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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녹인 '해빙'③] 김대명 "배우 생활, 연기 만족하는 날 올까요" (인터뷰)

기사입력 2017.03.11 09:00 / 기사수정 2017.03.10 16:25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두 번 보니까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 처음엔 잘 모르다가, 마지막으로 달려가면서 제가 상상했던 것들이 맞춰지는 재미가 있었어요. 영화라는 게 눈 앞에 있기도 하고, 눈 위나 뒤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머릿 속에서 계속 보이지 않는 장면들을 상상을 하잖아요. 아, 이거 너무 홍보성 멘트인가요?"

영화 '해빙'(감독 이수연)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배우 김대명이 서글서글한 웃음과 함께 조심스럽게 영화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1일 개봉한 '해빙'에서 김대명은 정육식당 사장 성근을 연기했다.

성근은 한때 미제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했던 지역에서 대대로 정육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도망간 필리핀 출신 전처가 낳은 사춘기 아들과 재혼한 아내, 치매 아버지 정노인(신구 분)과 함께 살며 내과의사 승훈(조진웅)에게 식당 위 원룸을 세 준다.

지나치게 친절함을 베푸는 성근의 모습에 승훈의 의심은 커져가고, 정육 식당의 미묘한 분위기와 함께 성근과 승훈이 부딪히며 만드는 긴장감은 '해빙'을 보는 내내 숨을 죽이게 만든다.

'해빙' 개봉을 하루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대명은 "많이 기다렸어요"라고 미소 지으며 "제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궁금했던 영화라고 해야 할까요. 시나리오를 다시 정독하면서 퍼즐처럼 맞춰지는 게 있더라고요. 사람들이 재밌어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죠"라고 얘기했다.

'해빙'은 2015년 7월에 촬영을 시작해 그 해 10월 크랭크업 후 개봉까지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tvN 드라마 '미생'의 속 깊은 김대리에 이어 KBS 드라마스페셜 '붉은 달'과 영화 '덕혜옹주' 특별출연, '판도라', 드라마 '마음의 소리'로 다양한 얼굴을 시청자와 관객에게 선보인 후 다시 '해빙'으로 돌아왔다. 끝까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성근의 감정과 얼굴을 연기하는 김대명의 모습에 시선이 꽂힌다.

"시나리오를 보고 거칠고 투박하고, 섬세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감독님과 만나서 얘기하고 싶었죠. 만나고 나서는 믿음이 생겼고요. '그럼 내가 여기서 한 번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를 꺼내보자'는 생각을 했죠. 배우들은 다 그렇겠지만, 자기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무기가 있을 거예요. 그걸 자신 있게 꺼내도, 플러스가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김대명은 '해빙'이 보는 이들의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 미묘한 온도의 차이를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서늘한 표정으로 정육 작업을 위해 발골용 칼을 드는 김대명의 얼굴은 궁금증을 더하는 요소 중 하나다. 김대명은 "(그 모습을) 보고 나서 주변 사람들이 고기를 많이 못 먹겠다고 하시더라고요"라고 웃으며 "신구 선생님이 돼지고기를 먹는 그 장면에서도, 상상만으로 구현해 나가는 에너지가 정말 확실히 어렵고, 또 표현했을 때 임팩트가 센 것 같았어요"라고 설명했다.

실제 발골하는 장면에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발골은 몇 년을 배워도 힘들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한 김대명은 "그래서 더 뭔가 아슬아슬한 지점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저희 영화가 15세 관람가잖아요. 담배를 피우는 장면도 없고, 욕도 없고 문제가 될 장면들이 없는데 상상력을 더 세게 하는 그런 것이 있는 것 같아요"라면서 생각에 잠겼다.

성근 캐릭터를 연구하면서도 어떤 것을 특별히 참고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김대명은 "밖에서 (참고할 캐릭터를) 찾다 보면 그 안에 갇히게 되더라"면서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도록 선을 그어두려 하지 않아요"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김대명은 '해빙'을 마주하며 자기와의 싸움을 이어나갔다. "미묘한 감정의 지점을 유지해 나가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배우 생활이 끝날 때까지, 그게 쉬워지는 순간이 올까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어느 배역에도 맞춤옷처럼 스며들며 보는 이들에게 몰입감을 선사하는 그의 연기지만, 스스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순간이 훨씬 많다.

"만족은 항상 못하죠. '내 연기가 만족스러워'라는 얘기는 죽어도 못할 것 같아요.(웃음) 특히 이번 작품은 극과 극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중간의 선을 지켜가야 했기 때문에 저를 믿거나 감독님을 믿을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래도 다행히 '나쁘진 않았구나'라는 생각은 들어요."

자신을 향한 시선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감사함과 책임감을 함께 느끼고 있는 시간들이다. 김대명은 "주변 사람들이 '역할이 커지고 있어서 좋겠다'고 말을 많이 하는데, 그만큼 어깨에 얹어야 되는 게 많아지는 것 같아요. 커다란 자본과 스태프들의 꿈같은 것이요. 저만 좋아서 연기를 할 때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솔직한 마음을 토로했다.

김대명은 현재 영화 '골든슬럼버'를 촬영 중이다.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 배역 크기와 상관없이 이야기 안에 들어가서 내가 어떤 지점을 채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작품을 고른다고 말한 그는 "지금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이 제 욕심인지, 아니면 용기인지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죠"라고 작품을 선택하는 배경을 함께 전했다. 그리고 여전히 차분하고 또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 앞에 놓인 길을 조심스레 한 걸음씩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한 작품, 한 작품 들어가서 만들어가고 또 끝내는 재미가 커요. 작품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공들여서 빚은 또 하나의 내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궁금하죠. 어떤 캐릭터를 맡는가는 어떻게 보면 배우 생활에 있어서 숙명 같은 것이잖아요. '마음의 소리'를 했을 때, 사람들이 '웃을 일이 없었는데 덕분에 맘 편히 웃었다'고 말해주시는 게 정말 기뻤거든요. 제 있는 모습을 그대로 봐주시는, 그런 부분에 항상 감사하면서 연기해나가야죠."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서예진 기자,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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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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