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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GS칼텍스의 결승행을 빚어낸 이숙자의 토스

기사입력 2008.03.17 16:10 / 기사수정 2008.03.17 16:1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16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벌어진 2007~2008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이 경기서 인천 GS 칼텍스는 대전 KT&G 아리엘스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하고 결승전에 안착했습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천안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독주아래 결승전에 진출할 팀을 가르는 플레이오프는 접전이 벌어질 거란 예상을 깨고 정규리그 3위 팀인 GS 칼텍스가 2연승을 거두며 막을 내렸습니다.

이 두 팀간의 매치 업에서 또다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바로 여자배구 현역 최고 세터를 양분하는 GS 칼텍스의 이숙자와 KT&G의 김사니의 대결구도였습니다. 정말 묘하게도 이 두 선수가 걸어온 길과 서로 맞부딪힌 결과를 놓고 보면 재미있는 점이 많습니다.

그것은 청소년 시절부터 최고 유망주세터로 주목받아온 둘이었지만 실업팀 입단 후 확연하게 엇갈릴 두 선수의 성장,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만났을 때에 이숙자의 승리 등이 그렇습니다.

우선 청소년대표시절부터 줄곧 라이벌로 평가받았던 두 선수 중, 당시 각광을 받던 선수는 바로 이숙자였습니다. 당시 이도희와 강혜미를 이어서 차세대 한국 국가대표 주전 세터를 맡을 재목으로 평가받던 이숙자는 청소년대표팀에서도 주전세터 자리를 꿰찼지만 여자배구 전통의 명가인 현대건설로 입단하면서부터 그녀의 배구 운명은 퇴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당시 한국여자배구 최고의 세터였던 강혜미가 주전으로 버티고 있던 현대건설에서는 이숙자가 설 자리가 없었습니다. 간혹 백업세터로 나올 때는 있었지만 한 시즌만 제대로 못 뛰어도 경기감각의 상실은 물론 특히나 자라나는 어린 선수라면 발전의 기회마저 상당부분 잃어버리게 되는데 이숙자는 그 기간을 무려 7년 가까이 동안 감수해야 했습니다.

이도희 세터의 계보를 잇는 빠른 토스와 명민한 플레이로 유명했던 강혜미였지만 거기에 당시 최고의 미들블로커였던 장소연을 비롯한 이명희 등의 중앙을 살리는 속공 토스 능력은 오히려 이도희를 능가한다는 평가까지 들었습니다. 대표팀 주전세터에서 은퇴한 뒤에도 구단의 부탁으로 현대건설의 주전세터를 담당했던 강혜미 때문에 오히려 그 그늘에 가려진 기간은 이숙자에겐 독으로 작용했습니다.

너무나 오랜 기간 동안 벤치멤버로 생활하는 것처럼 치명적인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숙자는 이러한 힘든 시기를 거쳐서 서서히 자신의 기량을 되찾더니 마침내 작년 시즌에 이르러 만개한 기량을 보여줬습니다.

그녀의 장점은 공격수가 한층 때리기 쉬운 선이 곱고 안정된 토스를 올려준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국내 여자배구 세터 중에서는 보기 드문 점프토스에 능숙한 세터이기도합니다.

그러나 FA로 풀려 정대영과 함께 GS 칼텍스로 자리를 옳긴 이번 시즌은 그야말로 이숙자 답지 못한 플레이를 지속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초기에 GS 칼텍스가 선수 구성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보인 것도 수비의 허점에서 오는 공격력의 미비함과 함께 이숙자 세터의 부진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배구선수로서는 치명적인 발목 부상에 어깨 부상까지 안고 뛰는 이번시즌은 이숙자에겐 참으로 힘겨운 나날이었습니다. 발목 부상으로 인해 자신의 장기인 점프토스가 제대로 구사되기가 힘들고 리시브를 따라다니는 스피드도 현저히 떨어졌으며, 어깨 부상 때문에 지난 시즌보다 토스의 스피드와 정확성도 한층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여기에 새로운 동료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기간이 있었던 만큼 여러모로 불안한 점을 많이 노출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동료 공격수들과 조금씩 호흡을 맞춰가기 시작했으며 비록 부상의 여파로 인해 지난해보다 떨어지는 토스웍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이숙자의 안정된 팀 운영은 GS 칼텍스를 점차 강팀으로 변모시키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정규리그에서 GS 칼텍스보다 더 빼어난 조직력을 보여주었던 KT&G와의 대결. 이것은 두 팀간의 결승전 진출을 위한 대결이기도 했지만 지난해 현대건설과 도로공사의 플레이오프 대결에 이은 이숙자와 김사니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시즌보다 떨어진 이숙자에 비해 오히려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고 수비력의 발전과 볼 배급의 다양함을 되살린 현 국가대표 주전세터인 김사니와의 맞대결은 여러모로 흥미진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즌 막판에 다다르면서 안정감을 되찾은 이숙자에겐 든든한 지원군들이 김사니보다 많았습니다.

레프트에는 브라질 전 국가대표였던 노장 하께우와 김민지를 비롯해 중앙에는 찰떡궁합 정대영이 여전히 버티고 있으며 라이트의 나혜원까지 가세한 GS 칼텍스의 공격진은 김세영과 지정희의 중앙 속공이 미비한 상태의 KT&G를 압도해나갔습니다. 결론적으로 페르난다만이 분전한 KT&G는 시즌 초에 비해 세터와 공격수들의 호흡이 한결 나아진 GS 칼텍스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숙자는 결승 진출을 이루어낸 뒤, 자신이 김사니보다 팀 운이 더 좋아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어찌 보면 겸손한 표현이긴 하지만 적절한 대답이기도 합니다.

프로 진출 후, 여자배구 최고의 세터라는 명칭과 국가대표 주전세터의 몫은 김사니의 차지였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고비 처에 맞붙은 두 세터간의 대결은 언제나 이숙자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성격과 특징이 다르면서도 좋은 라이벌 관계를 이루고 있는 이숙자와 김사니의 대결은 한국여자배구의 좋은 표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숙자가 실업에 입문하면서부터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기회를 받지 못하고 오랫동안 벤치에서만 머무른 점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사진 = 대한배구연맹]

 


  <사진 = 대한배구연맹>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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