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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규의 클리닝타임] 리오스, '그는 전설이었다. (He was legend)'

기사입력 2008.06.30 09:19 / 기사수정 2008.06.30 09:19

박형규 기자




[엑스포츠뉴스= 박형규 기자] '그는 전설이었다.'


다니엘 리오스(35,야쿠르트), 그는 진정 전설이었다. 두산 베어스뿐만 아니라, 한국프로야구에 한 획을 그은 선수였다. '한국형 용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용병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고로 성공한 용병이었고 한국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실력과 매너를 갖춘 선수였다.

그가 올린 통산 성적은 1242이닝 동안 90승 59패 평균자책점 3.01로 한국에서 오래 뛴 웬만한 노장급 투수의 성적을 뛰어넘은 족적을 남겼다. '고무팔'로 불리며 그가 등판한 날엔 주력 불펜투수나 마무리 투수가 휴식을 취해도 무방할 만큼의 무한 믿음과 신뢰감을 주는 선수였다.

특히 2007년에는 22승 5패 평균자책점 2.07을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99년 현대시절 정민태가 이룩한 20승 이후, 2000년대 들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20승의 기록을 8년 만에 깼다. 33번 선발 등판하여 그가 투구한 이닝은 234.2이닝으로 매 게임당 평균 약 7이닝을
투구하여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실력뿐만 아니라 외국인 용병답지 않은 성격과 특유의 파이팅으로 두산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두산 팬들은 그에게 '이오수' 라는 한국 이름을 애칭 삼아 불렀고, 그의 배번이었던 27번을 표시한 팬들도 늘었다. 마운드에서나 덕아웃에서 항상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불러 일으키며 팀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오버'라면 뒤지지 않는 홍성흔조차 두 손, 두발을 다들 정도였다. 한국 선수가 아닌 용병 선수가 모범적인 태도로 팀을 이끄니, 저절로 모든 팀원들이 그에게 융화되어 '뚝심의 야구'를 펼치는 두산만의 팀컬러를 더욱더 극명하게 나타나게 되었다.  

수비수가 호수비를 펼치면, 리오스는 이닝을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가지 않고 그가 들어올 때 까지 마중을 나갔으며, 치명적인 실책을 저질러 자신의 성적에 누를 끼친 선수에게는 엉덩이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홈런을 친 선수가 덕아웃에 들어오면 누구보다 먼저 나가서 기쁨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두산 베어스 구단 모코치의 초상 날에 한국식 풍습으로 돈 봉투를 건낸 일은 유명한 일화다.

지난 6월엔 부친상으로 출국해야만 하는 일이 생겼다. 출국하는 날까지 그의 손에는 야구공이 쥐어져 있었다. '감을 잃어선 안된다고, 중요한 시점에 빠지게 되어 팀에 미안하다고. '그리고 부친상에서 복귀한 이후 기록한 완투승은 그의 프로의식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피칭이었다. 두산의 젊은 선수들조차 그에게 선배님이란 칭호를 사용하며 뒤를 따랐고, 그는 후배들에게 그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 위해 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얼마 전, 믿기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프로야구의 모든 선수들에게 귀감을 샀던 그가 약물 파동에 휩싸이며, 국내 야구팬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일본야구기구(NPB)는 지난 28일 "리오스의 도핑 테스트 결과 금지 약물인 하이드록시스타노조롤이 검출되었다."라고 밝혔다. 리오스의
소속팀인 야쿠르트는 리오스를 방출하면서 사태를 수습하고자 만전을 기했다.

이러한 사건이 터지자, 국내 일각에서는 지난해에도 약물 복용 상태에서 투구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그 의문이 사실화될 경우 22승 5패 평균자책점 2.07로 국내무대를 평정했던 명성과 두산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영광이 퇴색될 우려가 있다.

종으로 변하는 변화구보다는 횡으로 변하는 변화구가 위력적인 리오스의 공은 일본타자들의 입맛에 제대로 맞아 들어갔다. 올해 11경기에 출장해 2승 7패 방어율 5.46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기록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두산 김경문 감독과 두산 팬들은 일본에서의 그의 부진한 모습이 그리 싫진 않았다. 다시 두산으로 복귀하여 마지막 야구인생을 펼쳐주며 두산을 이끌어 주기를 은연중에 바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전설이었던 그는 쓸쓸히 무대를 퇴장할 일이 남았다. 다만, 그 뒤가 명예스럽지 못한 씁쓸하고 암울한 여운을 남긴 퇴장이기에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한국형 용병', '효자 용병'이라 불리며, 한국야구를 평정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다니엘 리오스. 이번 리오스사건에서 한국야구위원회의 약물규제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의 강화라는 교훈을 남겼다. 체계적인 시스템의 부재에 따른 이러한 사건의 발생은 비단 그 선수뿐만 아니라 그 선수를 사랑하는 팬들에게조차 쓰라린 아픔을 준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사진=(C) 다니엘 리오스 (두산 베어스 제공)]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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