 동안 5안타 1실점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 기아의 이범석과 삼성 이상목이 맞붙었던 이번에는 이범석이 먼저 무너졌다. 전날의 배영수처럼 고작 1과 3분2이닝을 던지면서 안타 5개와 볼넷 2개 그리고 보크까지 하나를 기록하며 6실점 했다. 배영수가 자멸했듯이 이범석도 그렇게 스스로 무너진 것이다.

그래서 공은 둥글다고 하는 것인가. 이범석으로서는 지난날에 못 받은 빚을 기필코 노히트 노런으로 받아내고 싶었을 테고 삼성 선수들로서는 지난날의 치욕을 반드시 되갚아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방패보다 창이 더 예리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로써 삼성은 다시 기아를 밀어내고 5위로 올라섰다. 4위 롯데와도 반 경기차로 다가섰다. 사자와 호랑이의 싸움에 거인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이로써 계산이 더 복잡해 졌다. 롯데가 이기면 롯데는 여전히 반 게임차 4위를 지키게 될 것이고 롯데가 지고 삼성이 이기면 삼성이 4위로 올라서는 반면 롯데는 5위로 쳐지게 된다. 롯데가 지고 기아가 이기면 기아-롯데-삼성의 순이 된다.

오늘 밤에는 과연 누구의 포효가 가장 크게 울리게 될까? 롯데는 3연패에서 벗어나 4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삼성은 5위를 지키는데 만족하지 않고 4위 자리로까지 달려갈 수 있을까? 기아는 삼성을 넘어 롯데까지 위협할 수 있을까? 광주와 더불어 인천경기까지도 관심이 집중되어야 하는 이유다.

[사진=우동균 (삼성 라이온스 제공)]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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