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6:45
게임

'최종병기' 이영호의 부진과 e스포츠의 '한계'

기사입력 2008.06.30 19:49 / 기사수정 2008.06.30 19:49

이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지영 기자] 만 16세의 나이로 온게임넷 스타리그 3회 진출 만에 최연소 우승.

이영호는 데뷔 후 놀라울 정도로 각종 대회에서 우승과 연승을 쌓아갔다.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이후의 최고의 테란, 완성형 테란, 新본좌라는 칭송을 받으며 한창 주가를 올리던 KTF매직엔스의 ‘최종병기’ 이영호가 최근 개인리그와 프로리그에서의 연이은 패배로 부진의 늪에서 빠져들고 있다.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마재윤을 이을 ‘본좌’라고 불리던 이영호가 최근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잦은 출전으로 인한 스타일 파악과 체력의 한계
 
2008년 1월 1일부터 근래 6월 23일까지 총 89세트의 경기를 소화해내며 프로리그는 물론이거니와 스타리그, MSL 그리고 각종 이벤트 대회와 인텔-TG 까지 모든리그에 출전하면서 눈코 뜰새 없는 가장 바쁜 날을 보냈다. 하지만, 언제나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최종병기’ 이영호에게도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잦은 경기 출전으로 인한 이영호의 패턴, 스타일이 노출됐다는 점과 함께 체력적인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이는 이영호뿐 아니라 전대 '본좌'들이 대부분 겪었던 페이스와 비슷한 양상이다.

수많은 프로게이머에게 하나의 참고서가 되는 동시에 이영호의 스타일이 하나 둘씩 간파되었고 중후반 전을 도모하는 플레이를 펼치는 이영호에게 그에 맞는 빌드를 만들어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영호의 허를 찌르며 승리를 가져간 선수가 더러 생기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EVER스타리그' 2008 8강서 맞붙었던 박찬수나, SK텔레콤 T1의 도재욱 등이 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어 이영호는 올 초부터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내며 각종리그에 출전, 6월 23일까지 60%의 승률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4월 이후 매달 10회씩 경기를 치루면서 자연스럽게 체력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에 있어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왜 특정선수에게 과도하게 기댈 수밖에 없는가?
 
이런 이영호가 부진이라는 늪에 빠져 있는 요즘, 가장 타격이 큰 것은 KTF매직엔스다.
이영호는 KTF매직엔스의 주춧돌 역할을 톡톡히 해주며 확실한 ‘1승 카드’가 되어준 것. 그리하여 KTF매직엔스는 거의 모든 엔트리에 이영호를 출전시키면서 KTF매직엔스가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이영호가 부진이 계속되며 패배가 많아지자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한 움직임에 제동이 생기고 말았다. KTF매직엔스 소속의 많은 선수가 있지만 왜 굳이 이영호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KTF매직엔스 중 가장 믿을 만한 카드가 이영호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에이스카드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홍진호나, 강민 그리고 박정석이라는 '과거의' 최강 선수들이 버티고 있다. 이들이 최근 성적이 좋지 못할뿐더러 배병우, 프로토스 이영호라는 거물급 신예들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영호라는 커리어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자면 위메이드 폭스의 이윤열을 들 수 있는데 지금 위메이드의 전신이였던 팬택은 이윤열외에 마땅한 에이스카드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의 이영호와 마찬가지로 프로리그와 양대리그를 같이 병행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에 자신의 페이스를 잃어버리며 서서히 지쳐갔다.

소위 말하는 원맨팀이라고 불리는 팀들의 양상을 보면 선수층이 얇은 편이거나 부진한 성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특정선수에 과도하게 기댈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러한 현상은 e스포츠가 갖고 있는 보다 근본적이고, 형태적인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5세트의 경기 중에서 팀플레이를 제외하고 4경기를 혼자 치르지만 이것음 팀으로 묶여있다. 그 어떤 종목보다도 '에이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다.

임요환이 '황제'라는 명성과 입대 전까지 보여줬던 개인리그에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SKT1의 프로리그 경기에는 그리 많이 출장하지 않았었다. 최근 프로리그에서 살아나고 있는 김택용 또한 MBC게임 히어로 시절에 개인리그에서의 최고의 활약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프로리그 출전 횟수는 극히 제한되어있었다. 팀 자체적으로 합리적인 운영을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종목의 전통과, 기원을 막론하고 현재의 상황을 놓고 볼 때 e스포츠와 가장 비슷한 형태로 리그가 운영되는 것이 바둑이라 할 수 있다. 바둑은 개인경기 이지만 팀을 이뤄서 리그를 펼치는 형태이다. 현재의 스타크레프트 리그와 그 형태가 매우 흡사하다 할 수 있다. 게다가 바둑은 e스포츠보다 더 많은 집중력을 요하는 경기이다. 이러한 바둑 프로리그를 롤 모델로 삼는 다면, 어떤 선수에게든 되풀이 되는 '잦은 출전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선수는 게임만 하는 기계가 아니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리그들을 한번에 다 병행할 수는 없다. 설령 할 수 있다고 해도 결국은 지쳐 쓰러질 것이다. 이번 이영호의 부진을 통해 KTF나 다른 팀들의 특정선수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그에 따른 선수의 부담감을 줄여주기 위한 제도적 발판이 마련되어야 할 때이다.

 



이지영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