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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칼럼] 피겨유망주들에게 '밝은 미래'를 건설해주자

기사입력 2008.04.20 11:51 / 기사수정 2008.04.20 11:5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피겨계는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스포츠의 모든 종목을 통틀어 가장 인기 있는 선수 중 한 명인 김연아(18, 군포 수리고)에게 모든 시선을 집중하고 있지만 이제 김연아 개인에게 기대를 거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활성과 밝은 미래를 위해 준비해 나가는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이 한국 피겨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김연아란 선수를 통해 전 국민에게 피겨가 낯선 음지의 영역에서 나왔으며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피겨 지망생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 이러한 유망주들을 꾸준하게 육성시키고 더 나아가 한국 피겨계의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하려면 이에 걸맞은 체계적인 지원 정책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 예로 한국 첫 피겨 전문 클럽인 온세통신 팀이 출범하였고 스포츠 토토를 통한 '피겨 꿈나무 육성 캠페인'등이 일어나는 부분은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전문적인 클럽의 부족으로 가족의 희생이 따르는 피겨스케이팅

그동안 한국에서 피겨를 하는 선수들은 국가적인 지원 정책이 너무나 부족해 가족들과 주변 코칭스태프들이 지원해 모든 것을 자족적으로 운영해 갔습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피겨스케이팅은 가족들, 특히나 어머니의 솔선수범과 희생이 상당히 따르는 종목입니다.

서울의 빙상장을 포함한 안양과 과천 등지의 빙상장을 찾아보면 빙판에서 몇 번이나 넘어지며 힘겹게 훈련하는 어린 선수들을 지켜보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다들 10대 초, 중반의 어린 선수들인 게 부모님들의 존재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문적인 클럽이 부재해 선수들의 이동과 뒷바라지의 몫의 전적으로 어머님들의 책임지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김연아가 지금의 정상에 오르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공로를 세운 인물은 바로 어머니인 박미희씨입니다. 사실 박미희씨는 이제 웬만한 피겨 코치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피겨스케이팅에 해박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년 동안 어린 김연아를 돌보며 세계 유수의 대회에 함께했던 박미희씨는 어느 새엔가 김연아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가장 가까운 코치가 되어주었습니다.

이러한 예는 다른 선수들의 어머니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최연소 국가대표이자 2008 트리글라프 트로피 대회 노비스(13세이하)부분에서 우승한 윤예지(14, 과천중)의 어머니인 양진희씨도 늘 윤예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양진희씨는 현재 윤예지가 겪는 애로사항 중, 가장 고충으로 털어놓은 점은 밤 10시 30분에서 11시가 넘는 늦은 시간에 빙상장에서 훈련하는 현실입니다. 현재 151cm의 윤예지의 키가 다른 선수들보다 작은 것도 항상 밤늦게까지 연습하고 취침을 해야 할 시간에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해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도 담고 있었습니다.

현재 전문적인 피겨전용 훈련링크가 없는 점은 한국 피겨계가 안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부분입니다. 대부분의 빙상장은 수익을 통해 운영이 돼가니 낮 시간과 사람들이 많이 몰려드는 시간에 전적으로 선수들을 위해 빙판을 대관해 줄 수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자신들의 의지와는 다르게 늘 '올빼미 족'이 돼서 늦은 밤에야 훈련에 임할 수 있는 유망주들의 현실을 너무나도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이렇게 국내의 현실이 열악하다 보니 선수들의 발전을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해외전지 훈련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러나 해외전지훈련 비용은 몇 천만 원대를 오가는 박대한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해 경제적으로 든든한 가정이 아니라면 아무리 기량이 훌륭해도 전지훈련조차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부딪히고 맙니다.

 피겨스케이팅을 전문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빙상연맹의 발전이 무엇보다 필요

김연아로 인해 드러난 한국의 열악한 피겨환경과 피겨전용링크가 없는 부분에 대해 한국빙상연맹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애초부터 빙상경기에 대한 마인드가 후진국이었던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까지 관할하는 빙상연맹이 체계적이고 선진적인 운영 안을 짜가기엔 여러 가지로 무리가 있었습니다.

김연아의 등장으로 인해 여러 가지 자성론이 나오고 있지만 애초부터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은 거의 없는 상태였으며 김연아와 윤예지 등의 선전으로 이처럼 주목을 받은 상황에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안은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재정적으로 열악한데다가 전문적인 피겨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인력까지 부족해 보이는 빙상연맹의 현행 체제 아래선 능동적인 발전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비록 온세통신이란 피겨클럽이 탄생하고 김연아로 인한 꿈나무 지원 정책안이 나오고 있지만 이런 성과만으론 거시적인 발전을 논하기엔 여전히 부족해 보입니다.

김연아는 물론 윤예지란 유망주를 통해서 한국이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미래가 구체적으로 보이고 있다면 이제 국가가 나서서 자국에서 강점을 보이고 발전 가능성이 충만한 종목에 대해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미 일본은 90년대 이토 미도리의 출연 이후 일본 피겨스케이팅의 발전 가능성을 내다봤으며 이로 인한 집중적인 투자가 현재의 피겨강국을 완성한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이제 한국도 피겨스케이팅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선수들을 뽑아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선수들로 양성하려면 유망주들의 출연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지탱해 줄 전문적인 피겨 지도자와 행정 인들의 양성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피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수록 이곳으로 몰리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좋은 선수가 양성되려면 그 선수들을 육성해주고 관리해줄 수 있는 전문적인 인력들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이렇게 깨어있는 피겨 인들이 하나 둘씩 늘어날 때, 한국의 피겨환경은 성장할 수 있고 좋은 환경 속에선 반드시 뛰어난 선수가 탄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내달 5월 중순이면 한국피겨의 부흥을 일으킨다는 취지의 '페스타 온 아이스쇼'가 목동에서 열립니다. 이러한 대회의 개최가 긍정적인 면으로 흐르면 피겨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피겨의 관심으로 일어난 이 기회를 단지 한탕주의의 상업성에만 치중한다든가 아님, 김연아를 비롯한 유망주들을 피겨 선수보다는 엔터테이너 적인 측면으로 이용한다면 한국 피겨의 발전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김연아로 부흥된 이 물결은 일시적인 거품으로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피겨계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깨어있는 시각으로 솔선수범해서 나서지 않는다면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밝은 미래는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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