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14 06:29 / 기사수정 2008.04.14 06:29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13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렸던 2007~2008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1로 누르고 3년 만에 다시 정상을 밟았습니다. 실업시절까지 합하면 10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업적을 남겼습니다.
삼성화재는 한동안 지나친 독주로 인해 많은 배구 팬들의 등을 돌리게 했던 전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쇼맨십이 부족하고 배구에 진지한 노장들이 많은 관계로 인해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지 않는 딱딱한 구단이라는 인상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결코, 폄하할 수 없는 구단임은 확실합니다. 무엇보다 현재 삼성화재가 추구하는 탄탄한 기본기와 수비력은 한국배구의 유망주들이 익혀야 할 교과서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최근 국제배구는 수비보다는 높이를 강조하고 다양한 루트에서 쏟아지는 공격 배구의 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 배구도 이러한 국제의 시류에 따라가려면 지금보다 뛰어난 높이와 전 공격수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며 펼치는 다양한 공격 루트를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그러나 유럽과 남미, 북미의 선수들에 비해 높이와 파워가 떨어지는 동양권 선수들에겐 무엇보다 세밀한 기본기와 수비력이 있어야만 그들과 동등한 수준의 공격력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작년 2007 월드컵 대회에서 대학생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은 단 2승만을 거두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학생 공격수들의 높이는 좋아졌지만 기본적으로 리시브가 안 되고 상대방의 공격을 차단해야 할 블로킹과 디그의 기본기들이 현격히 떨어져 있었습니다.
높이와 파워가 한층 뛰어난 그들을 상대하려면 동양권 선수들은 보다 기민하게 움직이는 스피드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세트플레이가 필요합니다. 그러한 플레이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리시브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수비조직력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 국제무대의 높은 블로킹을 이길 다양한 공격들이 나오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을 순차적으로 완성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기입니다. 또한, 특정 상황에서 생각하고 플레이 할 수 있는 창의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현재 한국배구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창의적인 플레이를 선수들이 스스로 할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현대캐피탈의 김호철 감독도 선수들의 창의성이 떨어져 즉흥적인 플레이에 약하고 약속된 플레이엔 능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기본기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 큽니다. 수비의 배구를 추구하던 공격의 배구를 추구하든 간에 어느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기복 없는 플레이를 보이려면 기본기의 완성은 필수적으로 따라야합니다.
현재 삼성화재는 기본기가 탄탄한 노장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비록 공격의 높이와 세기가 약해 안젤코에게 해결사 역할을 상당부분 맡기지만 위급한 상황에서도 삼성화재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것은 바로 모든 주전 선수들이 기본기가 탄탄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3차전에서도 상대방의 공격을 디그로 걷어올린 뒤, 안정적인 2단 연결이 해결사 안젤코에게 이어지는 점은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안젤코가 2단 연결을 공격으로 확실하게 성공시키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디그와 2단 연결이 이루어지는 부분입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나타난 삼성화재의 철벽수비는 서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신치용 감독은 삼성화재의 블로커들이 높이가 낮은 것을 지적하며 강하고 코스가 예리한 서브로 상대방의 공격을 둔화시켜 블로킹으로 차단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현대캐피탈을 잡기 위한 1차적인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선수들 간의 철저한 분석으로 이루어진 수비의 위치, 그리고 블로킹의 위치는 서브를 넣는 순간부터 가동됩니다. 서브가 떨어지는 지점에서 리시브가 이루어지면 상대방 세터인 권영민의 토스가 어디로 이어질지를 미리 예상하며 그곳에 중앙의 미들블로커는 물론 사이드블로커까지 철저하게 따라가 길을 차단합니다.
이러한 대비는 구체적으로 들어맞아 국내 최고의 블로커들이 즐비한 현대캐피탈보다 오히려 블로킹에서 삼성화재가 우위를 차지했습니다. 블로킹의 우위는 상대방 공격의 무력화를 야기하고 블로킹이 성공되지 않아도 그 다음 단계인 유효블로킹, 혹은 리베로인 여오현과 석진욱, 그리고 손재홍이 위치한 자리에서 디그로 성공하는 횟수도 많아집니다.
실제로 삼성화재는 1차전에서 한 경기 최다 디그 성공을 기록했으며 현대캐피탈의 공격을 줄기차게 허공으로 띄우는 극강의 수비력은 3차전까지 내내 빛을 발휘했습니다. 이렇게 탄탄한 수비력으로 올려진 디그를 바로 득점으로 연결하려면 2단 연결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국의 남녀대표팀이 국제대회에 나가 늘 부족하게 여겨지는 부분은 바로 2단 연결의 완성도에 있습니다. 바로 세컨드 찬스를 제대로 살리려면 디그로 올라온 볼을 공격수가 제대로 공격할 수 있게 올려주는 2단 연결이 필수적이고 이 부분에서 그 선수들의 기본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삼성화재는 세터 출신인 신선호의 안정된 토스웍을 비롯해서 여오현과 석진욱 등이 모두 2단 연결에 능통한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극강의 디그로 올려진 볼은 바로 안젤코가 최대한 때리기 좋게 올려지니 자연스럽게 성공률도 높아지는 것입니다.
안젤코는 스스로 실력도 뛰어나지만 삼성화재의 수비진과 최고 세터 최태웅의 특혜를 효과적으로 정착한 공격수이기도합니다. 진정한 해결사는 단지 그 공격수의 역량을 떠나서 얼마나 안정적인 디그와 2단 연결을 이루어지느냐 에도 달려있습니다.
삼성화재가 추구하는 배구는 현재 세계적인 흐름을 생각할 때 최상의 배구로 평가받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신체적인 조건과 높이는 좋아졌지만 여러모로 기본기가 부족한 국내의 젊은 선수들을 생각할 땐, 분명히 숙지해볼 부분은 적지 않습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LIG 손해보험의 박기원 감독은 내년시즌을 대비해 아주 기초적인 부분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삼성화재의 우승은 현 한국 배구가 극복해야 할 한계점을 보여준 부분도 있지만 진정한 선수로 갖춰지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인 기본기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사진 (C) 대한배구연맹]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