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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가 결산] ④ 하위권

기사입력 2007.06.23 02:19 / 기사수정 2007.06.23 02:19

김명석 기자

[엑스포츠뉴스 = 김명석 기자] 힘나스틱만이 일찌감치 강등이 확정된 가운데, 1부리그에 잔류할 수 잇는 2개의 자리를 놓고 네 팀이 최종전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결국 대역전극은 없었고, 베티스와 애슬레틱 빌바오가 잔류에 성공했다.

반면 마지막 경기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던 셀타 비고와 레알 소시에다드, 그리고 이미 강등이 확정됐던 힘나스틱은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2부리그로 강등되고 말았다. 다음 시즌에는 알메리아, 레알 무르시아, 바야돌리드가 강등된 세팀의 빈자리를 메운다.

16위 베티스 - 중상위권에서 치열한 강등경쟁권으로

탄탄한 중상위권 클럽이었던 베티스는 2년 전인 2004/2005시즌, 리그 4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듬해 14위로 떨어지더니, 올 시즌엔 시즌 막판 강등 걱정을 해야 하는 강등권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베티스는 올 시즌 가장 무승부 경기가 많았다. 3경기 연속 0-0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16번이나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무승부가 많다는 점은 그만큼 공격진의 한 골이 아쉬웠다는 얘기다. 올 시즌 베티스는 경기당 0점대 득점률을 보였다. 로베르트가 9골로 팀내 득점 선두다. 많은 기대를 하며 영입한 하파엘 소비스는 4골을 기록했을 뿐이다. 올리베이라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반면 승리한 경기는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은 8경기였다. 마지막 최종전에서 거둔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기에 가까스로 잔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8승을 거둔 베티스는 1부리그에 살아 남았고 10승을 거둔 셀타 비고는 2부리그로 강등됐다. 베티스로서는 부끄러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팀 내부적으로도 변화가 심했던 시즌이었다. 이루레타 감독이 새로 부임한 이후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됐고, 그 뒤를 이은 루이스 페르난데스 감독마저 마지막 1경기를 앞두고 경질됐다. 두 감독 모두 클럽과 팬이 원하는 축구를 선보이지 못했고, 베티스를 강등당할 위기로 몰아넣고 말았다. 어수선한 분위기속에서 얻어낸 1부리그 잔류는 베티스에게는 기적이나 다름없다.

베티스는 2006/2007시즌에 앞서 하파엘 소비스, 요한 보겔, 오돈코르 등을 영입했다. 하지만, 그들은 만족할 만한 플레이를 선보이지 못했고, 베티스는 또 다시 추락하고 말았다. 다음 시즌에도 찾아올 강등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전력 보강이 시급한 상황이다.

17위 빌바오 - 영광의 역사, 겨우 이어가다

애슬레틱 빌바오는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더불어 프리메라리가가 시작된 이래 단 한 번도 2부리그로 강등된 적이 없는 팀으로도 유명하다. 그 전통의 역사는 올 시즌에도 가까스로 이어갈 수 있었다.

올 시즌 빌바오는 발렌시아, 레크레아티보, 헤타페 등 강팀들의 발목을 여러 번 잡았다. 반대로 베티스나 셀타 등 하위권 팀들에게는 되려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하위권 팀들에게 많은 승점을 얻어내지 못한 것이 강등권에서 허덕여야 했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다만, 38경기에서 44득점을 올리며 강등권 팀들 중 가장 나은 공격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61실점을 허용하며 2번째로 많은 실점을 당하기도 했다. 한 경기에서 3골 이상 허용한 경기는 무려 12번이나 된다. 수비진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는 얘기다. 특히 4골이나 넣고도 패배한 라싱 산탄데르와의 경기는 약한 수비라인을 바로 보여주는 경기였다.

빌바오는 용병도 영입하지 않고, 바스크 출신의 스페인 선수만 영입하는 클럽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한 자신들만의 독특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빌바오는 줄곧 중상위권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다른 클럽들이 수준 높은 선수들을 영입하는 등 전력 강화에 힘쓰는 사이, 빌바오는 전력을 강화시키는데  그만큼 더딜 수밖에 없었다. 바스크 출신들만 영입해 조직력을 극대화하겠다던 빌바오만의 전략이 한계에 도달한 것은 아닌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18위 셀타 비고 - '유럽대회진출 = 강등' 이어진 징크스

지난 2002/2003시즌, 셀타 비고는 4위에 오르며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했던 그 해, 2부리그로 강등됐다. 다시 1부리그로 승격한 셀타 비고는 지난 2005/2006시즌에는 6위에 오르며 UEFA컵 진출권을 따냈고, UEFA컵에 참가한 올해에 또 다시 2부리그로 강등됐다.

