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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의 현대캐피탈, '극적인 결승행'

기사입력 2008.04.06 17:08 / 기사수정 2008.04.06 17:0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현대캐피탈의 김호철 감독은 1차전 패배 후, 오히려 결승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크게 예상했다. 그리고 내리 2연승을 거둬 결승에 진출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것은 섣부른 심리전을 이용한 자신감이 아니었다. 그만큼 플레이오프에 대비한 대한항공의 전력을 뒤집을 구체적인 검증이 나왔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을 단기전에서 이기기 위한 필승카드는 주포인 보비의 공격 성공률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고 특히 세트 막판에 집중되는 결정타를 효과적으로 봉쇄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들었다. 그래서 현대캐피탈의 장신 공격수들에게 보비가 주로 많이 때리는 대각의 봉쇄를 위해 블로킹 높이와 위치선정을 철저하게 연습시켰으며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와서 서서히 타점이 낮아지고 마음이 앞선 보비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 시켰다.

그리고 보비와 함께 대각에서 쌍포로 공격을 분담해 줄 신영수를 원천 봉쇄하자는 것. 신영수의 공격 성공률이 30%대로 떨어지면 그만큼 보비에 대한 집중도는 커지고 대한항공이 자랑하는 윙스파이커들의 공격력을 한층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전략은 플레이오프 3차전 2세트 이후로 빛을 발해 결국 신영수는 또다시 벤치로 물러나고 말았다.

또한, 현재 대한항공의 화력을 전두 지휘하는 신인세터 한선수에 대한 대비. 한선수는 시즌 후반부터 대한항공의 주전세터로 뛴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담하고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해나가는 선수는 틀림없지만 중요한 고비처에서 토스 타이밍이 느려지고 범실을 보인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역시나 신인인 한선수는 대한항공의 모든 선수들과 함께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3차전 3세트에서 공격수들과 한 템포 느린 공격을 구사해 현대캐피탈이 역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여기에 대한항공의 멀티플레이어인 장광균을 잠재우려면 장광균이 시도하는 세트 플레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장광균은 비록 발이 빠르고 기본기와 테크닉이 좋아 마크하는 게 쉬운 것은 아니지만 장광균을 이용한 대한항공의 세트플레이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빠른 C퀵은 블로킹 위치만 잘 잡으면 되고 중앙의 미들블로커들을 이용한 시간차 공격은 속공을 내주더라도 장광균의 움직임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발빠르고 센스만점인 장광균마저 철저한 분석을 통해 이루어진 현대의 블로킹과 수비선정에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와 같은 시나리오는 플레이오프 3차전에도 역시 통했다. 거기에 지금까지 현대가 숨겨뒀지만 가장 위력적인 공격루트인 권영민과 박철우 콤비의 화력이 3차전 3세트부터 불을 지핀 것이 역전승을 이루게 한 가장 큰 원천이었다.

1세트 초반의 분위기는 팽팽했지만 보비의 연속득점과 여기에 대한항공 승리에 가장 필요한 공격수인 신영수까지 결정타를 때려대며 7~5점의 점수차를 유지하며 대한항공이 앞서나갔다. 플레이오프 경기가 진행될수록 점차 높이와 파워가 떨어져 가는 보비에 비해 1세트에서는 신영수와 장광균은 공격타점을 제대로 잡고 있었다.

여기에 모든 선수들이 송인석과 로드리고에게 집중된 강도 높은 서브를 이용해 현대캐피탈의 리시브를 흔들어 놓았고 결국 25-17로 첫 세트를 승리로 장식하게 된다.

언뜻 1세트만 놓고 본다면 보비와 신영수 장광균과 중앙 미들블로커들의 속공까지 통하는 대한항공이 1차전처럼 쉽게 이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오히려 팀이 가지고 있는 공격루트와 조직력의 다양성, 그리고 선수들의 효과적인 활용도를 본다면 객관적으로 앞서있던 팀은 바로 현대캐피탈이었다.

1세트에서보다 빠른 토스로 현대블로커들을 농락한 한선수의 토스를 현대선수들은 다시 따라가고 있었으며 이렇게 해서 얻어낸 유효블로킹들은 현대캐피탈의 안정된 2단 연결로 이어져 후인정과 로드리고가 알토란같은 득점을 올려댔다.

그리고 1세트에서 통했던 신영수와 보비의 공격은 계속 현대캐피탈의 블로킹에 걸리며 수비로 연결됐고 현대캐피탈의 로드리고와 후인정은 치고 올라가는 득점을 쌓으며 2세트 승패의 향방을 갈랐다.

