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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V] 한국 남자배구계의 두 사령탑 - 1.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기사입력 2008.03.13 11:20 / 기사수정 2008.03.13 11:2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프로화로 인해 농구와 더불어 대표적인 겨울철 실내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프로배구.

프로배구는 '적은 팀 수와 시장성'에 비해 최근 기존의 배구 팬들과 새로운 배구 팬들을 불러 모으며 이제 인기종족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프로화란 명분을 내걸고 하는 배구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내부적인 구조와 방침을 보면 허술한 곳이 많고 무엇보다 배구선수들에 대한 대우와 여건이 개선되어야 될 부분이 많습니다. 본격적인 프로스포츠로 자리 잡은 프로농구에 비해 여러모로 따라가야 할 행정적, 제도적 장치가 미진한 배구지만 그 안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배구의 새로운 중흥기의 일등공신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현재 한국 남자배구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지도자 두 명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바로 전통의 강호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신치용 감독과 디펜딩 챔피언인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김호철 감독이 그들입니다.

이 두 명의 지도자들이 한국 남자배구의 지도자 측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며 이들의 영향력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 두 명의 지도자가 물러났을 때의 대안도 반드시 유념해야 할 부분인데, 그것에 앞서 신치용 감독과 김호철 감독의 지도방식과 한국배구에 대한 마인드를 읽으면 한국 남자배구의 문제점과 비전이 드러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배구 팬들 중 삼성 팬이냐 혹은 현대 팬이냐에 따라 시선의 차이가 다를 수도 있을 것이고 삼성화재가 9연패를 하면서 한국 배구계를 독점하던 당시의 여러 가지 정황을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또다시 보는 시각이 틀려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코트에서 나타나는 경기력과 두 감독의 지도철학, 그리고 한국 남자배구를 바라보는 시선에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두 감독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남자배구팀의 최고 라이벌이란 구도 때문에 본의와는 달리 여러모로 비교 당하는 일을 겪었습니다.

물론 두 감독의 스타일은 많은 차이점을 보이며 어중간한 두 감독의 비교는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어디까지나 두 감독의 스타일을 비교하는 것보단 각자 차이점과 개성이 다른 두 감독의 배구 철학을 거론하면서 한국 남자배구의 현황을 살펴보는데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신치용 감독을 알아보겠습니다.

수비와 기본기의 중요성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 신치용 감독

현재 삼성화재가 표방하는 배구는 일관적이고 뚜렷합니다. 당초 김세진과 신진식이라는 한 시대에 함께 나오기도 힘든 최고의 거포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신치용 감독 자신은 삼성화재가 결코 김세진과 신진식의 팀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오히려 뒤에서 수비와 리시브에 전념하는 선수들과 세터인 최태웅에게 더욱 큰 비중을 두었습니다. 삼성화재가 독주할 당시 만약 거포만 있는데다가 수비와 세터 부분에서 충족시키지 못했더라면 9연패의 독주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신치용 감독은 한전 코치시절부터 수비를 강조해온 지도자였으며 그의 이런 지도체계방식은 바로 삼성화재란 팀에서 완성되었습니다. 배구란 스포츠는 무엇보다 처음의 시작인 리시브에서부터 시작하고 첫 단계인 상대편 서브를 ‘받아내는 행위’가 잘되어야지 두 번째와 세 번째도 올바르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국제배구의 흐름을 살펴보면 이런 원칙에 충실한 배구는 오히려 고리타분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높이와 파워가 약한 동양권 선수들에겐 무엇보다 이러한 기본기에 충실한 배구가 필요하며 서구와 남미 선수들과 같이 위력적인 점프력과 파워가 부재한 한국배구 리그에선 특히 수비로 인해 강팀과 약팀의 구분이 엇갈릴 때가 많습니다.

바로 이러한 한국배구계의 특성을 꿰뚫은 것이 신치용 감독이었고 그의 일관된 기본기와 수비를 중요시하는 배구는 한국배구에서 통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삼성화재에 뛰어난 선수들이 독점적으로 몰린 현상도 있었지만 그 선수들을 하나같이 탄탄한 기본기로 다져놓은 공로는 분명히 인정받아야 할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삼성화재가 예상을 깨고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신치용 감독의 말처럼 다른 팀들이 자신의 전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탄탄한 기본기에 익숙해진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벌어진 프로팀 감독들의 기자회견장에서 아무도 삼성의 우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자 여기에 반문하며 강하게 어필한 사람은 다름 아닌 현대캐피탈의 김호철 감독이었습니다.

같은 라이벌 팀이란 것도 있지만 그것을 떠나서 삼성화재의 기본기에 충실한 조직력을 누구보다 높이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칭찬한 감독은 바로 김호철 감독이었습니다. 또한, 세터 출신인 그는 삼성화재의 최태웅을 최고의 세터라고 여러 번 인정하였으며 높이와 좋은 신체조건에 비해 기본기에 충실하지 못한 현대선수들의 아쉬움도 삼성화재의 선수들과 대비시켜 지적했습니다.

삼성화재를 비판하는 의견은 상당히 많고 신치용 감독의 이러한 지도체계가 승리를 거둘지는 몰라도 팬들의 입장으로 봤을 땐 그리 재미있는 배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비판의 정당성을 떠나서 현재의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삼성화재는 대부분의 주전멤버가 떠나고 벤치 멤버들로만 놓고 봤을 땐 프로팀 중 최약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상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삼성화재가 용병을 활용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적지 않았습니다. 지난 시즌이 레안드로의 팀이었다고 한다면 올해는 안젤코의 팀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게 들려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시즌 레안드로가 있을 때의 삼성과 올해 안젤코가 있는 삼성은 여러모로 다르고 안젤코가 가세한 지금의 삼성이 더욱 다양하고 조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삼성화재의 공격진들이 모두 높이와 파워가 떨어져 안젤코에게 의지하는 경향은 있지만 경기가 점점 진행될수록 오히려 그런 안젤코를 활용해서 허를 찌르는 플레이들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안젤코란 선수만을 평가해봐도 그가 삼성화재란 조직력이 강한 팀에 들어와서 얼마나 성장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년 코보컵에서 첫선을 보인 안젤코는 신치용 감독의 말대로 가능성은 컸지만 여러모로 기본기가 다져지지 않은 선수였습니다.

기본기와 조직력을 중시하는 신치용 감독의 스타일, 거기에 선수들과 감독 간의 암묵으로 합의된 원칙이 있어야만 팀워크가 만들어지고 비로소 최상의 조직력을 완성해 간다는 그의 배구철학은 유념해야 할 부분입니다.

삼성화재와 신치용 감독에 대한 논란은 결코 적지 않지만 신장과 체격조건은 좋아지면서도 예전에 비해 동양권 선수들에겐 꼭 필요한 기본기와 조직력의 이해가 떨어지는 최근의 선수들을 생각할 땐, 삼성화재가 추구하는 기본기와 원칙에 충실한 배구는 꼭 생각해보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사진 (C) 대한배구연맹]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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