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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K-리그 2008시즌 전반기 결산 ⑥ 괴롭구나, 징크스!

기사입력 2008.06.09 10:43 / 기사수정 2008.06.09 10:43

전성호 기자


K-리그 2008시즌 전반기 결산 ⑥

괴롭구나, 징크스!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어느 한 팀이나 선수에게 오랜 기간 동안 불운한 결과가 반복되어 일어날 때 우리는 '징크스'란 이름을 붙인다. 일례로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이 '월드컵의 성지'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2001년 개막경기 승리 이후 무려 36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했던 것을 언론에선 '상암 징크스'라 불렀다. 징크스가 심해지면 '저주'란 무시무시한 별명까지 붙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그 유명한 '펠레의 저주'와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밤비노의 저주'가 있었다.

징크스는 처음엔 우연이나 미신으로 치부되지만 자꾸만 같은 결과가 반복될수록 선수나 코칭 스태프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이는 결국 자신감의 문제로까지 이어져 경기력에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기가 막힌 징크스가 많은 팀과 선수를 괴롭히는 반면, 이를 훌륭하게 극복할 경우 자신감을 회복하고 더 좋은 결과로 이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징크스들이 올 시즌 K-리그의 전반기에 이어지고 끊어졌을까?

박주영의 '골대 징크스'와 데얀의 '쉬운 슛' 징크스

박주영(FC서울)은 전반기 가장 불운했던 스트라이커였다. 박주영은 올 시즌 득점은 두 골에 불과하지만 그 두 배인 네 번의 슈팅을 골대에 맞췄다. 수원삼성과의 컵 대회와 리그 경기에서 멋진 슈팅이 골대를 맞출 때만 해도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대전시티즌과의 리그 10라운드에서 그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때리자 '요즘 골대를 많이 맞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답답함을 표시했다. 그리고 며칠 뒤 열린 성남과의 리그 11라운드에서 잘 맞은 무회전 슈팅이 또 다시 크로스바를 맞추면서 박주영은 전반기 내내 지독한 골대 불운에 시달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멋지게 찬 슈팅이 골로 연결되지 않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이와 반대로 박주영의 팀 동료 '세르비아 특급' 데얀은 쉬운 슈팅을 못 넣은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전남드래곤즈와의 리그 9라운드 경기에서 데얀은 텅 빈 골문 30cm 앞에서 헛발질을 하며 득점에 실패했다. 이어진 대전전에선 전남전과 거의 같은 위치에서 밀어넣은 슈팅이 최은성 골키퍼의 손끝에 걸리고 말았다. 더군다나 성남전에선 페널티킥마저 실축하면서 세 경기 연속 스트라이커로서 꼭 넣어야 할 골을 넣지 못하는 불운을 겪고 있다. 스트라이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전에서의 자신감이다. 박주영과 데얀이 징크스로 인해 위축되지 말고 당당하게 불운을 끊는 멋진 골을 후반기에 많이 터뜨리길 기대해보자.

전북의 악몽 같았던 1:2 징크스 

전북현대는 시즌을 앞두고 조재진, 강민수, 최태욱 등 공격적인 선수영입으로 국가대표급 선수진을 구축하며 일약 최고의 다크호스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젊은 선수 위주의 팀 개편은 경험 부족과 조직력의 약화란 문제점으로 이어졌고 최진철의 은퇴로 수비의 난조를 보였다. 이는 성적으로 그대로 이어져 리그 개막 후 3월에 펼쳐진 네 경기 모두 1:2로 패배하는 기막힌 징크스를 겪었다. 팀 성적도 리그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다행히 울산현대와의 컵대회 2라운드에서 2:1로 마수걸이 승리를 거두면서 징크스에서 벗어났고, 이후 컵대회 포함 4월에는 4승 1무 2패, 5월엔 3승 2무 1패를 기록하며 점차 정상 궤도로 진입하며 후반기 대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징크스가 너무 많아 슬픈 대전 

대전만큼 특정 팀에게 징크스가 많은 팀도 드물 것이다. 대전은 서울을 상대로 4년간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고, 리그 10라운드 홈 경기에서도 또 다시 서울과 비기며 홈경기 7경기 연속 무승 기록을 이어갔다. 울산 역시 대전의 천적이다. 리그 11라운드에서 울산과 비기며 울산전 9경기 연속 무승의 치욕을 당하고 있다. 그나마 두 경기 모두 후반종료 직전 각각 고종수와 이동원의 극적인 동점골로 패배를 모면했던 것이 위안이었다. 대전 최악의 악몽은 성남이다. 대전은 성남과의 리그 6라운드에서 또 다시 0:3으로 패배하며 99년 성남이 천안에서 연고지를 옮긴 이후 상대전적 3무11패, 3득점 24실점이란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대전이 징크스에 시달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전은 광주상무와의 컵대회 3라운드에서 승리하며 9경기 연속 광주 원정 무승 징크스를 떨쳐내더니 부산아이파크와의 리그 9라운드에서 승리하며 부산 원정 15경기 무승에 허덕이던 징크스를 8년 만에 떨쳐냈다. 특히 이날 승리로 김호 감독의 200승이란 대기록 달성까지 일궈내며 기쁨은 두 배가 되었다. 덕분에 최하위로 처져있던 대전은 중위권 도약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라이벌전에 약한 서울

