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04 10:22 / 기사수정 2008.04.04 10:22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7~2008 ISU(국제빙상연맹) 피겨스케이팅 시즌은 김연아에겐 여러모로 의미가 깊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어릴 적부터 갈고 닦은 정석적인 점프기술이 드디어 다른 선수들의 규정에 어긋난 기술과 차별화되면서 인정받는 시즌이 되었고 어느 한 가지 기술에 연연하기보다는 전체적인 표현과 기술의 조합에 완전히 눈떠간 시즌이어서 더욱 뜻 깊었습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이지만 1년 동안 치러지는 시즌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은 한해의 구체적인 스케줄과 구상도를 치밀하게 그려나갑니다. 특히나 김연아나 일본의 아사다 마오, 그리고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같은 정상권의 선수들은 연기와 표현의 자잘한 차이점으로 인해 등위가 가려지는 피겨스케이팅의 특성을 고려해서 이런 세밀한 부분조차 줄기차게 수정해나가면서 대회를 준비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김연아가 주력했던 것은 러츠, 플립, 루츠, 살코, 토룹 등의 이른바 5종 점프기술을 모두 트리플로 완벽하게 익히는 것과 이런 점프기술을 더더욱 살려주는 안무와 표현력의 완성에 집중해 왔습니다.
바로 김연아에게 지난 시즌은 이런 정확한 점프 기술과 안무의 완성도가 서서히 완성형으로 접어든 시즌이었습니다. 전 세계 피겨선수들 중에서 유일하게 5종 점프기술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트리플 점프기술을 구사하는데다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표현력까지 갖춘 김연아는 궁극적으로 세계 최고의 선수가 갖춰야 할 조건을 모두 달성한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점프기술과 그윽한 안무 표현력을 완전하게 발휘하려면 우선적으로 따라야 할 것은 바로 '최상의 몸 상태'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점프를 잘하는 선수라 할지라도 신체에 미세한 통증이 와도 흔들리거나 점프의 성공도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동안 완벽한 점프 기술의 완성과 김연아의 안무 코치인 데이비드 윌슨의 창의적인 안무를 소화하려고 노력했던 김연아는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되었습니다. 지난 시즌을 반추해 본다면 가장 아쉽고 앞으로도 철저하게 대비해나갈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김연아의 회복이 더디게 일어난 것은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연습과 스케줄을 포기하고 편하게 쉬면서 재활에 더욱 전념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지만 열악한 훈련 환경으로 인해 체계적이지 못한 훈련 과정과 재활을 병행하며 진행했던 점이 무엇보다도 김연아의 회복에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난 세계선수권 출전도 선수 관리와 부상의 발생을 방지하려면 오히려 참가를 삼가는 것이 더 순리적인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빙판 위에서 지속적인 점프를 하고 빠른 스텝으로 빙판을 돌며 지속적으로 연기를 소화해야 하는 피겨스케이팅 선수에게 김연아가 당한 부상은 객관적으로 도저히 경기에 참가하기에는 무리로 보였습니다.
사실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 스웨덴 에테보리에서의 연습 시에도 상황이 좋지 못했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한눈에 통증에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표정이 확연하게 눈에 들어왔으며 평소에 워낙 강인한 정신력과 인내심을 가진 김연아를 봐왔지만 대회를 앞두고 연습 중에 저렇게 힘들어하는 김연아의 모습은 처음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디 순위 입상권을 떠나서 부상의 재발만 막고 무사 귀환을 기원했지만 역시 김연아는 기대 이상의 연기를 펼치고 돌아왔습니다. 오히려 연습시에 자신감이 넘쳤던 것은 아사다 마오였는데 실전에서 더더욱 집중력을 발휘한 것은 김연아였습니다.
이제 일상생활로 돌아와서 재활에 힘쓰고 있는 그녀를 보면 대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지난 시즌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될 부분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직 김연아만 구사할 수 있는 5종 트리플 점프의 완성과 날이 갈수록 물이 오르는 그녀의 안무 능력을 보다 궁극적으로 완성해 나가려면 이런 것을 지탱해 줄 수 있는 체계적인 몸 관리 시스템이 다음 시즌부터는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과연 아사다 마오가 다음 시즌부터 부정확한 점프기술을 수정할지는 아직 미지수로 보이고 유럽의 선수들 또한 어떻게 나올지도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선수들은 점프의 정확성과 안무의 표현력, 그리고 더 다양한 점프 기술을 익히는데 더욱 매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김연아는 이미 세계 최고의 피겨선수가 갖춰야 할 모든 기술과 안무력을 상당부분 이미 갖춘 상태이며 중요한 것은 이것을 얼마나 안정되게 유지해 나가는데에 달려있습니다.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심판들의 판정에도 문제가 많았지만 그런 부분은 둘째 치더라도 만약 김연아의 몸 상태가 조금이라도 좋았다면 김연아가 세계선수권자에 오르는 일도 분명히 일어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단지 자국 선수에 대한 칭찬을 넘어서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면밀히 따져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세계 최고의 피겨선수는 바로 김연아입니다. 이제 김연아는 그동안 자신이 어릴 적부터 땀과 눈물로 완성한 자신의 기술과 안무를 지속적으로 유지해가고 완성해 갈 수 있는 부분이 다음 시즌을 앞두고 가장 필요합니다.
지난 시즌에서 아쉽게 놓쳤던 부분은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밑 원천인 건강을 잃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점차 기술과 표현력에서 무결점에 가까워지고 있는 김연아에게 가장 큰 적은 바로 부상입니다. 지난 시즌에 비해 더 체계적인 선수 관리 시스템과 재활로 김연아가 건강한 몸을 가지고 새로운 시즌에 임하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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