결국, 25-19로 2세트를 따낸 현대캐피탈은 다시 조직력의 전열을 가다듬었으며 보비와 신영수의 공격성공률이 30%대에 머문 대한항공은 세트 막판에 두 선수를 교체하며 3세트를 대비해나갔다.

그리고 챔피언결정전 팀을 가르는 중요한 승부처가 된 운명의 3세트. 미들블로커 진상헌의 속공과 서브에이스로 포문을 연 대한항공은 보비의 위력적인 서브와 신영수의 결정타에 힘입어 3세트 초반에 10-2까지 앞서나갔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의 거센 반격은 여기서 시작된다. 바로 로드리고 대신 투입된 박철우가 그 반격의 선봉장이었다. 그동안 플레이오프에서 뛸 기회가 많지 않았던 박철우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며 연속 득점에 성공. 현대캐피탈은 14-11까지 쫓아가는 데 성공한다. 이러한 현대의 거침없는 추격에 흔들린 대한항공은 지속적으로 상대방의 코트에 내리꽂는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하며 반격을 고스란히 허용당해 18-15의 점수 차를 더 벌리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장광균의 시간차 공격을 기가 막히게 막은 이선규의 블로킹이 성공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현대캐피탈 쪽으로 기울게 된다. 그리고 이어진 범실이 많지 않은 대한항공의 대표적인 선수인 장광균의 터치네트로 18-18의 동점을 이룬 두 팀. 보비가 오픈 공격과 빠른 C퀵 공격으로 20-17까지 다시 점수차를 벌려놓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나온 장광균의 공격을 가로막은 권영민의 블로킹과 하경민의 속공까지 이어지며 22-20이 된다.

3세트를 따기 위해 석점이 필요한 대한항공은 중앙의 속공과 장광균의 세트플레이까지 통하지 않게 되자 결국 보비에게 회심의 기회를 준다. 그러나 의욕은 넘쳤지만 한선수와 보비의 오픈 공격은 한 템포 느리게 이루어져 있었고 이런 공격은 고스란히 현대캐피탈의 유효블로킹으로 이어져 현대에게 반격의 기회로 이어졌다.

여기서 역전의 포인트를 따낸 공격수는 바로 3세트에 투입된 박철우였다. 박철우는 22-21의 득점을 성공시킨 후에 흥분한 보비는 결국 공격범실까지 저질러 22-22의 동점을 만들어냈고 결국 역전을 향방을 결정짓는 공격포인트까지 박철우는 성공시킨다.

22점 이후로 줄기차게 이어졌던 보비의 공격은 겨우 한포인트 따내 세트포인트를 한점만 앞둔 현대캐피탈에 24-23으로 따라가지만 송인석의 번개 같은 시간차 공격이 성공하며 기적 같은 역전극이 일어났다. 초반에 8점차로 뒤졌던 현대캐피탈이 25-23으로 승리. 3세트 승리의 견인차였던 박철우는 3세트에서 범실 없이 무려 80%가 넘는 엄청난 공격 성공률을 보였다.

플레이오프의 마지막 세트가 된 4세트에 들어서서 현대캐피탈의 다양한 공격은 지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3세트를 어이없이 내준 대한항공은 여러모로 전열이 흐트러진 상태였고 서브마저 위력이 떨어져 안정된 리시브를 발판으로 한 현대캐피탈의 일곱 빛깔 무지개같은 다양한 공격루트는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에 반해 대한항공은 공격성공률과 리시브 디그 등이 급격히 흐트러졌다. 게다가 다시 4세트에 나온 신영수는 범실을 남발해 정규리그에서 꾸준히 고공비행했던 대한항공의 날개는 위태롭게 보였다. 막판에 강동진의 분전으로 23-18까지 쫓아갔지만 이미 승부의 향방을 뒤집기엔 너무 늦은 상태였다.

이선규의 중앙 개인시간차와 송인석의 마무리 C퀵 오픈 공격으로 승부를 결정지은 현대캐피탈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패배한 팀과 3위 팀은 지금까지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던 관례를 깨고 극적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지난해와 달리 약점인 수비와 세터진의 발전, 그리고 풍부한 선수들을 활용한 적절한 교체작전으로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지만 승부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승부처인 플레이오프 3차전 3세트에서 순간적으로 흔들려 상대방에서 지속적인 역습을 허용했던 점이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이로써 4시즌 연속 결승진출의 쾌거를 이룩해낸 현대캐피탈은 10일부터 벌어지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정규리그 챔피언이자 최고의 맞수인 삼성화재와 격돌한다.

 [사진=김호철 감독 (C) 대한배구연맹]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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