묘한 징크스다. 유럽대회에 참가한 시즌에는 강등의 늪에 빠져 버렸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고, 셀타 비고는 최종전에서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승점 1점차로 밀려 2부리그로 다시 강등되고 말았다. 마지막 3경기에서 3연승을 달리고도 앞선 경기들에서 빼앗긴 승점을 메우지는 못했다.

셀타 비고는 올 시즌 유난히 연패가 많았다. 2연패와 3연패, 4연패, 심지어 5연패까지 경험했다. 연패로만 당한 패배가 14패나 된다. 올 시즌 당한 19패 중 대부분을 연패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해 당한 셈이다.

더 아쉬운 점은 당한 연패에 비해 연승 기록은 단 한 번, 2연승이 전부라는 것이다. 한 경기 승리하고 나면 다시 승리의 상승세는 한풀 꺾이고 말았고, 그게 바로 연패로 이어졌다. 게다가 승점 1점이라도 챙길 수 있었던 무승부가 9번밖에 없었다. 승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무승부로 승점을 챙겨간 베티스가 얄밉기만 할 뿐이다.

어쨌든 셀타 비고는 또 다시 2부리그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셀타 비고는 곧 다시 올라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 비야레알에게 붙여진 '노란 잠수함'이라는 별명처럼 셀타 비고에도 '하늘색 잠수함'이라는 별명을 붙여줘야 하는 건 아닐까.

19위 레알 소시에다드 - 40년 만에 강등의 아픔을 겪다.

작년 1점차로 가까스로 1부리그에 잔류했던 레알 소시에다드는 결국에는 강등의 길로 접어들었다. 최종전에서 다른 모든 클럽들이 지고 레알 소시에다드가 이기면 잔류 가능성이 남아 있던 상황이었지만, 다른 모든 클럽들이 모두 이겼고 자신들은 비기고 말았다. 강등에 대해 변명할 여지가 없다.

레알 소시에다드 역시 셀타 비고와 마찬가지로 연패가 많았다. 2연패부터 5연패까지, 모두 당했다. 특히 개막전 이후 14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최악의 부진에 빠지기도 했다. 시즌 중반에는 8경기 1무 7패라는 처참한 성적까지 거뒀다. 이러한 극심한 부진 덕분에 레알 소시에다드가 시즌 후반 잠깐 보여줬던 연승행진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됐다.

팀 내 득점 1위가 고작 5골에 그친 사비우였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38경기 중 20경기를 무득점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주전 스트라이커 코바셰비치는 26경기에 선발출장해 고작 3골을 터뜨리는데 그쳤다. 득점력의 부족은 자연스레 팀의 무승부 혹은 패배와 연결이 될 뿐이었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이제 다음 시즌 1부리그에서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1966/1967년 세군다 리가에서 우승한 뒤 프리메라리가 무대를 밟은 레알 소시에다드는 40년 만에 다시 세군다 리가로의 강등이다. 40년간 지켜온 자존심은 많은 팬에게 큰 아픔을 안겨준 채 무너지고 말았다.

20위 힘나스틱 - 1부리그의 벽은 높았다.

레크레아티보와 레반테의 1부리그 잔류를 지켜만 보고 자신들은 다시 2부리그로 내려가야만 했다. 사실상 강등이 확실해진 상황에서 36라운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 패배로 강등이 확정됐다. 1부리그 최종전에서는 바르셀로나에 1-5로 대패하고 말았다.

개막전에서 에스파뇰에 1-0으로 승리를 거두며 좋은 출발을 보였던 힘나스틱은 그러나 2라운드부터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함께 승격한 레반테에만 추가 승리를 올렸을 뿐, 전반기 최종 성적은 2승 3무 14패였다.

사실상 강등이 유력하다는 언론들의 예상마저 나왔다. 그러나 힘나스틱은 후반기 들어, 갈 길 바쁜 팀들을 발목을 연방 잡아냈다. 에스파뇰을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잡아냈고, 세비야, 사라고사, 헤타페 등을 상대로 승리를 따냈다. 그러나 후반기에서도 승수보다는 패가 더 많았고, 결국 리그 2경기를 남겨두고 강등이 확정되고 말았다.

더 나아진 모습을 선보인 후반기에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임대한 하비에르 포르티요의 덕을 톡톡히 봤다. 포르티요는 에스파뇰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후반기에만 9골을 몰아넣으며 팀내 득점 1위에 올랐다. 그러나 포르티요 이외에는 내세울 만한 골잡이도, 포르티요의 득점을 도와줄 만한 선수도 없었다.

힘나스틱은 결국 승격 첫 해 최하위를 기록하며 2부리그로 다시 내려갔다. 1부리그의 높은 벽을 절실히 실감한 힘나스틱은 2부리그에서 1부리그 승격을 위한 재도전을 준비하게 됐다. 

[사진ⓒ 이천수의 전 소속팀 레알 소시에다드의 경기 모습]



김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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