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3.20 14:01 / 기사수정 2008.03.20 14:01
[엑스포츠뉴스=유형섭] 세상은 점점 알 수 없게 흐르고 있다.
3월 중순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계절은 봄의 옷을 채 입지 못했고, 미국은 일촉즉발로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며 올림픽이 200일도 남지 않은 중국은 리켈메가 아르헨티나의 와일드카드로 출전하여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두어줄 건지에 대한 예상보다 티베트를 공격하여 자신들에게 어느 정도의 여파가 올 건지에 대한 예상을 하고 있다.
라리가 역시 그랬다. 모든 스페인 언론은 -리가 순위 따윈 관심없다는 듯이- 리아조르에서 유효슈팅 수 제로, 게임의 효율성 제로, 그리고 전술능력상 제로인 슈스터를 일제히 비난하고 있었고, 환상적인 세이브를 보여준 알메리아의 보물 '지에구 아우베스'의 대한 언급보다 훈련장을 약 6분간 거닐고 사라진 호나우딩요에 대한 보도를 더 많이 하였다.
또한, 바스크 쪽은 지난주 바야돌리드와의 홈경기에서 反바스크쪽 시의원의 죽음에 대하여 묵념행사조차 하지 않은 빌바오 구단 측에 관한 논쟁으로 시끄러우며 빌바오 역사에 한 획을 그을 한 흑인 소년에 대해 시끄럽다.
전자는 그렇다 쳐도 후자는 오늘의 칼럼에서 가장 발전적인 논란이 아닐까 한다. 고개를 돌려 발렌시아 지방으로 가자. 지겨운 레반테의 주급논쟁과 알벨다에 관한 논쟁. 레반테는 이제 강등을 피할 수 없다 쳐도, 발렌시아는 이런 문제와 함께 리가 중위권에 머물러있을 팀이 아니다. 아니, 자칫하면 이번 주말 베르나베우 원정을 다녀온 뒤엔 또 모를 일이겠다.
이처럼 스페인 언론들은 그들이 자랑하는 축구의 관한 주제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인 '리가 순위권 싸움'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라리가는 이미 우승팀과 강등 팀이 전부 정해진 것일까?
대답은 'HELL NO'다. 바닥의 끝자락인 레반테와 무르시아를 제외하면 모든 팀들이 강등행 열차를 탈 가능성이 있다. 이 와중에 다행으로 여겨 할 것은 레알 마드리드와 세비야, 그리고 데포르티보인데, 레알 마드리드를 자신의 왕좌를 노릴만한 팀들이 자신들 못지않게 삐걱거리고 있다는 점. 세비야는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해 넘어야 할 적들이 레알 마드리드에 못지않게 삐걱거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데포르티보는 모든 팀들이 자신들보다 더욱 삐걱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최근의 안 좋은 경기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승점을 쌓기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지만 여전히 2위와는 약간의 차이를 둔 선두이며, 세비야는 4위라는 골까지 첩첩산중의 산들이 스스로 길을 열어주고 있으며 순항하고 있고, 데포르티보는 새로운 전술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무장 후 패를 기록하지 않으며 강등권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언론에 익숙해져 버린 레알 마드리드는 그렇다 하더라도 세비야와 데포르티보는 언론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반면, 언론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지 않으며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승점을 쌓아가는 팀이 있는데, 바로 라싱 산탄데르와 마요르카, 그리고 알메리아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두 팀은 다른 라리가 구단들보단 비교적으로 언론의 견제를 덜 받는 편이라고 해야 할까 그들을 촬영해야 할 카메라가 발렌시아의 법정과 바르셀로나의 훈련장, 라몬 칼데론의 VIP룸으로 가버렸다고 해야 할까 언론의 견제가 크지 않은 편이다.
'각지의 유망주를 싸게 영입하여 괴물로 만드는 클럽' 라싱 산탄데르는 이미 7위라는 상당한 순위를 점령한 상태고 '실패한 괴물을 싸게 영입하여 팀을 꾸리는 클럽' 레알 마요르카는 시즌 초반에는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었으나 계속 들리는 셔터소리에 긴장했는지 단숨에 순위권에서 곤두박질친 적도 있었지만 현재는 조용히 승점을 쌓으며 중위권에서 UEFA컵 진출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알메리아 역시 안달루시아 지방 팀이 보이는 특유의 열정을 보여주며, 여러 강팀을 침몰시키며 9위 머물며 07/08시즌 최고의 팀으로 뽑힐 가능성이 크다.
최근 리가에서 좋은 성적을 벌이고 있는 팀들(세비야, 라싱 산탄데르, 알메리아, 마요르카, 데포르티보)의 특징이라면 역시 '언론의 집중이 덜한 팀'이라는 것이다.
세비야는 시즌 시작 전부터 더 이상 입에 담기도 미안한 푸에르타의 죽음과 시즌 초반의 컨디션 난조, 그리고 라모스감독의 토튼햄으로 이적 등 여러 악재가 겹쳐 챔피언스리그 존은커녕 UEFA존도 사수하지 못할 거라는 예상이 돌며 조용히 묻혀갔지만 저력을 보여주었고, 라싱 산탄데르와 마요르카는 항상 중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되며 무시 받는 존재지만 여전히 '유럽 최고의 평준화 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있게 하는 강력한 구단들이었기에 이 정도 성적은 더 이상 논란으로 인식되기에는 하자가 있을 것이다.