서울은 성남을 상대로 3년간 10경기 동안 6무4패를 기록하며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성남전에서는 이청용이 선제골을 넣으며 징크스를 깨는 듯 보였지만 후반 종료 20초 전 모따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얻어맞으며 성남의 벽을 또 다시 넘지 못했다. 또한, K-리그 최대 라이벌 관계에 있는 수원에겐 지난 시즌 4월 리그 경기를 시작으로 리그와 컵대회에서 5연패를 기록 중이다. (FA컵에서는 승부차기로 승리) 진정한 강팀은 라이벌과의 경기에서 연패를 당해선 안된다. 성적은 물론이고 팬들에게도 큰 실망감을 안기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은 다가오는 후반기에 성남과 수원과의 무승 고리를 반드시 끊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징크스마저 이겨낸 수원의 독주

수원은 이번 시즌 K-리그 역대 최고의 전반기 성적을 올리며(14승 2무)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동시에 서울과 대전과는 달리 오랫동안 앓고 있던 징크스마저도 모조리 깨버리고 있다. 대전과의 리그 개막전에서 에두의 2골로 승리를 거두며 지긋지긋하던 대전전 4년간 9경기 무승 징크스를 시원하게 털어버린 수원은 3년간 7경기에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전북을 상대로 2:1의 통쾌한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해 세 번 만나 세 번 모두 패배했던 울산을 2:0으로 물리치며 징크스마저도 이번 시즌 자신들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그뿐 아니라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선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패배의 아픔을 안긴 포항에 멋지게 설욕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감독에게도 징크스가 있다!

김학범 감독은 2005년 부임하며 이듬해 성남의 K-리그 7번째 우승을 견인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특히 탄천 홈경기에서는 모든 팀들에게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점해왔는데, 유독 울산에만큼은 안방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여태껏 울산을 상대로 홈에서 가진 6경기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하던(3무3패) 김 감독은 올 시즌 컵대회 5라운드에서 1:0으로 승리하며 드디어 울산을 상대로 홈에서 첫 승을 거두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장외룡 감독 역시 대구만 만나면 머리가 아팠다. 인천 감독으로 부임 이후 치른 대구와의 9경기에서 6무3패, 한 번도 이기지 못하던 장 감독은 올 시즌 리그 7라운드에서 '애제자' 라돈치치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대구에게 생애 첫 승리를 따냈다. 사실 인천은 장 감독이 영국 연수를 떠난 지난해 박이천 감독 대행 체제에서 대구에게 4연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장 감독이 복귀한 올해 첫 경기에서 또 다시 승리하면서 시민구단 라이벌 대구에게 '인천 징크스'(5연패)를 새롭게 선사하면서 장 감독의 복수를 제대로 해줬다.

포항의 4월 징크스

지난해 정규리그 5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정규리그 1,2,3위인 성남, 수원, 울산을 차례로 꺾는 대파란을 일으키며 K-리그 우승컵을 거머쥐었던 포항 스틸러스. 하지만, 그런 포항도 지난해 4월 4일 전북과의 원정경기 1-3 패배를 시작으로 무려 12경기 연속 무승(5무7패)의 부진을 겪은 적이 있었다. 89년 이후 팀 최다 연속 무승 타이기록. 포항의 정규리그 순위가 낮았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잔인한 4월을 견뎌낸 포항은 이후 상승세를 타 결국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시즌에도 포항은 전남과의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지만 연이은 리그 네 경기에서 2무 2패의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4월의 기억이 스멀스멀 떠오르던 포항은 결국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장춘 야타이에 2주의 간격을 두고 1무 1패를 당하며 조별리그를 두 경기가 남긴 채 탈락 확정이라는 수모로 당하고 말았다. 신기하게도 5월로 들어서면서 포항은 리그 5연승의 파죽지세를 올리며 중위권으로 처져있던 순위를 순식간에 3위로 끌어올렸다. 포항에겐 앞으로 4월의 봄이 가장 두려운 기간으로 자리 잡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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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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