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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최고의 라이벌전, 맨유 vs 첼시

기사입력 2008.05.19 01:52 / 기사수정 2008.05.19 01:52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숨 가쁘게 달려온 유럽축구 07/08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관심을 모았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우승컵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돌아갔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그에서는 레알 마드리드가 2시즌 연속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 리옹, PSV와 같은 전통적인 강호들이 큰 이변 없이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오늘 밤이면 이탈리아 세리에의 우승컵 향방 역시 가려질 것입니다.

그러나 유럽축구의 진정한 피날레는 5월 22일 새벽(한국시각) 모스크바에서 벌어집니다. 다름 아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입니다. 전 유럽의 축구팬들을 흥분시키는 챔피언스리그 '빅이어'의 향방이 가려질 때야, 우리는 한 시즌이 끝났음을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 4강에 3팀을 올리며 강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결승전 역시 프리미어리그 팀들 간의 대결이 되었고요. 다소 싱겁게 느껴질 수 있는, 너무나 익숙한 두 팀의 대결이지만, 두 팀의 팬들에게는 가장 흥미진진한 결승전이 될 전망입니다.

21세기 최고의 라이벌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1992년 이후로 잉글랜드 최고의 강자는 맨유였습니다.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무려 10차례나 우승을 차지하며 90년대 이후 잉글랜드 최강팀의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맨유의 오래된 라이벌이자 80년대까지 잉글랜드 무대에서 최강자로 군림했던 리버풀이 단 한 차례도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맨유의 행보는 그야말로 '최강'이었습니다.

리버풀이 오랫동안 국내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맨유와 리버풀의 라이벌 의식은 과거에 비해 시들해진 느낌입니다. 리버풀이 맨유만 만나면 약해지는 것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한 몫하고 있고요. 대신 맨유를 괴롭히는 두 팀이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등장하게 됩니다. 다름 아닌 아스날과 첼시입니다.

두 런던 연고의 팀은 번갈아가며 맨유의 우승을 방해했습니다. 97/98, 01/02시즌에는 아스날이, 04/05, 05/06시즌에는 첼시가 맨유를 제치고 프리미어리그 왕좌에 올랐습니다. 아스날은 아르센 웽거 감독이 팀을 맡으면서 급속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첼시는 무리뉴 감독을 영입하면서 50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합니다.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이상하게도 웽거와 무리뉴 감독만 만나면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자, 맨유와 첼시, 맨유와 아스날이 만날 때면 감독 간의 설전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독설가' 무리뉴 감독은 종종 퍼거슨 감독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고도의 심리전을 펼쳤습니다. 감독 간의 치열한 설전은 21세기 새로운 라이벌, 맨유와 첼시의 라이벌 의식을 돋우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실제 타이틀 경쟁에서도 두 팀은 가장 치열하게 부딪히며 라이벌다운 경쟁을 벌였습니다. 무리뉴 감독의 첼시는 04/05, 05/06 두 시즌 연속 리그 우승컵을 차지했고, 2007년에는 맨유를 꺾고 FA컵 우승컵을 차지했습니다. 맨유는 팀을 정비하며 06/07, 07/08시즌 2연패를 이루어냈고, 두 시즌 모두 첼시가 맨유에 간발의 차이로 뒤지며 2위를 차지했습니다. 돈으로 우승컵을 샀다는 비난도 있지만, 첼시는 분명 빼어난 성적으로 국내외 무대에서 맨유를 위협하는 최고의 라이벌로 등극했습니다.

기다려온 '빅이어'

그러나 두 팀 모두 열망하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속칭 빅이어)입니다. 첼시는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인수하기 전인 1998년, UEFA컵 위너스 컵을 차지한 것이 가장 좋은 유럽무대 성적입니다. 로만이 무리뉴 감독을 영입한 것 역시 그의 UEFA컵과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을 높이 사서였고, 무리뉴 감독을 해고한 것 역시 부진한 챔피언스리그 성적 때문이었습니다. 그만큼 첼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갈망하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맨유의 선수와 팬들 역시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바라는 마음은 마찬가지입니다. 맨유 역시 특출난 국내무대 성적에 비해 유럽무대에서의 성과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1999년 트레블을 달성한 이후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맨유로서는 최근 좋은 국내무대에서의 성적을 유럽무대에서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 것입니다.

그리고 두 팀에게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철천지원수' 같은 라이벌에게 우승컵을 넘겨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죠.

그랜트와 퍼거슨, '진정한 승부사는 누구?'

무리뉴 감독의 후임으로 온 아브람 그랜트. 감독 경력이라고는 이스라엘 프로팀 감독과 대표팀 감독 경력이 전부인 그가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랜트 감독의 성공을 예견한 이는 드물었습니다. UEFA 감독 자격증이 없어 자격 논란이 일기도 했고, 무리뉴에 비해 팀 운용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난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랜트 감독은 묵묵하게 첼시를 이끌며 26승 8무 3패, 승률 70.3%의 놀라운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그런 그랜트 감독도 경험으로서는 퍼거슨 감독을 따를 수 없습니다. 맨유에서만 프리미어리그 우승 10회, FA컵 우승 5회, 리그컵 우승 2회, 챔피언스리그, 위너스 컵 우승 각 1회를 거둔 퍼거슨 감독의 능력은 가히 독보적입니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도 결국 첼시를 따돌리고 맨유를 우승으로 이끌며 그랜트 감독에게 '판정승'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맞대결 승부를 따진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그랜트 감독의 첫 경기였던 맨유와 첼시와의 경기에서 첼시는 0-2로 패하고 맙니다. 그러나 감독이 교체되는 어수선한 시기에 미켈이 퇴장당한 상황에서의 패배였기에 그랜트 감독으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습니다. 리그 후반기 첼시의 홈에서 열린 맞대결에서는 첼시가 2-1로 맨유를 꺾었습니다. 그러나 이 경기에 나선 맨유 선수들은 주중 챔피언스리그를 대비한 1.5군 급 선수들이었기에 진정한 맞대결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랜트 감독과 퍼거슨 감독의 세 번째 맞대결에서는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경기는 다름 아닌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두고 벌이는 경기이기 때문입니다. 21세기 들어 가장 치열하게 맞붙은 라이벌, 첼시와 맨유의 우위를 가릴 수 있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그 어떤 경기보다 손에 땀을 쥐게 할 경기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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