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7.15 08:55 / 기사수정 2008.07.15 08:55
국가대표 또한 마찬가지이다. 물론, 그간 나라와 대표팀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올해 보이고 있는 성적을 근간으로 선출하는 것이 옳다.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 수 있다는 것은 개인과 가문의 영광이자, 나라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흔히 찾아 오지 않는 기회이다. 그렇기에 올해, 지금 현재 최고의 성적을 보이고 있는 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자 보상이다. 그런 이유로 서로 태극 마크를 달기 위해 부푼 꿈을 안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어제(7월 14일)에 야구 올림픽 대표팀 최종명단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이 대표팀 명단을 두고 말들이 많다. 국내 8개 팀의 각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다. 제 자식처럼 여기는 선수가 대표팀에 포함이 안되었으니 항상 대표팀이 발표될 때쯤이면 일어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번엔 다른 때와 다르다.
그 키워드가 '김태균', '손민한'이다.
김태균은 현재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최강의 타자로 군림하고 있다. 홈런 25개로 1위, 타점 73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타율도 0.323(7위)으로 정확성까지 겸비하고 있다. 그 외 장타율(0.672)과 OPS[출루율+장타율](1.097) 부문에서도 독보적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그런 그가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동갑내기 경쟁자 이대호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호의 성적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거리게 한다. 특히, 최근성적을 보면 더 그렇다. 이대호는 홈런 11개와 타점 58점으로 김태균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6월부터 슬럼프에 빠져 좀처럼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나오지 않던 체중 얘기 까지 다시 항간에 나올 정도다. 6월 타율이 0.250이고 7월 타율은 0.154에 불과하다. 6월 22일 LG와의 잠실경기에서 홈런을 기록한 후, 아직 개점휴업 상태며 최근 3경기 동안 무안타를 기록하며 팀에게 3연패를 안겼다.
김경문 감독은 유일한 해외파 이승엽이 합류함에 따라 4번 타자 자리가 포화상태이고, 1루와 3루까지 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대호를 뽑았다고 해명했다. 또한, 지난 1,2차 예선에서 활약했던 점을 높이 샀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다. 이번 대표팀 명단 발표에서 그간 정상이 아닌 몸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쳐온 김태균의 소속팀인 한화 팬들과 한국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야구팬들을 납득시키질 못했다. 지금 현재 리그를 제패하고 있는 선수를 물 리치고 과거의 성적과 공헌도를 우선시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전국구에이스'라고 불리는 손민한 또한 이번 논란의 핵심 중 하나다. 손민한은 보통의 에이스를 넘어선 에이스다. 괜히 앞에 '전국구'라는 말이 따라붙는 것이 아니다. 올 시즌 17번 선발중 15번이다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할 정도로 승리의 보증수표로서의 역할을 다했고, 그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인 기복 없는 고른 활약을 통해 롯데의 4강을 이끌고 있다. 8승 3패 2.5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어 지금 성적과 그간 대표팀에서의 업적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으리라 모두 예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물건너갔다. 그 대신 뽑힌 선수는 같은 소속팀 롯데의 송승준이다. 송승준 또한 올 시즌 지난해와는 다른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9승 5패 평균자책점 4.07이라는 성적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롤러코스터 식의 기복 있는 피칭으로 소속팀 롯데 팬들마저 그가 등판하는 것이 불안할 정도이다. 책임져 주는 경기는 확실히 책임져 주지만, 난타당하는 경기는 사정없이 난타당하니 말이다. 최근 행보만 봐도 그렇다. 6월부터 현재까지 6번의 선발중에 1실점-4실점-1실점-6실점-2실점-5실점으로 들쭉날쭉한 피칭을 선보였다.
송승준은 해외파로서의 해외경험을 높이 살만 하지만, 이미 대표팀에는 탈삼진과 최다이닝에서 1위를 보이고 있고, 요새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봉중근이 있다. 지금 대표팀에는 박찬호도 없고 구대성도 없다. 투수중 가장 나이 많은 선수가 정대현이다. 대표팀 투수진에 있어서 팀의 구심점을 이룰 맏형이 필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기복 있는 에이스 송승준보다는 안정적이고 노련한 손민한이 뽑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김경문 감독의 소속팀인 애제자들은 두산의 임태훈, 고영민, 김현수가 뽑힌 것에는 그 누구도 반문을 하지 않는다. 현재 8개 구단 불펜에서 가장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선수가 임태훈이고 2루수 부문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고영민이다. 그리고 신고선수 신분에서 최고의 리딩히터로 거듭난 김현수 또한 마찬가지다. 대표팀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성적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리그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김태균과 손민한을 제치고 승선한 이대호와 송승준의 공통의 키워드는 바로 '군미필'이다. 유능한 선수에게 '군면제'라는 확실한 당근을 선사하여 그 선수들로 하여금 나라를 위해 더욱 헌신하게 하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 메달 획득을 통해 중국 현지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열렬히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것이다. 메달획득은 쉽지 않다. 그렇기 위해서는 최고의 성적을 보이고 있는 최고의 대표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을 꾸려야만 한다. 태극 마크는 최고의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사진=(C) 김태균 (한화 이글스 제공), 손민한 (롯데 자이언츠 제공)]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