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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K!] 주목할만한 스트라이커 4인방

기사입력 2008.05.14 14:47 / 기사수정 2008.05.14 14:47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올 시즌 K-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골 잔치와 공격축구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다.

K-리그의 대명사였던 '0 대 0' 경기는 정규리그 9라운드 현재 고작 4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선제골을 넣고 '잠그기'를 시도하거나 최소한 비기기 작전으로 수비적인 경기를 보여주던 예전과는 달리 '한 골을 먹으면 두 골을 넣겠다'는 자세로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이면서 K-리그는 다시금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골이 많이 나려면 역시 공격수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명불허전'이라고,  조재진, 두두, 데얀, 라돈치치, 박주영, 이근호, 김은중, 에두 등 기존의 스타플레이어들은 여전히 공격포인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예 조동건, 서상민 등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수원의 무한질주를 이끌고 있는 신영록, 서동현, 조용태는 매 라운드 선제골과 결승골 등 영양가 넘치는 멋진 골들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올 시즌 주목할만한 기량을 보여주거나 예전에 비해 일취월장한 능력을 선보이고 있는 스트라이커 4명이 있다. 이들은 팀 성적에 가려있거나 비인기 팀에 있는 이유로 언론의 큰 관심을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올 시즌 '큰일'을 낼만한 선수들이다. 이들을 관심 있게 지켜본다면 올 시즌 또 다른 K-리그의 재미를 발견하지 않을까. 

정성훈 (부산 아이파크)

올 시즌 부산의 경기를 처음 봤을 때 모든 시선은 당연히 안정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한 경기 치르면서 점점 최전방에 서있는 장신 스트라이커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바로 올 시즌 김창수와 함께 대전에서 이적해 온 정성훈(29).

사실 지난 시즌 김호감독은 울산과 대전에서 공격수로 활약해오던 그에게 수비수로서의 보직 변경 명령을 내렸다. 좋은 체격에 비해 골결정력이 떨어지고 나이도 점차 먹어가던 그에게 중앙수비수가 더 어울릴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공격수로서의 꿈이 있었던 그는 FA자격까지 포기해가면서 부산으로의 이적을 수락했다. 시즌 전 안정환의 짝으로 헤이날도, 김승현 등과 꾸준히 거론되면서도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최근 경기에선 황선홍 감독이 그를 원톱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리기도 했다. 187cm 83kg의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제공권 장악 능력만으로도 그는 안정환과 좋은 공격 조합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위협적이지만 결정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대전시절에도 팬들에게서 '골 결정력이 너무 약하다'거나 그로 인해 수비수로 보직 변경 통보를 받았던 전력 때문에 '수비형 스트라이커'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던 그로서는 조금 더 문전 앞에서의 침착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서울의 이을용과 대전의 김형일만큼이나 흥분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 선수인 것 같다. 이런 점이 보완되고 안정환과 멋진 궁합을 보여준다면 그가 밝혔던 태극마크의 꿈도 결코 허황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장남석 (대구FC)

대구FC의 3년차 스트라이커 장남석(25). 특별히 빠르지도, 체격조건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발재간이나 파워가 대단하지도 않다. 그러나 그는 스트라이커로서 가장 큰 덕목 중 하나인 골 넣은 기술을 갖춘 선수다. 그의 득점 장면을 보면 강하고 빠른 슈팅으로 득점한 경우가 별로 없다. 대신 수비수나 골키퍼의 움직임을 보고 빈 곳으로 공을 정확하게 찔러넣는다. 인천과의 7라운드 경기에서 터진 멋진 로빙슛은 그의 능력을 보여주는 좋은 장면이다.

데뷔시즌인 2006년에는 정규리그에서 5득점 3도움, 컵대회 4득점 1도움 등 총 9득점 4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하며 팬들 사이에서 '수퍼루키'로 불렸지만 국가대표에서 맹활약하고 AFC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염기훈에게 그 해 K-리그 신인왕을 내주게 된다. 하지만, 스포츠토토 한국축구대상에서는 신인상을 받으며 그 활약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허리 디스크로 시즌 종료 후 곧바로 수술을 받은 그는 동계 훈련도 빠진 채 긴 재활훈련에 돌입했고, 결국 5월이 다 돼서야 몸이 회복됐지만 경기 감각은 크게 무뎌져 있었다. 그러나 시즌 막판 2골을 터뜨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알린 그는 올해 6득점 2도움으로 득점랭킹 2위에 오르며 대구의 '공격축구' 바람에 큰 힘을 싣고 있다.

8라운드 광주와의 경기에서 끝까지 '우겨넣는' 그의 득점을 보면서 AC밀란의 필리포 인자기가 떠오른다면 너무 지나친 해석일까? 하지만, 그만큼 발군의 센스와 골에 대한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함께 투톱을 형성하는 이근호의 공격부담도 훨씬 덜어주면서 대구의 공격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그를 발굴한 박종환 전 대구FC 감독도 허정무에게 그를 강력하게 추천했다고 하니, 그가 대표팀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길 한번 기대해 본다.

