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6.29 16:04 / 기사수정 2008.06.29 16:04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요즘 박찬호(35, LA 다저스)가 눈부신 피칭을 연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28일에 벌어졌던 같은 지역 라이벌 팀인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박찬호가 보여준 투구는 전성기 시절을 능가하는 역투였습니다.
박찬호는 6.0이닝 동안 무실점에 4개의 안타만을 허용했고 7개의 탈삼진을 잡아냈습니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에인절스의 강타선을 상대로 올린 점도 중요하지만 현재 박찬호의 구위는 다저스 투수들 중 최고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찬호는 이번 시즌, 중간계투와 임시 선발진을 오고가면서 현재(29일까지의 기록)까지 방어율 2.52에 3승 2패를 거두고 있습니다. 또한, 53.2이닝 동안 51개의 안타를 허용하고 41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는 빼어난 투구를 보여주었습니다.
스프링캠프부터 박찬호의 부활은 예상됐던 일이었습니다. 구질이 모두 좋아지고 노련한 경험을 통해 얻어진 수 읽기까지 늘어난 박찬호는 선발진 합류 여부에 대해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선발진들의 자원이 풍부한 다저스에서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박찬호는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 속에 있었습니다.
결국, 롱 릴리프로 출발해 임시 선발 직을 수행했던 박찬호는 선발 등판의 기회를 살려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시키는 투구가 무엇보다 필요했었습니다.
이러한 기회에서 모두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준 박찬호는 28일 벌어진 LA 에인절스와의 인터리그 경기에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선발라인에 진압하는 시기가 얼마나 빨라지느냐의 여부입니다.
부상의 회복과 LA에서 얻은 심리적인 안정이 구질의 업그레이드로 작용
조 토레 다저스 감독은 박찬호의 구질이 다시 살아난 이유에 대해 ‘몇 년 동안 박찬호의 발목을 잡고 있던 부상에서 완치됐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전성기 시절의 다저스 때부터 박찬호에게 따라다닌 허리를 비롯한 각종 부상들은 박찬호의 모든 구위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힘이 빠지고 자세의 안정이 결여된 투구 폼에서 나오는 박찬호의 볼은 위력이 떨어졌고 마침내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그리고 뉴욕 메츠 등을 전전하면서 박찬호는 극심한 난조를 보였지만 재기에 대한 의지를 결코 버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고 정신적으로 박찬호에게 가장 편한 지역인 LA로 돌아오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게 됐습니다.
또한, 부상에서도 거의 완쾌돼, 전성기 시절 때의 경쾌하고 안정된 투구 폼을 다시 되찾았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재기의 의지와 부상으로부터의 완쾌, 그리고 LA에서 얻게 된 정신적인 안정은 고스란히 구질의 향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스피드와 힘이 배가된 패스트볼, 그리고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의 다양한 변화구
박찬호는 올 시즌 스프링캠프 때, 그를 지켜본 구단 관계자들과 언론인들을 모두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직구의 속도가 한층 빨라졌으며 볼 끝의 힘이 살아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90마일 초반과 중반 대에 이르는 투심, 포심 패스트볼을 잘 받쳐주는 변화구들의 다양함이 박찬호의 재기를 완성시켰습니다. 본인의 끝임 없는 노력으로 인해 자신의 장기인 낙차 큰 커브는 각도가 한층 예리해졌습니다. 또한 올 시즌 박찬호의 구질 중에 단연 돋보이는 것은 체인지업입니다. 체인지업의 구사비율은 커브와 슬라이더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상대방 타자의 중심을 흩트리거나 타자들의 예상을 뒤집을 때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올 시즌에 들어서면서 타자들이 박찬호의 패스트볼에 쩔쩔매는 모습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29일 벌어진 에인절스와 경기에서 가장 잘 맞은 타구는 1회 때 에인절스의 개럿 앤더슨이 친 중전안타였습니다. 나머지 타구 대부분은 빗맞은 타구가 많았으며 속도도 빠르지만 볼 끝의 힘 때문에 모든 타자들의 스윙은 박찬호의 볼에 밀리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페스트볼을 받쳐주는 커브와 슬러이더, 그리고 체인지업과 간혹 던지는 스플리터까지 구사하고 있으니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서면서 노리고 들어가는 볼의 선정과 공략에 대해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다저스의 선발진, 붙박이 선발로서 박찬호의 가능성은?
조 토레 감독은 박찬호의 다음 선발 등판 여부에 대해 ‘박찬호는 다시 불펜으로 돌아가되, 7월 2일과 3일에 등판하지 않게 되면 4일 벌어지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 선발로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다저스는 최근 선발진에 합류해 인상적인 투구를 보여줘 급부상하고 있는 에릭 스털츠(방어율 0.60, 2승 무패)의 입지가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29일에 벌어진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7이닝 동안 단 3안타만 맞고 무실점 투구를 한 채드 블링슬리(방어율 3.38 7승 7패)도 다저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선발투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박찬호와 함께 선발 진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대만 투수 궈홍치와 부상 재활을 마치고 돌아올 에이스 브래드 페니 등을 살펴보면 다저스는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이룩한 역투가 지역 언론들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지만 이러한 팀 사정을 고려해 본다면 앞으로 얻어질 선발 기회에서 더욱 호투를 펼쳐야 박찬호의 선발 진입 가능성이 살아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팀의 사정 여부를 떠나서 패스트 볼의 위력 증가와 다양한 구질들의 장착, 그리고 부상을 떨쳐낸 호쾌한 투구들은 현재 박찬호가 선발투수가 될 수 있는 명확한 요소들입니다. 문제는 현재 갖춰져 있는 투수들의 역량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름 있는 다른 투수들의 상황과 부상 투수들의 회복 여부에 연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풍부한 투수자원들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무엇보다 선발 라인업을 구성할 때는 투수들의 이름값과 연봉문제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보다 현재 보이고 있는 구질의 상태와 투구를 첫 순위로 봐야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사진 = 박찬호 (C) losangeles.dodgers.m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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