알메리아는 승격한 구단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인 '클래스와 판의 크기에 대한 부적응문제'와 맞닿아 시즌 초 약팀으로 분류되며 언론의 차가운 무시를 당했지만 쏠쏠한 영입과 정신력으로 메우며 시즌중반부터의 약진을 행운이 아닌 실력으로 스페인 전역을 인정시키고 있으며, '이제는 망한 팀'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는 시즌 중반까지 무누아와 아우아테를 비롯한 내부의 문제로 인하여 언론의 꽤 큰 관심을 끌었지만 문제를 신속히 처리하고 언론을 확실히 차단하였고, 새로운 선수진, 새로운 전술과 함께 새로운 팀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그들이 보이는 최근의 강세를 가장 잘 느끼게 한 것이 저번 주 레알 마드리드와의 홈경기인데, 근 20년간 리아조르에서 가장 약했던 팀을 상대로 갈리시아의 마지막 자존심인 데포르티보는 레알 마드리드를 '유효슈팅수 0'으로 꼼꼼히 막아내며 '여전히 데포르티보는 강하다'라는 걸 스페인 전역에 알렸고, 반대로 '여전히 레알 마드리드는 리아조르에 약하다'라는 걸 스페인 전역에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다.
흥미로운 점은 레알 마드리드가 리아조르에서 16년간 무승이었던 기록을 1년 더 늘렸다는 것뿐만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가 갖고 있던 전술적 문제가 다시 한번 곪아 터지게 하여 슈스터와 미야토비치, 칼데론을 다시 한번 고민 속에 빠트리게 했다는 점이다. 한때 ‘갈리시아 데르비를 세군다에서?’ 라고 필자는 염려했는데, 그건 나의 망상에밖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위의 다섯 팀이 조금이라도 순위를 올려보고자 아등바등 거리는 것과는 반대로, 언론의 집중 조명 속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팀들이 있는데, 바로 라리가 3강이라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제 구티가 기분이 괜찮은 날이 아니면 골은커녕 승점도 쌓지 못하는 팀이 되어버렸고, 바르셀로나는 바르셀로나의 구티 같은 존재인 매씨가 부상으로 빠진 것으로 모자라 '무에서 유를 창출해내는 선수' 호나우딩요는 더 이상 바르셀로나의 유니폼을 입고 플립플랩을 하는 것에 관심이 없는 듯하며, 발렌시아는……. 더 이상 타자치는 손이 아플 정도로 축구팬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그 문제에 정체되어 구단 보드진에서도, 구단 선수 진에서도 딱히 해답을 찾지 못한 것이 모두가 달리고 있는 달리기경주에 혼자 멍청히 서서 풀린 신발끈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점점 세상은 알 수 없게 흐르고 있다. 아니 언론이 일부러 그런 일에만 반응을 하여 여론을 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평화로운 이야기보단 자극적인 이야기에 더욱더 반응을 보이니까.
스포츠는 세상을 대변한다. 프리메라리가 역시 마찬가지다. 기자들은 전혀 안심을 할 수 없는 리가 순위표의 분석은 주말에 전부 미뤄버리고, 각 구단, 각선수들의 마찰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주중에 밖으로 나가버리는 거다. 축구에만 온 신경을 집중해도 모자를 축구선수들이 자신들의 자유조차 지키지 못하여 법정으로 나서는 일. 스페인같이 지역감정에 민감한 나라에서 서로가 목표하는 이상을 위해 하나의 나라와 그 나라의 축구구단이 서로 대립하는 일. 앞으로 프리메라리가는 신문의 사회면에 실어야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시 축구외적인 이야기는 접고 이번 주말의 매치 업에 대해 얘기해보자.
가장 큰 경기라면 역시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의 경기를 뽑을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리는 발렌시아와의 경기는 아무래도 라모스가 복귀하는 레알 마드리드에게 무게가 실리게 마련이다. 비록 발렌시아는 좋은 선수들을 가졌지만, 좋은 선수들을 가진 것뿐이고 그 외의 것은 전혀 갖지 못했다, 아니 전부 잃고 말았다. 아무래도 이번 시즌 홈에서 1패밖에 없는 레알 마드리드에 발렌시아는 힘겨운 도전을 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주말 또 하나의 큰 경기라면 산체스 피스후안에서 열리는 세비야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경기인데,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원하는 두 팀이 특유의 공격 축구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줄 느낌이다.
점점 라리가는 알 수 없게 흐르고 있다. 경기외적인 내용이 아니라 갈수록 순위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리가 하위부터 중상위권까지 모든 팀은 유럽대회와 강등에 대해 동시에 걱정해야 하는 재미있는 상황이 이번 해에도 연출되고 있다.
괜히 '혼돈의 라리가'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다. 잠시만 카메라를 피치 외의 선수들이 아닌 피치내의 선수들 쪽으로 돌리자. 그러면 어느샌가 베르더 브레멘의 브레인이 3천만 유로에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지도 모른다는 내용이 실린 기사를 보고 있는 자신이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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