이진호 (울산 현대) / 사진: 이진호 선수의 팬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그의 미니홈피 글

개인적으로 K-리그에서 가장 흥미로운 스트라이커 중 한명이라고 하고 싶다. 일단 그의 플레이를 보면 파이팅이 넘친다. 공격찬스를 아쉽게 놓쳤을 때는 누구보다 아쉬워하며 커다란 제스처를 취하기도 한다. 요즘 잘나가는 수원의 신영록보다 더 열정적인 플레이어다.

이진호(23)가 팬들의 뇌리에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플레이오프였다.  당시 이천수와 최성국의 합류로 엄청난 기세를 몰아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던 울산이 4강에서 만난 팀은 후기리그 우승팀 성남. 우성용을 앞세운 성남에 선취골을 내줬지만 마차도가 그림 같은 오버헤드킥을 성공시켜 동점을 이룬 뒤, 후반전이 끝나갈 무렵 한 터프한 인상의 선수가 이천수의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해 성남 골문을 가르고 '텀블링 세레모니'를 선보였다. 그 사나이가 바로 이진호였다.

재밌는 사실은 이진호는 이날 경기를 끝으로 상무 입대가 결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결승골을 넣어 팀을 챔피언 결정전에 올려놓고도 정작 자신은 출전하지 못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하늘이 도운 것일까. 그는 훈련소 입소 첫날 평소 앓고 있던 발목과 쇄골뼈의 이상 때문에 귀가조치되었고  덕분에 챔피언결정전에 참가하게 된다. 그리고 울산은 K-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그는 챔피언이 되어 2개월 뒤 다시 상무로 입대했다.

2005 후기리그부터 울산의 '조커'로서 톡톡히 제 몫을 하다가 상무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며 기량을 성장시킨 그는 이제 울산의 조커에서 당당한 주전 공격수로 발돋움하고 있다. 컵대회 포함 3득점 2도움. 헤딩능력과 중요한 상황에서의 골결정력은 이미 정평이 났고 스피드, 공간 창출, 위치 선정, 몸싸움에도 능하다.

올해 18골(동료 유경렬은 힘들 것 같다고 농담을 했지만)과 득점왕 목표도 밝혔던 이진호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바로 그가 프로선수로서 팬들을 사랑하는 모습 때문이다. 얼마 전 제주와의 경기에서 득점 후 앰블럼에 키스를 하고 울산 서포터즈 '처용전사'를 향해 하트를 그리는가 하면 자신의 미니홈페이지에 그 세리머니가 결코 '팬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가족애'의 표현이었다는 글까지 남기는 모습에 팬들이 어떻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울산에서 태어나, 울산의 경기를 보고 자라고 울산에서 뛰고 있는' 울산맨 이진호. 그가 울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지금보다 더욱 더 당당하게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명중(광주 상무, 사진 왼쪽)

앞에 거론한 세 명 모두 데뷔이래 계속 공격수로 활약했던 반면, 김명중은 미드필더에서 공격수로 포지션을 변환한 케이스다. 신인시절에는 수비형 미드필더였지만 작년에도 따바레즈가 출전이 어려울 땐 대신 공격형 미드필더를 봤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상무 입대 후 그의 능력을 눈여겨본 이강조 감독이 그에게 공격수로의 변신을 제안했고, 올해부턴 처진 스트라이커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신은 현재까진 감히 성공이라 할 수 있다.

U-20 청소년대표와 포항스틸러스를 거쳐 올해 상무에 입대한 그의 2005년 데뷔이래 득점숫자는 '0'. 그래서인지 성남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골을 기록했을 때만 해도 '얻어걸렸겠지'란 눈치를 받았지만 바로 경남과의 경기에서 득점을 이어가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포항 시절 줄곧 조커로 투입되었지만 광주에서 선발로 출전하면서 벌써 리그에서 6득점 1도움을 기록중이다.

슈팅 능력도 좋고 특히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헤딩이 뛰어나다. 대구와의 경기에서도 멋진 헤딩골을 보여줬고 전남과의 경기에선 비록 득점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해트트릭을 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만큼 멋진 두 번의 헤딩슛과 날카로운 중거리슛을 보여줬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올해 새롭게 장착한 새로운 무기가 있으니 바로 자신감이다. 그가 스스로 밝혔듯이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그의 실력이 온전히 그라운드에서 발휘되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특히 크로스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중앙으로 쇄도하여 득점기회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김승용과 함께 광주의 공격을 날카롭게 해주고 있다.

최근 창단 이래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광주가 올해 뭔가 '큰일'을 낸다면 그 주인공은 김명중이 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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