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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in 칸:다이어리] "죽는 날까지 열심히"…칸이 되새겨 준 변희봉의 열정

기사입력 2017.05.21 06:30 / 기사수정 2017.05.21 06:23


[엑스포츠뉴스 칸(프랑스), 김유진 기자] 무려 50년 간 배우라는 삶을 살아온 변희봉이 연기 인생 처음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스스로도 "벼락 맞은 사람", "70도 기운 고목나무에 꽃이 핀 기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지금 이 순간 칸의 공기를 마음껏 만끽하고 있는 그다.

영화가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으면서 변희봉과 아역 안서현이 한국 배우 대표로 봉준호 감독,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등 동료 배우들과 함께 칸 레드카펫에 올랐다.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처음 밟게 된 변희봉은 말끔하게 차려입은 수트 차림으로 시선을 모았다. 봉준호 감독이 이를 보고 "선생님이 포토콜 때 멋진 양복을 입고 나오신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킹스맨' 콜린 퍼스의 상사 같다고 했었다"는 반응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20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칼튼호텔에서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 기자간담회에서는 변희봉의 소감과 그를 바라보는 봉준호 감독의 이야기까지 모든 이야기들이 흥미를 돋웠다.

마이크를 든 변희봉은 "저는 이런 인터뷰 기회가 별로 없었던 사람입니다. 오늘은 왠지 가슴이 떨리고 불안합니다"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칸에 오게 된 것은 배우의 로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영광이에요. 저는 배우 생활을 오래 했습니다만 칸에 온다는 생각은 꿈에도 가져보거나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꼭 벼락 맞은 사람 같아요"라고 솔직한 심경을 전해 유쾌함을 안겼다.

1966년 MBC 2기 공채 성우로 데뷔한 후 꼬박 50년이 넘는 시간을 연기 한 길만 걸어왔다. 그 긴 시간 속에서 변희봉에게 '처음'이라는 새로움을 안겨준 곳이 바로 이 곳, 프랑스 칸이었다.

변희봉은 "마치 뭐라 그럴까요. 한 70도 기운 고목나무에 꽃이 핀 기분입니다. 정말 넷플릭스를 비롯해서 플랜B(제작사), 봉준호 감독에게 고맙다는 말을 다시 한 번 하고 싶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여기서 그에게 익숙하지 않은 단어 넷플릭스를 헷갈려 '넷플락스'라고 얘기하는 등 소탈한 모습으로 현장에 웃음꽃을 피웠다.


'플란다스의 개'(2000)를 비롯해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그리고 '옥자'까지 무려 네 편의 영화를 봉준호 감독과 함께 하며 단단하게 쌓인 신뢰는 거침없는 너스레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변희봉은 "봉준호 감독과 네 번째 작품을 했다"면서 "(봉준호 감독이 왜 저를 캐스팅하는지는) 봉 감독 (마음) 속에 안 들어갔으니까 알 길은 없다"고 웃으며, '옥자'에서 주인공 미자(안서현 분)의 할아버지 희봉 역으로 따뜻한 모습을 보여준 부분에 대해 "저는 원래 시골 사람이고, 돼지를 키워봤거든요. 그래서 아마 (캐스팅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라고 말해 봉준호 감독은 물론, 현장에 자리한 이들을 파안대소하게 했다.

미자의 할아버지 역할을 위해 실제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녹화해 전부 살펴봤다는 변희봉은 "봉 감독의 손 안에서 이만큼도 벗어나지 않고 연기를 했습니다. 배우에게는 그게 중요해요. 감독 눈에 들었던 겁니다"라고 말했다. 또 앞서 봉준호 감독이 말했던 양복 자태를 다시 언급하며 "봉 감독이 뭐라는 줄 아세요? 제가 이 옷(양복)을 입고 나오니까 아시아의 첩보원 같다고 했어요. 기대하십시오. 다음엔 분명히 첩보원 영화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센스 있는 말을 덧붙여 훈훈함을 전했다.

칸에 머물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변희봉에게는 '소원을 이룬 듯한, 만감이 교차한 순간'들이었다.

레드카펫 당시를 회상하며 "레드카펫이 그렇게 긴지 몰랐어요. 금방 눈앞에 있는데, 좀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라고 긴장됐던 마음을 전하면서 자신을 일깨워 준 순간의 기억을 떠올린 변희봉은 "가장 제 머릿속에 남는 것은 이제 (배우 생활의 다 저물었는데 뭔가 미래의 문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생겼습니다. 힘과 용기가 생기는 듯 했어요. 이 다음에 무엇을 할런지, 두고 봅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열정을 내보였다. "열심히 할랍니다, 죽는 날까지"라고 힘차게 외친 변희봉의 에너지가 기자간담회장을 가득 밝혔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넷플릭스, AFPBB/NEWS1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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