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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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구단들의 부활과 e-스포츠 위기론

기사입력 2008.05.27 13:23 / 기사수정 2008.05.27 13:23

장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준영기자] 26일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8'의 팀 간 순위표에는 SKT1과 KTF 매직엔스가 각각 1,2위에 랭크되었다.

이제 시즌 전체일정의 반을 소화했을 뿐이지만 두 팀의 상승세는 2007년에 끝없이 추락했던 그 팀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무섭다. SKT1과 KTF 매직엔스는 우승자 출신으로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었다. 하지만, 양팀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주축 선수들이 부진에 빠지면서 2007년을 최악의 한해로 기억하게 됐다. 하지만, 명가들답게 바닥을 찍자 무서운 상승세로 다시 날아오르고 있다.

두 팀은 기존 주축 선수들의 부진에 따라 출전을 제한하면서 신예선수들을 출전시키며 경험을 늘렸던 작년 시즌에 이어 그 신예 선수들이 팀의 주축 선수들로 성장하면서 리그 1,2위를 기록하며 부활에 성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SKT1은 기존 신예들에 김택용의 영입으로 사기가 충천했고 최연성, 박용욱 등 주축 선수들이 코치로 전환해서 선수들의 전술적,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올 시즌 중반 이후에는 군에서 제대하는 임요환까지 가세하는 터라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다. KTF 또한 새로운 '본좌'로 떠오르고 있는 이영호(테란)와 최근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고 있는 이영호(프로토스)의 활약에 박정석이 팀플레이를 받쳐주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e-스포츠?

근래 e-스포츠는 위기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 팬들의 사랑을 받는 두 팀이 부활했음에도 관중이 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기론은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감소하는 관중 수는 프로리그는 물론 개인리그에서까지 나타나고 있다.

소수의 맨 파워에 의존하고 있는 인기는 위기론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 SKT1는 임요환, 최연성, 박용욱의 우승자 출신 라인업과 그들의 인기에 힘입어 인기 구단으로 발돋움했었다. KTF 매직엔스 역시 홍진호, 박정석, 강민, 조용호 등의 우승자 라인업에 이들의 인기가 구단 인기에 영향을 끼쳤으면 물론이다.

하지만, 이들 중 홍진호-박정석만이 24일 경기에서 팀플레이 조합으로 승리를 거두었을 뿐 다른 선수들은 팀에 남아 있지 않거나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물론 이들이 떠났거나 없어졌다 해서 기존에 인기가 많던 팀들의 인기가 사그라지지는 않았다. 많은 팀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었지만 아직도 인기만큼은 기존에 인기 있던 팀들이 많이 차지하고 있다.

인기 구단들은 구단 성적이 나빠도 고정 팬들이 쉬이 자리를 떠나지는 않았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구단 성적이 좋든 나쁘든 고정 팬들은 그대로 있었기 때문에 2007년 각각 최악의 시즌을 보낸 두 팀이 올 시즌 부활하고 있다고 해도 e-스포츠의 흥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구단들과 선수 규모는 커지는데 e-스포츠의 성장이 게임 산업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e-스포츠…스포츠? 게임?

e-스포츠의 가장 큰 화두는 e-스포츠를 스포츠의 영역으로 '인정하는 것이냐, 마는 것이냐?' 하는 것이다. 사실 스포츠에는 바둑, 당구 등 스포츠라고 떠올리면 떠오르는 종목들과 비교해 다른 성격을 가진 종목도 있다. 때문에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그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에 대해 반대를 하는 많은 사람은 게임은 게임일 뿐 스포츠는 아니다 라는 것이다.

'게임산업'은 많은 나라에서 행해지고 있는 블루오션이다. 국내 게임시장의 질적 양적 성장은 물론 온라인 게임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e-스포츠의 규모 확대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따진다면 비디오 게임 시장과 일반 PC 시장에서 한국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시장 파워를 갖고 있는 일본과 미국은 게임의 스포츠화가 먼저 선행되었어야 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특정 게임에 기반을 둬서 프로게이머까지 탄생시켜 이제는 억대 연봉의 선수를 만들어 내는 국내 e-스포츠 업계이지만 국내 게임 시장 성장과 e-스포츠의 성장이 과연 같은 맥락에서 풀이되는 것인지는 되짚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최연성 선수는 모 게임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프로 게이머가 되기 전에는 스타크래프트를 취미로 즐기면서 재밌게 했었다. 하지만, 막상 프로게이머가 되고 나니 취미로 할 것이 없었다. 은퇴하고 나서 게임을 하니 다시 예전 취미였을 때 느끼는 재미를 느끼는 듯하다."라고 밝혔다.

최근 2~3년 사이에는 어린 친구들이 프로게이머를 하나의 직업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목표로 연습에 매진하지만 그 전만 하더라도 프로게이머들은 동네에서 '게임 좀 한다.'던 사람들이 우연한 기회에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프로게이머가 된 게이머들에게 게임은 그저 취미일 뿐이었다.

게임 산업이 연간 몇조 원의 이윤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게임 산업이 그렇다는 것이 게임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게임은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취미로 할 수 있는 것이다. 게임은 게임일 뿐 그것을 계속해서 목표로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특히나 현재 한국처럼 제도적 뒷받침이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게임을 억지로 직업화하고 스포츠 영역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게임을 즐긴다.

그에 따른 군소 대회도 상당히 많이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회에 참가한 이들에게 프로게이머라고 하지 않고 게임 자체를 통해 밥벌이를 하는 직업인으로 보지 않는다. 이들에게 게임은 그저 취미일 뿐이고 게임 대회는 그저 게임 대회일 뿐이다.

게임을 게임으로 보지 못하는 곳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이며, 그것의 본질을 바꾸려는 것에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10년, 20년 후 뒤돌아 봤을 때 웃으면서 '그때는 프로게이머들의 과도기였지.' 하면서 어엿한 직업으로 되돌아 보게 될지, 인상을 쓰면서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 하게 될지를 결정하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상처라면 더욱 골이 깊어지기 전에 도려내야 할 것이고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면 공신력 있는 뒷받침을 통해 이 과도기를 잘 넘겨야 하지 않나 싶다. 위기라는 것은 위험과 기회라는 뜻을 담고 있다. 위험을 위험대로 맞이할지, 기회로 만들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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