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2.27 00:35 / 기사수정 2008.02.27 00:35
[엑스포츠뉴스=유형섭] 예로부터 스페인 프로축구리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결코 함께 서는 일이 없었다.
양 팀이 나란히 1위와 2위를 거머쥐었을 때? 그때는 이리 말한다. ‘성공한 시즌’과 ‘실패한 시즌’- 그만큼 양 팀은 우승만을 원했으며 그럴 역량이 충분한 팀이었다. 항상 라이벌을 제치고 선두로 나올 기회를 엿보던 양 팀은 라이벌-바로 선두-이 발을 삐끗할 때만을 기다렸으며 바로 지금, 바르셀로나에 찬스가 왔다.
레알 마드리드가 '이상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 건 4주 전, 알메리아와의 원정경기였다. 미끄러운 잔디 탓인지 홈구장에만 가면 10배는 강해지는 안달루시아지방팀들의 특징 때문인지, 레알 마드리드는 메디테라노 구장에서 마드리드 흙에서 자란 '네그레도'라는 억새풀에 발이 걸려 휘청거렸다.
허나, 그건 레알 마드리드가 보여준 하나의 '쇼'였을까. 그들은 베르나베우에서 바야돌리드를 7-0으로 완파하며 또 다른 '쇼'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음주, 안달루시아, 마누엘 데 루이즈 로페라. 역전패. 레알 마드리드는 다시 한번 '쇼'를 보여주었다.
확실히, 구장의 이름을 現회장의 이름으로 할 만큼 열정적인 회장을 갖고, 안달루시아지방 특유의 열정적인 축구를 하는 팀 중 하나인 레알 베티스가 잘한 탓도 있겠지만, 레알 마드리드 선수진의 줄부상, 장악력 없는 미드필더진, 지쳐버린 공격수들의 문제가 한꺼번에 곪아 터져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최근 바르셀로나는 시즌 중반 레알 마드리드가 보여준 '승리하는 축구'를 보여주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 같은 경우에는 시즌초반의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진 못하나 어쨌든 골을 넣고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면, 바르셀로나 같은 경우에는 안 좋은 상태에서 어떻게든 승리하여 승점을 챙기면서도, 경기력까지 나아지고 있다는 게 레알 마드리드와 다른 모습이다. 라포르타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정신력과 어떤 결과가 됐던 빠른 결단을 내려주는 심판,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를 잡아준 상대구단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헤타페가 레알 마드리드를 꺾은 날 밤, 라우드럽에게 전화를 했었을지도 모르겠다.
앞선 글에도 언급했듯이 필자가 생각하는 축구에서 가장 강력한 팀은 당연히 '승리하는 축구'를 하는 팀이다. 골을 많이 넣는 팀, 수비를 잘하는 팀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승리를 할 수 있는 팀이 가장 무서운 팀이고, 그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현재 소위 ‘잘나간다는 팀’에서 가장 중요시할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더비 라이벌 중에 깊은 역사를 가지면서도 양 팀 모두가 우승을 노릴만한 전력을 갖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두 팀이 어느샌가 서로 노려보게 되었을 때 이미 리가 최강팀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이다. 근래에 들어 여러 가지 스페인과 라리가 내적, 외적인 문제로 인해 서로 헐뜯기보단 협력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긴 하 나, 그 악수 뒤 그림자에 숨겨진 억압-저항, 승리-패배, 우승- 실패라는 양립할 수 없는 감정과 양 팀의 팬이 아니면 느끼질 못할 형용할 수 없는 감정까지는 아무리 양 구단이라도 모른 체 하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아니, 팬들보다 더 환호하고, 슬퍼할 것이다. 그것이 라이벌이며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살아가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일 테니까.
축구는 전쟁이다. 전쟁의 신이 있듯이 축구에도 신이 있다. 이 축구의 신이라는 녀석은 개개인의 실력대로, 홈구장의 이점 대로 축구경기가 흘러가는걸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잘하는 선수가 항상 이기는 걸 달가워하지 않던 축구의 신은 결국 몸을 동그랗게 말아서 축구라는 운동이 쉽게 예측할 수가 없는, 전쟁보다 더 격렬한 스포츠로 만들어버렸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우승하지 못하면 아니면 그 시즌은 실패한 거라는 두 팀. 이제 두 팀의 진정한 전쟁이 다시 한번 시작되려 한다. 상승세 속 왕좌자리를 노리는 바르셀로나와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한번 옥쇄를 수호하려는 레알 마드리드.
과연 축구의 신-축구공-은 어디의 골대를 향해 날아갈 것인가. 발데스? 아니면 카시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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