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06 13:14 / 기사수정 2008.04.06 13:14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내셔널 리그 개막 경기가 열린 수원 종합 운동장에 낯익은 걸개 하나가 걸렸습니다. 보랏빛의 바탕에 하얀 글씨로 ‘역경 뒤에 뜨는 레인보우, 강정훈’이라고 적혀있었죠. 그 위엔 38번의 배번과 강정훈이라는 이름 석 자가 적힌 대전 유니폼 두 벌이 걸렸습니다. 매번 대전에서 보던 그 걸개를 이번에는 수원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강정훈의 유니폼은 더 이상 자주빛이 아니었고 그의 등에 적힌 배번은 더 이상 38번이 아니었습니다.
강정훈에게 지난겨울은 너무나도 혹독했습니다. 어느 팀이나 하나의 시즌이 끝나면 모든 것을 추스르고 새로운 팀의 조직을 짜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그 움직임 속에서 새로 들어오는 선수가 있다면, 물론 떠나는 선수도 있겠죠. 모두가 언제나 한 곳에 머무를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항상 떠나가는 뒷모습에는 아쉬움이 남기 마련입니다. 모두가 수긍할 수 있도록, 박수를 받고 떠나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강정훈이 떠나는 길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대전 팬들은 그와의 이별을 더 많이 슬퍼했죠.
그렇게 아쉽게 떠난 강정훈은 한동안 어느 곳에서도 그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하던 그의 거취는 결국 프로가 아닌 내셔널 리그 신생팀인 김해시청의 플레잉 코치로 결정되었습니다. 내셔널 리그 가이드북에 세 번째로 실린 김해시청의 선수 소개 페이지에는 그의 김해시청 행이 마지막에, 급하게 결정되었음을 보여주듯 다른 선수들과 다른 배경색의 프로필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강정훈의 표정은 담담할 뿐이죠.
오늘은 그에게 있어 또 다른 시작이 될 첫 경기였습니다. 90분을 전부 출장한 그는 경남 출신의 수비수 김효준과 함께 번갈아가며 수비와 미들을 오갔습니다. 수원시청의 거친 플레이속에서 그는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를 보여주기도 하며 유니폼과 배번이 바뀌었어도 그가 강정훈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1:0으로 승리를 거둔 후 김해로 내려가기 위해 구단 버스에 오르는 강정훈의 얼굴에는 예의 그 사람 좋은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김해, 이곳에서 펼칠 그의 제2의 축구 인생은 아마도, 궂은비가 그친 후 맑게 갠 하늘에 피어오른 무지개처럼, 그리고 그의 얼굴에 피었던 그 미소처럼 여유가 가득하겠죠. 아마도 그가 가진 무지개는 그 어느 때보다 험하고 궂은 비 뒤에 뜬 무지개보다도 곱고 예쁜 색을 가졌을 것만 같습니다. 그는 ‘역경 뒤에 뜨는 레인보우(무지개), 강정훈!’ 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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