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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여자배구 국가대표, 그들은 왜 부상병동?

기사입력 2008.04.17 08:33 / 기사수정 2008.04.17 08:3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전 세계 배구 계에 있어 가장 큰 대회는 바로 올림픽입니다. 월드컵 대회와 세계선수권, 그리고 남자배구의 월드리그와 여자배구의 그랑프리 대회가 있지만 올림픽의 비중은 아직도 가장 큽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올림픽에 출전하려고 하는 세계 곳곳의 배구 국가들의 경쟁력은 그만큼 치열합니다. 단순히 올림픽 본선에서 거둘 순위를 떠나서 올림픽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그 국가의 배구 정책과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했다고 평가하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세계 유수의 배구 국가들은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부단히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여자배구가 가장 중요한 대회인 올림픽 예선전을 코앞에 둔 이 시점을 살펴보면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올림픽에 대비해 최상의 전력을 완성해나가야 할 이 시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주포인 김연경(흥국생명)과 배태랑 미들블로커 정대영(GS 칼텍스)은 현재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상태입니다. 게다가 라이트 윙 공격을 주도할 황연주(흥국생명)마저 무릎 연골 부상으로 2차 검진을 받고 최종 판단을 받을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기형적인 프로화가 가져다준 부작용

배구가 가장 인기 있는 구기 스포츠 중 하나인 일본은 한국에 비해 엄청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남자부 8개 팀, 그리고 여자부 10개 팀에 2부 리그도 갖춘 상태지만 한국과 같이 본격적인 프로화를 출범시키지 않았습니다.

원인은 '프로화로 인해 일본 배구계가 얻을 장점들이 아직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토록 선수층이 두텁고 대중적인 인지도가 뛰어난 배구를 서둘러 프로화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프로화가 진행되면 배구계의 흐름은 국내프로리그 위주로 넘어가게 되고 선수들에 대한 최종 선택권도 각 구단들의 영향력이 더 강해집니다. 또한, 국가대표팀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어서 프로화가 걸림돌이 된다는 것도 이유입니다.

그러나 한국배구는 프로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부분이 변했습니다.

바로 리그가 길어지고 경기 수가 많아지자 이 대장정의 레이스를 소화할 선수들의 부상과 체력적인 고갈이 심해졌습니다. 물론 경기 수가 늘어나면 많은 관객에게 배구를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다른 프로스포츠들과 경쟁적인 시스템을 갖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점은 프로화란 구조를 올바르게 지탱할만한 선수들의 인적자원과 한국 배구의 인프라가 과연 존재하느냐는 것입니다. 프로 초기엔 배구의 프로화에 대해 여러 가지 찬반양론이 들끓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프로리그를 운영하기엔 너무나 적은 팀 수와 얇은 선수층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이런 부분을 프로리그로 활성 시켜 새로운 구단을 창단시키고 이로 인해 더 많은 배구 인구를 늘리자는 취지를 연맹 측은 내비쳤지만 프로 출범이 4시즌이 끝난 이 시점에도 한국 전력의 프로화를 제외한 새로운 구단의 창단은 남녀 팀 모두에게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프로가 출범한 나라에서 고등학교와 중학교 팀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역효과가 일어났습니다.

또한, 배구의 유망주를 찾는 것은 프로화가 출범하기 전보다 오히려 더 힘들어졌습니다. 이렇게 되다 보니 선수들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기존에 잘하던 선수들이 국내 리그와 국제 대회를 모두 지속적으로 참가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V리그의 리그 조정과 경기수가 문제시 되고 있습니다. 원리원칙을 따진다면 분명히 경기수와 리그가 늘어나는 것이 프로리그를 더욱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유념해야 할 부분은 과연 그러한 규모를 한국 배구가 제대로 짊어지고 갈 만큼 규모가 크고 선수층이 두텁나는 것입니다.

남자 프로팀은 겨우 4개에 불과하며 여자팀도 5개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아직도 승리지상주의에 모든 구단들이 혈안이 되어 있어서 주전 선수들이 아픈 몸을 이끌면서도 지속적으로 경기에 투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벤치에만 머물고 있던 유망주들은 어느 순간 하나 둘씩 배구 코트를 떠나게 되고 기존의 주전 선수들을 대체할 새로운 유망주들과 다크호스들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닥쳐오니 국가대표에서도 그렇게 각 팀에서 줄기차게 뛰었던 선수들을 다시 선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합니다. 이번 올림픽 진출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에서 가장 필요한 김연경과 정대영은 국내 리그에서 많은 양의 공격을 감당하며 지속적으로 경기에 출장했습니다. 문제는 김연경과 정대영이 소속된 흥국생명과 GS칼텍스는 이 선수들이 빠지면 경기력이 크게 저하될 만큼 대체할 선수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렇다 보니 잘하는 선수 몇 명만 국내 리그와 국제 대회에 계속 뛰면서 자연스럽게 ‘혹사’가 이어지게 됩니다. 그 결과 김연경은 프로무대 데뷔 3년차가 된 지금, 벌써 매 시즌이 끝날 때마다 무릎 수술을 받았으며 정대영 역시 아무리 강철 체력을 지녔다고 해도 인간의 몸인 이상 버틸 기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올림픽 출전여부와 상관없이 배구계의 대대적인 자성이 필요

그나마 대표팀에 합류한 황연주와 한유미도 무릎 부상을 비롯해 갖가지 잔부상들을 몸에 안고 있습니다. 이 선수들을 대신할만한 선수층의 인프라가 조금이라도 발전하지 않는다면 여자배구계의 유망주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조기 은퇴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형적인 프로화의 잔해와 각 구단들의 체계적이지 못한 선수관리로 인해 가장 중요한 대회인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최상의 팀을 구성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지금 태릉에서 훈련 중인 선수들 몇 명도 부상으로 인해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지도 미지수입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출전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한국 배구계의 연맹과 협회, 그리고 각 구단들은 많은 자성을 통해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형태가 지속된다면 한국은 이제 일본과 경쟁하는 팀이 아니라 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신흥강호들에도 패배하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날들이 올지도 모릅니다.

[사진=황연주 (C) 대한배구연맹]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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