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영웅’은 안중근을 중심으로 실제 일어난 일을 다룬 뮤지컬이다. 그중 설희는 가상 인물이다. 조국을 잃은 아픔과 당시 조선인의 슬픈 애환을 대변해야 하는 캐릭터다. 실존 인물과 역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에서 가상 인물을 연기하기란 쉽지만은 않을 터다.
박정아는 “신마다 충실히 하려고 노력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희는 외로워요. 장면 사이에 부수적인 이야기가 없고 추억을 쌓았거나 하는 걸 보여주지 않거든요. 안중근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보여주느라 그렇지만, 그런 면에서 표현하는 게 힘들었어요. 황후마마를 그리워하고 (독립운동가를 돕기로) 결심하는 걸 다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커서 어려움을 느꼈죠.
발성적인 부분에 신경을 뺏긴 나머지 표현을 잘하지 못해 많이 걱정했어요. 호흡 하나까지도 그냥 할 수가 없었죠, 자칫 정신을 놓으면 랩을 하게 되고 감정이 격해지는 장면에서는 말이 빨라서 알아들을 수 있을까 걱정했죠. 그래도 그 신에 최선을 다하고 충실하려고 노력했어요.”
쥬얼리의 보컬이자 가창력을 인정받은 가수 출신이지만, 뮤지컬 ‘영웅’에서는 발성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어려움에 부딪혔다. ‘당신을 기억합니다 황후마마여’를 연습할 때는 괴로울 정도로 힘들었단다.
“정말 괴로웠어요. 발성 자체가 달랐고 입시 곡으로 쓰일 정도로 정말 만만치 않은 곡이에요. 지금도 처음 연습실 갔을 때를 생각하면 아찔할 만큼 너무 어려웠어요. 넘버를 소화하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어요. 설희의 넘버가 고음이고 호흡을 길게 만들어야 하고 자기만의 색깔로 불러야 하잖아요. 동시에 워낙 유명하고 즐겨듣는 곡이어서 더 부담스러웠어요.
매니저가 23살인데 동생 앞에서 다 큰 어른이 울었죠. 한계이고 과욕인가? 생각대로 안 돼서 분하기도 하고 자괴감에 빠졌는데 바로 다음 날 한걸음 늘어났어요. 갱생 작품이 됐죠. 하루하루 달라지는 게 느껴져서 너무 재밌었어요. 사실 복잡 미묘한 감정이에요. 서울 공연이 끝났을 때 시원하면서도 그동안 못했던 걸 생각하면 죄송스럽고 괴로웠거든요.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에서 잘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부족해서 속상하기도 하네요.”
힘들었던 시간만큼 성취감도 맛봤다.
“(정)성화 선배도 그렇고 주위에서 해냈다, 이겨냈다고 말해줬어요. 한 단계,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많은 걸 배우고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거로 해석했어요.”
한국 근대사의 유명한 독립 운동가 안중근 의사를 다룬 ‘영웅’을 계기로 역사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설희는 가상 인물이지만, 대부분이 실존 인물인 만큼 캐릭터의 성격, 행동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역사를 돌아봤다.
“역사에 대한 관심은 일반적인 수준 정도였는데 이제는 안중근의 ‘영웅’을 하고 있어서 다 보여요. (웃음) 예전에는 있는 줄 몰랐는데 이제 남산에 있는 안중근 기념관도 보이고 여기저기 다 보이더라고요. ‘영웅’에 나오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도 봤고요.
첫 공연 때 너무 떨려서 날 믿지 못하겠더라고요. 잘할 수 있을까 하다가 일본에서 만든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안중근 의사의 강직함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 감동을 한 일본 간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찾아서 봤어요.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고 사명감을 느끼게 됐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