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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600홈런을 기록한 그리피 주니어의 명암

기사입력 2008.06.10 17:32 / 기사수정 2008.06.10 17:3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메이저리그는 이미 5월부터 카운트다운을 세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신시네티 레즈의 켄 그리피 주니어(38)가 600홈런 고지에 오를 때까지의 홈런 개수였습니다. 당초 그리피 주니어가 500홈런을 달성했을 때만 해도 600홈런 고지를 넘을지에 대해 적지 않은 수의 관계자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습니다.

2000년에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하면서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던 주니어는 늘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 온전하게 시즌을 뛴 적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잦은 부상으로 인한 후유증은 그의 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으며 전성기 시절의 파워 풀하고 빠른 배트 스윙은 점차 위력을 상실해 갔습니다.

잦은 부상의 원인도 컸지만 이미 90년대 절정의 기량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는 그의 타격 때문에 600홈런 고지를 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마침내 주니어는 그러한 우려를 떨쳐버리고 배리 본즈(762개), 행크 아론(755개), 베이브 루스(714개), 윌리 메이스(660개), 새미 소사(609개)의 뒤를 이어 메이저리그 역사상 6번째로 600홈런 고지를 넘어선 선수가 되었습니다.

주니어의 600홈런 달성은 현역 선수인 배리 본즈와 새미 소사보다 훨씬 값어치 있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첼보고서’로 붉어진 약물 파동에서 언급된 배리 본즈와 새미 소사는 기록의 순수성과 명예에서 큰 흠집을 남겼지만 그리피 주니어는 그러한 의혹에서 벗어나 순전한 노력과 실력으로 이루어낸 업적이기 때문입니다.

배리 본즈가 756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기 전까지 역대 최고 홈런기록보유자였던 행트 아론은 90년대부터 자신의 기록을 깰 유일한 선수는 오직 켄 그리피 주니어라고 말해왔습니다. 그리고 전문가들과 지도자들 역시 아론의 발언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역대 메이저리그 타자들 중 가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타격 폼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주니어는 간결하고 멋진 스윙 폼에서도 보이듯 군더더기가 없고 가장 완벽한 스윙을 구사한다고 평가받았습니다.

여기에 볼을 끝까지 보는 냉철한 시선과 빠른 스윙, 그리고 볼을 갖다 맞추는 정확함과 파워까지 갖추고 있어서 같은 시대에 가장 뛰어난 타자들로 평가받았던 배리 본즈와 프랭크 토마스보다 더욱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선수로 여겨졌었습니다.

또한, 90년대에 가장 많은 홈런을 치면서 최고의 타자로 주목받은 주니어가 더욱 빛을 발했을 수 있었던 것은 오만하고 늘 자신감에 넘치는 배리 본즈와는 달리 조용하고 겸손하며 언론들과 친밀하게 지낸 덕택에 메이저리그 최고의 인기선수로 군림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90년대의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뛴 주니어는 리그 최고의 선수로 각광을 받았지만 그의 명암이 엇갈린 것은 2000년에 그의 고향 팀인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하면서부터입니다. 자신의 저택이 있는 플로리다와 가깝고 아버지인 그리피 시니어가 뛰던 팀의 유니폼을 입고 싶다며 비교적 낮은 연봉에 사인하고 레즈를 선택했지만 당시 시애틀의 극성 팬들은 이런 주니어의 선택을 놓고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이러한 극성 팬들의 영향을 받은 주니어는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했으며 이상하리만큼 신시내티 레즈의 붉은 유니폼을 입으면서부터 크고 작은 부상이 늘 그의 그림자처럼 쫓아다녔습니다. 

30대가 넘어서면서 크고 작은 부상을 늘 안고 살던 그리피를 보며 허슬 플레이의 영향과 운이 없었다고 평하는 점도 있지만 시애틀에서 주니어를 지도한 루 피넬라 감독은 주니어가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는 컨디셔닝 프로그램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자신의 몸 관리에 더욱 철하게 관리했다면 많은 부상을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비록 약물 파동으로 수많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배리 본즈는 개인 전문 트레이너를 두면서 늘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했고 여기에 철저한 식이요법까지 수행해 40세가 넘은 시점에서도 최상의 타격감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젊은 시절부터 컨디셔닝 프로그램을 비롯한 자기관리가 좀 더 필요했다고 지적을 받은 주니어는 이 부분에서 소홀했습니다. 신시내티 시절 그가 몸을 아끼지 않고 허슬플레이를 하다가 부상을 안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철저한 자기관리를 젊은 시절에 좀 더 일찍 수행했더라면 600홈런 달성은 좀 더 빨리 찾아왔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가장 우아하고 빠른 스윙을 가졌다는 놀라운 재능을 받은 주니어가 38세의 나이에 600홈런 고지를 정복한 것은 분명히 대단한 업적입니다. 그러나 젊은 시절, 놀라운 수의 홈런을 쳐낸 그때를 생각한다면 다소 늦게 도착한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제 40줄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그리피 주니어는 어느 때보다도 경기에 뛰기 위해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래도록 선수생활을 하는 것도 그의 목표이지만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끼기 전엔 쉽게 은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 현재 그가 가진 의지입니다.

한해에 지금과 같은 페이스로 25개의 홈런을 기록한다고 가정한다면 그리피가 42세가 되었을 때에 700홈런 고지를 넘어서게 됩니다. 신시내티로 팀을 이적하면서 숱한 난관이 많았지만 그래도 본즈와 소사에 비해 자신의 노력과 실력으로 이 자리까지 온 것은 실로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진 = 켄 그리피 주니어 (C) 신시네티 레즈 공식홈페이지 (cincinnati.reds.mlb.com)]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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