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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삼국지] 하이원, 아름다운 그들의 도전

기사입력 2008.03.07 15:17 / 기사수정 2008.03.07 15:17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올 시즌 아시아리그 돌풍의 주역이었던 하이원이 시즌을 마감했다. 우승 후보로 꼽히던 오지 제지를 만나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내리 3연패를 당하며 하이원 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무너졌지만, 그 들이 보여준 이번 시즌의 돌풍은 한국 아이스하키의 희망이었다.  

하이원 아이스하키팀은 항상 고달프다. 국내 단 두 개뿐인 실업 팀 중 한 팀으로 안양 한라에 비해 창단 연수도, 팀 복지도 에서도 뒤져있다. 홈 경기장으로 쓰고 있는 춘천 의암 빙상장의 시설은 낡디 낡아, 빙상장 조명은 색도 가지각색인데다가 어둡기까지하다. 빙질도 좋지 않아서 피리어드 종료 후 정빙을 해도 골라지지 않은 얼음결 때문에 선수들에게서 항의가 들어오기도 하고, 소리가 울려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는 잘 들리지도 않는다. 어느 빙상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춘천 의암 빙상장은 유난히 추워,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의 입에서는 버릇처럼 '춥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그렇다 보니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국내 팀끼리의 맞대결이나, 플레이 오프같은 큰 경기는 홈인 춘천이 아닌 고양, 목동 등 다른 빙상장을 떠돌면서 치를때가 많다. 이러한 떠돌이 생활은 선수들에게는 물론, 연고지인 춘천 팬들에게도 원망의 대상이 되곤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공식 리그에 참여하는 실업팀임에도 불구하고 공식 홈페이지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팀 매니저가 운영하는 블로그로 팀에 대한 소식을 전하기는 하지만, 블로그는 블로그일 뿐 공식적인 창구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투지와 자신감만큼은 안양 한라뿐만이 아니라 그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하이원은 올 시즌 전 주전 골리였던 손호성을 시작으로 주전 공격수인 김규헌과 이권재가 팀 전력에서 이탈하며 힘든 시즌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그런 우려를 보기 좋게 불식시키며 세이부 프린스 래빗츠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플레이 오프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중심에는 루키 엄현승이 서 있었다. 아이스하키에서 골리의 비중은 매우 크다. 강한 골리가 있다면 조금 더 나은 팀이 될 것이라는 평을 받던 안양 한라가 강원랜드(現 하이원)과 결별한 손호성을 놓치지 않고 영입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많은 아이스하키 팬들이 손호성이 안양 한라로 이적하면서 생길 하이원의 전력 누수를 걱정했었지만, 엄현승의 활약은 그 공백을 느끼지 못할 만큼 컸다.

엄현승은 정규 시즌 골리 순위 6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1위와 4위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의 출전 기록은 각각 4경기와 1경기로 기록의 의미가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4위 그리고 경기수를 따지자면 3위를 기록한 세이부 프린스 래빗츠의 키쿠치 나오야(#39)와 같다. 세이브 율은 90.87%. 854개의 슈팅중 776개를 막아냈다.

시즌 막바지에 접어 컨디션 난조를 보인 것을 제외하고는 시즌 첫 해 신인이 보여줄 수 있는 플레이의 정점을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현승은 손호성보다도 작은 체격을 지니고 있지만 순발력과 퍽에 대한 집중력, 판단력은 선배인 손호성에 못지않다. 이 슈팅만은 반드시 골이다. 라고 느낄 수 있는 슈팅도 엄현승의 선방에 골문을 통과하지 못하곤 했다. 어찌보면 '괴물' 과도 같은 플레이가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신인 골리에게 나온 것이다. 

하이원의 강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하이원은 부상이었던 주장 이명우와 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오쿠보 토모히코, 그리고 비주전인 한승웅, 전병호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올 시즌 빠짐없이 전 경기에 출장했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누수 전력이 전무하다는 것과 같다. 아이스하키는 골리를 제외한 플레이어가 다섯 명씩 한 조를 이룬다. 보통 3조 체제를 주로 사용하지만, 선수층이 여유로운 팀에서는 4조를 이루기도 한다.

워낙 빠르게 진행되는 경기이다 보니 선수 개인적인 능력 못지않게 조직력도 중요하다. 하이원의 부상 없는 시즌 운영은 안양 한라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인해 시즌 중반까지도 확실한 조 구성을 내놓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항상 같은 조원으로 이뤄져 출전 시간을 맞추다 보니 자연히 손발이 맞을 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팀과 버드 스미스 형제는 여전히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고 올 시즌 영입한 재미교포 알렉스 김은 전체 포인트 랭킹 1위를 차지하며 아시아 최정상급의 공격수임을 증명했다.

이러한 하이원에게도 문제는 있었다. 앞서 짚었던 전 선수 전 경기 출장이 시즌 막판에 들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누구하나 빼놓을 것 없이 똑같이 뛰고 있다 보니 체력적 안배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체력 저하는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 안양 한라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고, 결국 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쓴 잔으로 다가왔다. 세이부 래빗츠 프린스에 이어 리그 2위로 준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고 바로 플레이오프로 직행,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온 오지제지보다 휴식기간이 길었지만 제대로 기도 펴지 못해 3연패로 결승 진출에 실패, 한국 팀 사상 첫 아시아리그 우승을 향한 꿈을 접어야만 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하이원의 이번 시즌은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를 낳았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성장을 몸소 보여준 것. 정규 시즌 최종 성적은 2위였지만 이번 시즌 하이원은 리그 중반까지 1위 자리를 지켰었다. 척박한 토양을 가진 한국 아이스하키의 성장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자신들의 주변을 차지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다른 경쟁자들보다 불리한 상황에서 이뤄낸 결과인지라 더욱 그 의미가 클 수 밖에 없다. 07-08시즌, 이 들의 도전은 여기서 멈췄지만 돌아올 08-09시즌의 하이원 아이스하키팀이 더욱 기대되는 건 그들이 보여준 정상을 향한 도전이 순수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일 것이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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