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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안젤코는 과연 난공불락?

기사입력 2008.04.09 07:00 / 기사수정 2008.04.09 07:0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이제 2007~2008 NH 농협 V리그 남자배구도 최종 챔피언전만 앞두고 있습니다. 4년 연속으로 남자프로배구 최고의 맞수인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매치 업이 이루어졌지만 지난 시즌과 올해의 전망은 여러 가지로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지난 2006~2007시즌은 비록 삼성화재가 정규리그에서 우승을 했지만 객관적인 전력과 시즌 막판에 보여준 양 팀의 집중력을 생각할 때, 현대캐피탈의 우승이 점쳐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현대캐피탈의 일방적인 승리로 나타났습니다. 배구는 가장 의외성이 드문 대표적인 종목으로 양 팀에서 나타나는 객관적인 전력에 따라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여러 배구 전문가들은 지난해와는 달리 삼성화재의 우승을 점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주전선수들의 평균 나이가 32세인데다가 평균 신장도 프로팀들 중 가장 적은 편에 속하는 삼성화재가 이토록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노련한 베테랑 선수들의 조직력에 안젤코라는 외국인 선수의 다양한 공격루트가 아주 적절하게 조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는 안젤코를 가리켜, 저 선수의 기량이 LIG의 팔라스카와 대한항공의 보비보다 더 일취월장 하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쉽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외국인 선수에 비해 가장 팀의 조직력에 잘 녹아든 선수라고 말한다면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안젤코입니다.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이 말했듯, 처음에 본 안젤코는 높이와 파워는 좋았지만 기본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미완성의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신치용 감독은 그런 안젤코에게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것은 삼성화재의 플레이에 자연적으로 녹아든 안젤코로 만들려는 신감독의 실험이 그래도 성공해 곧바로 삼성화재의 전력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수비조직력과 한국 최고의 세터인 최태웅이 버티고 있지만 공격력에 있어서는 프로팀들 중 가장 떨어져 있는 팀이 바로 삼성화재입니다. 팀의 특성상 결정타는 물론 팀 공격의 비중을 40% 이상 해줘야 하는 것이 안젤코의 임무인데 효율적인 배구를 생각한다면 특정선수에게 이리도 치중하는 배구가 그리 탐탁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난 시즌 단순한 백어택과 오픈 공격, 그리고 간혹 보이는 이동 시간차만을 정착했던 레안드로와는 달리 안젤코는 실로 다양한 공격루트를 몸으로 익혔습니다. 또한, 안젤코는 그냥 타점과 높이로만 공격을 하는 선수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랬다면 잡기가 한결 수월했겠지만 적절한 타점에서 볼을 그냥 내리꽂는 스타일이 아닌 자신이 가진 든든한 파워를 활용해 밀어 때리는데다가 상대방의 블로킹까지 적절하게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신치용 감독은 안젤코를 단순히 높이와 파워만 갖춘 선수로 국한하지 않았습니다. 공격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때론 수비에도 가담케 하고, 볼을 때리는 위치도 레프트, 라이트를 가릴 것 없이 어느 자리에서도 제대로 공격할 수 있는 전천후 스파이커로 완성했습니다.

또한, 다른 팀에 있는 브라질 선수들과는 달리 한결 뛰어난 파워를 지닌 안젤코는 상대방의 블로킹을 보고 그 사이를 이용한 밀어 때리기에도 익숙해 블로킹에 맞는다고 해도 그것이 보비의 스파이크처럼 손쉽게 유효블로킹이 될 확률이 낮습니다.

공격하는 위치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위치에서도 때릴 수 있고 그나마 제대로 따라가서 블로킹을 하려고 하면 강한 파워로 밀어서 때리니 블로킹에 맞는다 하더라도 코트 밖으로 크게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배구도사들이 즐비한 삼성화재의 선수들의 영향도 받아 블로킹을 피하고 이것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터득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타고난 체력도 있었겠지만 삼성화재의 좋은 훈련 환경 속에서 체계적인 체력 훈련도 병행해 그토록 많은 공격분담을 소화했으면서도 아직까지 체력에 자신이 있을 만큼 강한 여유도 보이고 있습니다. 몸 상태가 최고인 안젤코와 리시브와 수비, 그리고 최태웅의 손끝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날의 삼성화재는 참으로 잡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안젤코가 소화하는 공격루트는 다양합니다. 레프트에서 때리는 빠른 C퀵 오픈과 라이트 오픈, 라이트 벡어택에 중앙 시간차 공격, 여기에 간혹 구사하는 중앙시간차 벡어택까지 소화하는 안젤코는 여러 가지 공격 루트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블로킹과 수비 위치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위력적인 공격수가 있다고 해도 특정선수에게 집중된다면 결코 난공불락은 아닙니다. 이미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에서 당해본 경험을 되살려 본격적으로 안젤코 차단에 대한 여러 가지 전략을 들고 나올 것입니다. 또한, 제아무리 다양한 루트에 힘으로 무장한 안젤코의 공격이라 할지라도 한국 최고의 블로커들이 버티고 있는 현대캐피탈을 생각한다면 공격 성공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삼성화재로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안젤코를 제외한 다른 공격수들의 역할입니다. 안젤코 이외에 최소한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점수를 올려줄 공격수가 2명 이상으로 존재한다면 삼성화재의 전체적인 공격력은 물론이거니와 안젤코 역시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장병철과 석진욱, 그리고 손재홍 등의 윙스파이커들이 얼마만큼 활약해 주느냐가 삼성화재의 최고 관건이라 여겨집니다. 또한, 최태웅 세터가 이번 시즌 들어서 더더욱 유용하게 활용한 중앙 속공의 위력 여부도 삼성화재가 챔피언으로 가기 위한 관건 중 하나입니다.

현대캐피탈은 플레이오프 2차전과 최종 3차전에서 보비와 공격을 주도해가는 신영수를 적절하게 봉쇄하고 무력화시켜 대한항공의 공격성공률을 무마시킬 수 있었습니다. 안젤코 차단도 중요하지만 그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의 봉쇄여부도 현대캐피탈이 달성해야할 중요한 부분입니다.

분명한 것은 대한항공의 보비나 서브리시브와 조직력이 미진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LIG의 팔라스카의 공격에 비해 안젤코의 위력은 훨씬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의 선전 없이 그저 홀로 분전하는 공격수의 위력은 점차 한계점에 다다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대캐피탈의 김호철 감독의 말대로 다른 삼성화재의 공격루트를 차단해 가면서 최종 5차전까지 간다면 오히려 우승의 확률은 현대캐피탈이 더 높아질지도 모릅니다. 이에 반해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은 특유의 조직력을 위시한 안젤코와 다른 공격수들을 활용해 시리즈를 빨리 끝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 챔피언 결정전의 관건은 바로 1차전과 2차전에 달려있습니다. 또한, 안젤코의 공격성공률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공격수들의 루트를 얼마나 무력화시킬지도 현대캐피탈에겐 중요한 과제입니다.

따라서 안젤코의 위력 역시 삼성화재 특유의 조직력에 달려있습니다.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낼 선수는 안젤코이겠지만 사실상 삼성화재의 결정적인 열쇠는 최태웅 세터를 비롯한 노장 주전 선수들에게 달려있습니다.

[사진=안젤코 (C)  장준영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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