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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성, 너의 주황빛 가득한 미소가 그리워

기사입력 2008.05.30 00:50 / 기사수정 2008.05.30 00:50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몇 년 전이었던가요. 성남일화와 수원삼성의 2군 경기가 수원 월드컵 보조 구장에서 있었습니다.

그때 수원에 참 거슬리는 선수가 한 명 있었습니다. 거슬린다는 거친 표현을 기사에서 쓰기엔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 단어가 정말 잘 어울리던 선수였습니다. 지금은 경남FC 유니폼을 입고 있는 정윤성인데요. 그 당시 그는 근성 넘치는 플레이로 결국 '퇴장'을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됩니다.

2003년 수원에 입단한 그는 윤화평과 더불어 유망주로 주목받았습니다. 11경기에 출전해 1골을 넣었습니다만 그에게 걸었던 기대보다 그의 활약이 부족했었던 모양입니다. 그 다음해엔 1군 경기에 출전이 전혀 없었죠. 팬과 구단의 실망도 컸겠지만, 본인 자신의 실망도 컸을 겁니다. 두터워지는 수원의 선수층 앞에 자신이 있을 곳은 없다고 여겼던지 그는 상무 행을 결정하게 됩니다.

군 복무 첫 해 서른 경기를 소화하며 6골 1도움을 기록한 그에게 상무 시절은 어찌 보면 전성기와도 같았습니다. 문제는 또 두 번째 해였죠. 그에겐 유난히 2년차 징크스가 깊게 적용되는 듯합니다. 상무 2년차 시절, 그는 16경기를 뛰었습니다만 골과 도움은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주저앉은 채로 돌아온 수원의 그의 자리가 있을 리 만무했죠.

결국, 그는 임대 형식으로 정들었던 푸른 유니폼을 벗고 주황빛의 경남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됩니다. 수원에 입단했을 때부터 받았던 주목과 유망주라는 기대 사이에서 그는 팀을 이끌어 나갈 주축 미드필더가 되고 싶었고, 그 꿈은 경남으로 이적해서도 버리지 못했습니다.

경남으로 이적 후 그에겐 꿈같은 기회가 다가왔습니다.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을 해야 했던 김진용의 부상이 그것인데요. 그로 인해 그의 출전 기회는 더욱 많아졌고 유니폼을 갈아입은 첫 해, 그는 또 자신의 기록을 넘어섭니다. 6골 3도움. 까보레와 뽀뽀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 속에서 그는 담담히 자신의 몫을 다해내며 6강 경남의 또 다른 주역이 되었습니다.

수원에서 후회할 만큼 좋은 선수가 되고 싶었고, 그리고 수원에서 해내지 못했던 만큼 스스로 팀을 이끌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그를 흔들었고 그런 와중에 그를 영입해 온 경남의 기대는 점점 커져 나갔습니다. 그만의 징크스일 수도 있는 팀에서의 2년째는 지금 또 다시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습니다.

김진용이 조금씩 부상에서 회복하고 자신의 입지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나머지 근래 그의 플레이에는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한 박자 급해진 그의 플레이는 다른 선수들과의 유기적인 경기 운영에 방해가 되었죠.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 그의 플레이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한 박자가 어긋나기 시작하면, 그만큼 골을 만들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듭니다. 그렇데 되면 자연스레 그 선수의 플레이에 반감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겠죠.

그렇게 그는 돌아온 김진용과 자신 자체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수원시절처럼 2군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경남의 한 팬은 그가 2군으로 돌아가게 된 것도 안타깝지만, 그런 2군행을 그 자신이 슬럼프로 받아들이고 헤쳐 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질까 그것이 제일 걱정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심적인 문제는 그 누구도 쉽게 도와줄 수 없겠죠. 그 스스로 깨치고 일어나야 할 겁니다.

지금 그는 기자가 보기에도 조금은 정적인 모습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수원 시절 상대팀 선수에게 아득바득 매달려 당하는, 그리고 그 장면을 보는 상대방까지 화나게 했던 그런 그의 근성은 지금 그에게선 찾아보기 힘들죠. ‘정윤성’답지 못합니다.

모든 것은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만, 그가 수원에 처음 입단했을 때 그리고 경남 유니폼을 처음 입었을 때 가졌던 그 마음과 꿈을 잊지 말고, 그러나 그 마음과 꿈에 너무 얽매여 자신을 옥죄지 않길, 지금의 부진은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기를 당부하고 싶어집니다.

지금 그라운드에 선 정윤성의 표정엔 어느샌가 미소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처음 주황빛 유니폼을 입고 보여줬던 맑은 저녁 하늘의 노을 같은 그 미소를 되찾기를, 그리고 예의 재기 발랄한 그 플레이를 되찾아 경남이 일으킬 새로운 돌풍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를. 경남의 많은 팬이 그런 발랄한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또한 잊지 않았으면 하네요.

[사진 제공= 경남 FC 서포터즈 C.R.E.W 김지훈]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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