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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BL 올스타전의 '흑과 백'

기사입력 2008.03.13 16:47 / 기사수정 2008.03.13 16:47

 

[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지난 3월 1일 열렸던 올스타전은 말 그대로 별들의 별들만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어느덧 끝을 향해 쉼 없이 달려가는 선수들에겐 약간의 기분전환을, 그리고 그 레이스를 같이 지켜보는 팬들에게는 약간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자리가 되었어야 할 올스타전이었지요. 시작 전부터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하는 등 팬들을 기쁘게 하려고 한 노력이 엿보인 것이, 바로 지하철 4칸을 통째로 빌려 올스타전이 열릴 종합운동장역까지 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평소 경기장에서만 보았던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생각이 팬들을 급하게 만들었던 탓인지, 매직팀이 도착할 사당역에는 사람들이 벌써 바글바글했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과 선수들을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요.

기자는 선수들이 도착하기 전에 먼저 종합운동장역으로 이동했지만 그곳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11시 20분부터 20분간 진행될 사인회에 사람들의 줄은 끝이 없었고, 과연 20분 안에 이 좁은 곳에서 사인회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의 걱정부터 앞섰었습니다.

예상대로, 선수들이 도착하자 주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선수들을 더 가까이서 보고 카메라에 담으려는 팬들과, 그런 팬들을 제지하는 경호원들과, 선수들을 취재하려는 기자들과, 그 틈바구니에 끼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선수들까지. 오랜 시간 기다렸지만 보지 못한 팬들의 원성을 뒤로 한 채 결국 선수들은 그 자리를 떠야 했습니다. 여전히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하며 쳐다보곤 했지요.

실내체육관에 들어가자 안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선수들은 3점슛과 덩크 예선이 한창이었습니다. 사실 3점슛과 덩크 대회는 예전부터 올스타전에서 계속 해왔던 것이라 그랬는지 정작 팬들은 별 관심은 없는 듯했습니다.

단지 가까이에서 보는 선수들이 신기한 듯 연방 사진을 찍어대거나 쳐다보는 등 지극히 당연한 모습으로 올스타전이 시작하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곧 이번 해의 신인들도 자리를 잡고, 그리고 실내의 불이 꺼지며 올스타전은 시작했습니다. 지극히 당연하게 많은 점수를 내고 하프타임 때는 신인들의 발랄한 춤으로, 그리고 3점슛과 덩크 콘테스트를 하며 그날의 mvp를 뽑으며 막을 내렸습니다.

사실 올스타전의 내용은 크게 중요치 않습니다. 다만, 팬들에게 얼마나 즐거움을 선사해 주느냐가 관건이었지요.

그러나 이번 올스타전은 이제 조금 바뀌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싫증나다는 말이 줄을 이었습니다. 올스타전 내내 이어지는 용병 선수들이나 국내 선수들의 덩크나, 올스타전 특성상 선수들의 설렁설렁한 움직임 등이 문제로 꼽혔지요. 애초에 다른 경기들처럼 열심히 할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시즌 중이기 때문에 선수들도 이날은 즐기러 왔을 것이고, 팬들도 이날은 경기보다 선수들의 모습을 뒤쫓는 것에 여념이 없었을 것입니다.

물론 이날 올스타전은 내적이나 외적으로도 몇몇 문제들이 보였습니다. 처음에 언급했던 사인회만 해도, 선수들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더러 무엇보다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팬들의 무리한 움직임이 주 원인이었습니다. 물론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은 팬들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더구나 역 안이라는 좁은 곳 안에서 자칫하면 인명사고라도 났다면 정말 큰일이 날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경호원들이 계속 질서를 지키라고 소리쳤지만 이미 팬들의 수는 너무 많았고 통제할 사람들의 수는 너무 적었습니다.

결국, 무산되버린 사인회와 함께 팬들의 마음조차 싸해져 버린 일이었지요.

또한, 반복되는 형식 또한 문제로 꼽혔습니다. 해마다 이어지는 3점슛과 덩크 콘테스트뿐만이 아니라 뭔가 다른 획기적인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팬들도 느끼기 시작한 것이지요. 물론 바쁜 시즌에 어떤 행사를 할 것인지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을 수도 있지만, 보러 오기 위한 팬들에게는 재밌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단순히 경기중에서도 볼 수 있는 3점과 덩크가 아니라, 그날만큼은 선수들과 팬들이 조금 더 가까워지고 교감할 수 있는 조금 다른 방식의 다가감을 말입니다.



이렇듯 사건사고와 진부함이 난무하는 올스타전이라는 말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시즌 중에는 각자 팀의 성적과 순위 싸움으로 경기 도중 선수들끼리 치열해지기도 하고, 각 팀을 지지하는 팬들도 서로 날카로워지기 마련입니다. 그런 도중에 잠깐씩 쉬어가는 의미로 올스타전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선수들끼리 이날만큼은 잠시나마 경기의 승패에 상관없이 설렁설렁해도 되고, 팬들은 팀이 이기고 지고를 떠나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을 보며 좋아하는 것이 올스타전이 있는 이유입니다. 경기 중엔 심각한 선수들이 웃으면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평소에 보지 못했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기에 팬들은 열광을 하는 것입니다.

올스타전의 존재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시즌 중에 팬들을 위한 구단과 선수들의 자리가 쉬이 나지 않는 만큼 올스타전이란 존재가 어떤 의미가 있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날은 분명히 팬들을 위한 자리고, 팬들에게 즐거움을 보여줘야 할 자리입니다. 선수들과 구단에겐 가벼운 의미일지는 몰라도, 어찌됐든 적어도 팬들에게는 그날이 기다려지고 기대를 하게 하는 날인 것입니다.

진부한 행사들로 눈초리를 받고,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아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도 올스타전은 여전히 인기가 많고 날이 되면 사람들로 그득그득 찹니다. 단지 자신들이 좋아하는 선수들을 보고 싶어하고, 경기 중에 보지 못했던 모습들을 보기 위해 돈을 내고 보러 오는 팬들이란 사람들로 말입니다.

그런 팬들에게 다음해의 올스타전은 조금은 다르게 기대할 수 있는 날이 되기를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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