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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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일본 전 11연패의 책임자는 '협회와 연맹'

기사입력 2008.05.24 09:21 / 기사수정 2008.05.24 09:2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객관적인 전력에서 여러모로 부족한 팀이 강한 팀을 이기려면 여러 가지 요인들이 필요합니다.

바로 약한 팀에서 평소의 실력보다 100% 이상의 활약을 펼쳐주는 것이며 행운도 상당히 따라야합니다. 또한, 전력이 앞서는 팀에서 평소와 다르게 범실을 많이 해줘야 이변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매우 드뭅니다. 스포츠는 종목을 막론하고 결과가 엄격하게 나타나며 결코 평소에 두 배 이상의 땀을 흘리지 않은 팀은 승리의 여신이 외면하는 게 바로 스포츠입니다.

이번만은 여러 가지 변수가 일어나며 조금이라도 일본을 잡아주길 무의식적으로 원했지만 객관적인 전력을 뒤집을 이변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일본여자배구는 오래전부터 한국 여자배구보다 체계적으로 강력한 국가대표팀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으며 한국 여자배구는 이러한 장기적인 기획을 외면하고 뒷걸음질치고 있었습니다.

23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체육관에서 벌어진 베이징올림픽 여자배구 최종예선전에서 일본과 경기를 치른 한국 팀에 원성의 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과 리시브 난조, 그리고 일본의 빠른 이동 속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한국팀을 보고 어쩌다 저런 팀으로 전락했느냐는 불만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승리는 어디까지나 철저하게 준비된 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미 아테네올림픽이 끝나면서부터 올림픽 메달 권에 도전할 경쟁력 있는 여자국가대표팀을 만들겠다는 일본의 기획력은 그 노력만큼이나 결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이 더 넓은 시선으로 조직력이 탄탄한 팀을 구상하고 있을 때 한국배구의 관계자들은 언제나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특정한 국제대회가 오면 부랴부랴 대표팀을 소집해 경기에 참가시키는 급조된 대책만을 지속적으로 반복했습니다.

국내에서 존재하는 프로팀과 국제대회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국가대표팀은 엄연히 성격이 다릅니다. 좁은 한국 무대 안과는 달리 한층 다채롭고 창의 넘치는 기술과 높이가 강조되는 국제배구의 추세를 따라가려면 어중간히 선수들을 키우고 실력이 있는 특정선수에게만 의존하는 그런 팀을 급조해서 내보낸다면 그 국가의 배구실력과 저변은 점점 퇴보하게 됩니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노라고 호언장담한 일본 여자배구대표팀의 감독인 야나기모토 유이치 감독은 '철용신'이라 불리며 강력한 카리스마로 한국여자배구의 전성기를 이끈 김철용 감독의 탄탄한 조직배구 앞에 올림픽에서 3-0으로 완패했습니다.

한국여자배구의 전성기를 이끈 최후의 멤버인 거포 구민정과 명 세터 강혜미, 그리고 이동속공과 블로킹의 명수 장소연 등이 뛰었던 아테네올림픽 멤버들은 선수들의 면면을 떠나 전체적인 구성력에 있어서도 국제대회에 나가 경쟁력이 있는 멤버들이었습니다.

이런 팀을 만들려면 어린 유망주들부터 부지런히 키워 내야하고 현재 국내리그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국제대회에 꼭 참여하도록 선수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그러나 프로화가 출범되면서 국내리그의 저변이 넓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한국 여자배구는 국제무대에서 점점 퇴보해 가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리그의 경기력 역시, 프로라고 하기엔 여러모로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국제대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배구의 가장 기초적인 서브리시브와 수비조직력, 그리고 2단 연결 등은 세계의 어느 나라들보다 한층 뛰어나야 합니다. 이것이 높이와 파워가 부족한 아시아 배구가 지닐 최고의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대교체를 이룬 대부분의 선수가 배구의 기본 중의 기본인 서브리시브부터 매우 떨어져 있었습니다. 국내 최고의 리베로라는 김해란(도로공사)도 이번 올림픽예선전에서 리베로로선 너무나 부진한 40~50%대의 리시브 성공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해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기본기 훈련을 탄탄히 시키는 일본 여자배구는 그 기본기 훈련의 성과를 마음껏 누리고 있습니다. 일본 최고의 리베로인 사노 유코는 이번 올림픽예선전에서 리시브 성공률이 무려 70~80%대에 이릅니다. 높이와 파워가 떨어지는 아시아배구가 빠른 세트플레이를 살리려면 최소한 60%대에 이르는 리시브 성공률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저 팀 승리를 위한 훈련에 매진하고 전 세계적으로 멀티플레이어선수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 배구 환경은 그저 자신이 위치한 자리에서 최대한 잘하는 낡은 훈련방식을 아직도 고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강하고 예리한 서브의 계발에 뒷전을 둔 것도 국제무대에서 호되게 당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여자배구의 경우, 강력한 예리하게 날아오는 변화구 서브에 한국의 리시브 진은 연일 진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국내의 안일하고 편한 서브에만 익숙해 있다가 국제무대의 일곱 빛깔 무지개 같은 다양한 서브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서브리시브는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기술이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다양하고 탄력적인 서브를 지속적으로 받아보고 성장해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멤버들과 호흡을 제대로 맞춰보려면 최대한 1년 이상이 걸리는 게 배구의 정석입니다.

국내 프로팀이 아닌 국가대표팀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일본팀은 아테네올림픽이 끝난 후로 기존의 노장과 새로운 신진들이 주전선수로 모여서 지금까지 오랜 기간 동안 손발을 맞춰온 팀입니다. 그리고 한국을 괴롭혔던 태국팀도 장기적인 관리 하에 주니어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대로 뛴 멤버들입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함께 뛰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탄탄한 조직력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아테네올림픽 이후로 매번 주전선수들이 바뀌며 오랜 기간 동안 서로 손발을 맞춰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올림픽 예선전을 앞두고 새롭게 주전으로 가세한 멤버가 임효숙(도로공사)과 전민정(흥국생명), 그리고 지난 아시아선수권에서 뛰었다고는 하지만 월드컵대회 때는 엔트리에서 빠진 김민지(GS 칼텍스)까지 대표팀 선수로 새롭게 들어온 것을 보면 팀을 장기적인 기획아래 체계적으로 완성한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춰 급조된 팀이라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런 과정을 보면 프로화가 출범되면서 협회와 연맹으로 나누어진 두 배구단체가 얼마나 실용성 없게 대표팀을 구성했고 프로 구단에 소속된 선수들을 허술하게 관리해왔는지가 역력하게 드러납니다.

2006년에 있었던 아시안게임과 이번에 열리는 올림픽예선전에서도 협회는 똑같은 변명을 했습니다. "각 구단들로부터 선수들을 소집하기 힘들었고,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많아 최상의 팀을 구성하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이런 면을 볼 때 한국여자배구가 일본의 벽을 넘고 국제적으로 더욱 강력한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선수들에게 문제를 두는 것보다 협회와 연맹에 두어야 합니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팀들 중, 한국만큼 장기적인 관리와 체계 없이 꼭 필요한 선수들을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허겁지겁 다른 선수들을 챙겨서 올림픽 예선전에 내보낸 국가는 드물 것입니다.

과연 4년 동안 꾸준한 투자와 관리로 최상의 국가대표팀을 만들어온 일본팀을 4년 동안 아무런 준비도 안 하고 그때그때의 상황에만 급급했던 한국팀이 이겼다면 그것은 세계스포츠 경기에서 몇 안 될 최고의 이변일 것입니다.

[사진 (C) 대한배구연맹]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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