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넥센 히어로즈가 새로운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29)을, SK 와이번스가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32)을 영입했다. 투타 각 시즌 1호 교체 선수다.
넥센은 지난 3일 투수 션 오설리반을 웨이버 공시했다. 시즌 1호 외국인선수 퇴출. 이어 SK도 6일 대니 워스의 방출을 알렸다. 그리고 넥센이 4일, SK가 7일 새로운 외국인 선수 브리검, 로맥의 영입을 발표했다. 나란히 총액 45만 달러(약 5억원)에 계약한 두 선수는 지난 7일 한국으로 들어왔고 선수단 합류를 앞두고 있다.
▲오설리반과 워스의 단 3경기, 그마저도…
시즌 전 넥센은 오설리반과 총액 110만 달러(약 13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넥센의 외국인선수 계약 사상 최고 대우였다. 그만큼 오설리반에 대한 기대가 컸고, 앤디 밴헤켄과 강력한 원투펀치를 이뤄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오설리반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오설리반은 첫 등판이었던 4월 1일 LG전에서 5이닝 7피안타(2홈런) 2사사구 4탈삼진 7실점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이후 6일 휴식 후 나선 4월 8일 두산전에서는 2이닝 7피안타 1볼넷 2탈삼진 6실점이라는 처참한 기록을 작성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궁여지책으로 오설리반의 보직을 계투로 전환시켰다. 최고 대우의 외인에게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자리였다. 하지만 오설리반은 구원으로 나섰던 4월 14일 KIA전에서도 1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안정감을 찾지 못했고, 결국 1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워스도 70만 달러(약 8억원)의 적지않은 몸값으로 SK와 계약을 체결했다. 워스의 공백을 대신해 주전 유격수로 나서고 있는 박승욱 연봉(3500만원)의 약 2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9일 경기 전까지 LG 히메네스가 37안타(5홈런), 두산 에반스가 34안타(6홈런), NC 스크럭스가 31안타(10홈런)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워스가 KBO리그에서 기록한 안타는 단 1개에 불과했다.
안타 하나에 8억원을 허비했다면 비약일까. 개막 시리즈였던 4월 1일과 2일 이틀 동안 7타수 1안타에 그친 워스는 4월 4일 KIA전에서 2타수 2볼넷에 삼진과 병살타 한 개씩을 기록했다. 3경기에서 모두 지명타자로 나서면서 계약의 배경이 됐던 안정적인 수비조차 단 한번을 볼 수 없었다.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훈련에 어려움을 겪었던 워스는 계속되는 통증으로 1군 무대에 얼굴을 제대로 비치지도 못한 채 7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재활을 진행했다. 그러나 재활 과정에서도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SK는 결국 방출 수순을 밟았다.
▲'중위권' 넥센과 SK의 발빠른 교체
외국인 선수들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넥센과 SK는 나름대로 개막 후 한 달을 잘 버텨냈다. 현재 SK가 16승15패로 4위, 넥센이 15승16패로 5위에 자리해있다. 오설리반과 워스의 부진으로 인한 마음고생을 되짚어본다면 다소 늦은 시점 외국인선수 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제 갓 시즌의 5분의1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외국인선수를 교체한 것은 분명 빠른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워스의 방출이 확정되지 않았던 시기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외국인선수 교체에 대해 "내 연봉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도 있는 부분"이라며 교체 카드를 쉽사리 꺼내기 힘든 점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다. 넥센 장정석 감독 역시 브리검의 합류가 결정된 후 "과감하게 대체 선수를 영입해준 구단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한테도 큰 결정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에서의 (쓰라린) 아시아 야구 경험
브리검과 로맥 사이에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지난해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뛰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일본에서 큰 활약을 한 것은 아니었다. 브리검은 라쿠텐 이글스 11경기(선발 4경기) 등판해 34⅓이닝을 던져 승리 없이 3패, 5.2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로맥 역시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시절 30경기에 나와 71타수 8안타 12볼넷 2타점 7득점 1할1푼3리의 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비록 풀시즌을 소화한 것도, 반짝이나마 위력적인 모습을 보인 것도 아니지만 아시아 야구에 대한 경험 유무는 KBO리그에서의 적응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일본에서의 실패가 아시아 야구에 대한 실패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한다면 그 실패를 발판 삼아 한국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기대해 볼 수 있다.
▲새 얼굴의 합류, 도약의 기폭제 될까
사인을 마쳤으니 이제 추측과 가늠은 뒤로한 채 진짜 실력을 평가해야 할 시간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새로운 외국인 선수의 합류는 넥센과 SK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넥센은 오설리반 없이도 밴헤켄을 비롯해 강력한 토종 선발을 앞세워 이미 탄탄한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고 있는 상태다. 장정석 감독은 브리검이 제 역할을 다 해줄 경우 현재 선발진에 포함되어 있는 토종 선발 중 한 명을 중간으로 보내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넥센으로선 '행복한 고민'인 셈이다. 6선발은 장 감독의 고려사항에 없고, 선발들에게 더 긴 휴식을 부여하는 방식도 생각하고 있다.
SK 역시 이미 막강한 타선에 로맥이라는 거포 한 명을 더 추가하며 더 무시무시한 라인업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 힐만 감독이 로맥을 어떤 포지션에 어떤 식으로 기용할 것인 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외국인타자의 존재가 더하기 혹은 곱하기가 될 지 언정 마이너스가 될 리는 없어 보인다. 또한 고른 출전과 휴식을 통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하는 힐만 감독의 스타일상으로도 로맥의 합류는 SK의 숨통을 트이게 한다.
물론 모든 계산은 물음표가 느낌표가 됐을 때 들어맞는 법이다. 짧은 인고의 열매는 달까. 아직 시즌 초반, 여전히 순위표가 혼전인 가운데 중위권에 머물러있는 넥센, SK는 새로운 외국인 선수의 합류로 더 치고 나갈 수 있는 터닝포인트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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