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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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탈한, '정' 말 허탈한 '무' 승부

기사입력 2008.05.31 22:55 / 기사수정 2008.05.31 22:55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울월드컵, 박형진 기자] 시작은 좋았다. 그러나 결과가 문제였다.

31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요르단의 월드컵 3차 예선 경기에서 한국은 두 골 차로 앞서다 내리 두 골을 헌납하며 2-2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전반전 내내 요르단을 압도했던 한국은 전반 38분 박지성의 감각적인 골과 후반 2분 박주영의 페널티킥으로 앞서갔으나, 후반전에 교체된 요르단의 미드필더 압델 파타에게 연속 두 골을 허용하며 무승부를 기록하고 말았다.

전반전은 안정환과 이청용의 '활동량'이 돋보였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재승선한 안정환은 노련하게 플레이메이커의 역할을 수행했고, 이청용은 오범석과 활발히 오른쪽 측면을 공략하며 공격을 주도했다. 두 선수가 활발히 움직이면서 박지성에 대한 수비 부담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전반 38분 박지성이 이청용의 어시스트를 받아 선제골을 기록했다.

후반전 시작 직후 조원희가 돌파를 통해 얻어낸 페널티킥은 경기에 쐐기를 박는듯했다. 심판의 판정이 석연치는 않았지만 어쨌든 박주영은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켰고, 점수 차는 두 골로 벌어졌다. 그러나 이때부터 한국 선수들이 방심하기 시작했다. 이청용과 교체된 김두현의 활약이 두드러지기는 했지만, '두 점차면 충분하다'는 안이함이 선수들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일이 터졌다. 후반 27분, 압델 파타가 계속 골문을 노린 끝에 김용대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넣은 것. 김용대 골키퍼의 보이지 않는 실수가 있었지만 한국의 공격이 느슨해진 틈을 타 요르단이 끈질기게 공격한 결과였다. 공격진의 의지 상실, 수비진의 집중력 약화가 초래한 '치명적인' 한 골이 터지면서 경기 결과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허정무 감독의 교체는 '약'이 아닌 '독'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김남일 대신 조용형을 넣으며 추가 실점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선택은 허 감독 자신도 인터뷰에서 인정했듯 '실수'였다. 조용형은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 서면서 수비에도 별 기여를 하지 못했고, 공격 전개에는 오히려 속도를 죽이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수비라인이 계속 당황하는 사이에 후반 34분 압델 파타의 추가골이 터졌다.

두 번째 골은 80분간 골문을 잘 지켰던 김용대와 포백 라인의 처절한 '실패'였다. 오른쪽 오범석은 제때 맞추어 측면 공격을 차단하지 못했고, 중앙 수비라인은 쇄도하는 압델 파타를 막을 타이밍을 놓쳤다. 이영표의 커버 플레이는 한 박자 늦으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첫 골을 실점하며 집중력을 잃은 김용대는 아무 힘을 쓰지 못하고 두 번째 슬픔의 아픔을 홀로 삼켰다.

허정무 감독의 세 번째 카드는 고기구였다. 그러나 고기구는 연습 경기에서도 보였듯 대표팀 공격진에 걸맞은 수준의 선수가 아니었고, 마지막 8분 동안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 고기구를 투입하며 안정환이 빠지자 한국의 공격전술은 한결 단순해졌고, 수비에 '올인'한 요르단은 한결 쉽게 한국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집중력 약화, 보이지 않는 실수, 그리고 허정무 감독의 잘못된 선택까지…. 오랜만의 A매치에 큰 기대를 걸고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찾은 53000여 명의 관중은 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현장을 목격하며 씁쓸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누군가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 이 심정을 표현한다면 '허'탈한, '정'말 어이없는 '무'승부였다.

[사진=두 번째 골을 실점하자 안타까워하는 안정환 (C) 엑스포츠뉴스 장준영 사진기자]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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