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07 11:24 / 기사수정 2008.04.07 11:24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6일(현지시간) 열린 미들즈브러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경기는 긱스에게 중요한 의미의 경기였습니다.
다름 아닌 자신의 750번째 경기였거든요. 바비 찰튼이 세운 759경기 기록을 9경기 남겨둔 상황에서 750경기 기록은 남다른 의미였을 것이고, 선발로 출장한 긱스는 그 어느 때보다 의욕에 가득차 있었을 것입니다. 팬들 역시 91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레전드' 긱스에게 많은 기대를 품고 있었고요.
그러나 경기가 끝나고, 맨유는 미들즈브러에게 덜미를 잡히며 2-2 무승부를 거두었습니다. 첼시와 숨가쁜 선두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승점 2점을 잃어버린 셈이죠. 그리고 긱스에게 750번째 경기는 '잊어버리고 싶을 만큼' 불쾌한 경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미들즈브러와 비긴 것을 긱스의 부진으로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이 날 경기는 비디치가 맨유에게 얼마나 대단한 존재였는가를 증명해주는 경기였고, 그 빈 자리를 메우는 퍼거슨 감독의 전략이 실패하면서 2골을 실점했으니깐요. 퍼거슨 감독은 11월 24일 볼튼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피케를 신뢰하지 않았고, 대신 브라운과 오셔를 차례로 중앙에 포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중앙 수비가 익숙지 않은 두 선수는 많은 실수를 하며 알베스에게 두 골을 헌납했고, 퍼디난드 대신 나온 피케는 자신의 선발이 '재앙'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긱스의 선발 출전은 그의 '경험'을 신뢰하는 퍼거슨 감독의 선택이기도 했지만, 주중 로마전을 대비한 로테이션 정책의 일환이기도 했습니다.
나니가 부상으로 제외되고 박지성이 부상 복귀 후 100%가 아닌 상황에서 긱스 이외에는 선발로 나올 선수가 마땅히 없기도 했고요. 750번째 경기를 선발로 뛰게 하고자 하는 퍼거슨 감독의 '배려'도 숨어있었겠죠. 그러나 긱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영국 현지 팬들은 긱스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긱스는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공격적인 역할을 담당했지만, 좋은 슛 찬스를 번번히 놓치며 퍼거슨 감독의 '꾸중'을 들어야 했습니다. 특히 박지성이 가슴으로 떨구어준 패스를 놓친 상황은 너무나 아쉬웠죠. 측면에서 긱스는 예전의 스피드를 보여주지 못하며 볼을 소유하지도 효과적으로 연결하지도 못했습니다. 긱스의 최대 강점인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도 그는 제대로 된 프리킥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어느 하나 긍정적인 부분이 없었던 거죠.
맨유 팬포럼인 레드카페, BBC의 토론방에는 긱스의 부진을 질타하며 그의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BBC 토론방에는 "긱스는 이제 나가서 연금을 찾아올 때가 되었어"라는 극단적인 악플(?)이 달리기도 했죠.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투입하며 긱스 대신 테베즈를 뺐습니다. 다른 공격수가 없는 상황에서 '수비적 성향의 윙어'라는 평가를 공격수와 교체하자 팬들도 전문가들도 모두 의아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박지성의 투입은 적중했습니다. 체력이 고갈되지 않은 박지성은 맨유의 미드필더진에 빠른 템포를 다시 살려주었고, 하그리브스와 함께 오른쪽 측면 공격을 주도하며 '만점 활약'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후반 29분, 오른쪽 측면에서 수비수 한 명을 제치면서 루니에게 감각적인 패스를 전달했고, 루니가 이 골을 성공시키며 맨유는 패배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박지성이 두 경기 연속 어시스트를 기록하자 현지팬들은 박지성의 뛰어난 활약과 그를 교체 투입한 퍼거슨 감독의 전략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맨유 팬포럼인 레드까페에는 박지성에 대한 글이 올라왔고, 댓글에는 박지성의 활약을 칭찬하는 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박지성이 선발로 나왔어야 했다", "로마전에는 박지성을 선발로 내보내자" 등 박지성을 중용하자는 의견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부 팬들은 "박지성의 투입은 옳은 결정이었지만, 그 교체 대상은 긱스였어야 했다"면서 퍼거슨 감독의 교체 전략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긱스의 미들즈브러전 활약은 좋지 못했고, 냉정한 현지 팬들은 긱스의 부진에 비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긱스의 부진은 분명 '나이' 때문이 큽니다. 전성기 긱스의 강점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와 잇따른 슈팅이었지만, 30살이 넘은 긱스에게 과거와 같은 스피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스피드가 줄어든 긱스를 활용하기 위해 그를 중앙 미드필더, 공격수로 기용하기도 했고, 지난 시즌까지 이런 전술은 종종 효율적인 공격 포인트로 보답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들어 긱스의 골감각이 크게 둔화되면서 이러한 변칙 전술은 잘 먹히지 않게 되었고, 34경기에서 3골을 기록하는데 그쳤습니다. 노장으로서의 변신이 한계에 다달은 셈이죠.
긱스의 부진한 활약과 비교되며 박지성의 활약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팀 동료이자 맨유의 레전드 긱스의 부진은 마음이 아프지만, 주중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을 이어갈 박지성의 모습을 그려보니 흐뭇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호날두가 체력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고 긱스가 풀타임을 소화한 상황에서 주중 로마전 박지성의 선발 출장은 80% 이상 확실해보입니다. 새로운 한 주를 기분좋게 열어준 박지성의 어시스트, 목요일 아침은 박지성의 '맨유 소속 챔피언스리그 첫 골'로 열게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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