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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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의 새로운 고민, 중원 미들진과 '스콜스'

기사입력 2008.02.21 07:30 / 기사수정 2008.02.21 07:30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진] 2005년 11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장 로이 킨이 불화를 겪으며 시즌 중 팀을 떠나자 맨유의 중원 미들필더진은 그야말로 '무주공산'이 됩니다. 앨런 스미스가 미드필더로 변신하며 로이 킨의 역할을 대신하는 듯 했지만, 스미스는 결코 로이 킨이 아니었고 로이 킨이 없는 맨유의 중원은 이전과 같은 강한 압박을 구사하지 못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스콜스마저 시야 장애를 이유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고, 이후로 맨유는 존 오셔를 중원에 올리고 긱스를 중앙에 기용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발놀림이 좋다는 이유로 퍼디난드까지 중앙 미드필더로 올렸으니깐요. (퍼디난드는 블랙번전에 중앙미드필더로 나와 플레쳐와 호흡을 맞추었지만 맨유는 이 경기에서 3-4로 졌고 퍼디난드는 후반 43분 퇴장을 당했습니다.)



맨유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던 중원은 이번 시즌 선수영입으로 대대적인 개혁에 들어갔습니다. 06/07 시즌 마이클 캐릭을 비싼 값에 데려온 퍼거슨 감독은 몇 년 간 공을 들이던 오웬 하그리브스를 영입하기 위해 2000만 파운드가 넘는 이적료를 지출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맨유는 세대교체를 대비해 '무서운 신예' 안데르손과 나니를 영입하며 4000만 파운드에 달하는 이적료를 과감히 사용했습니다.

나니의 경우 호날두와 유사한 성향의 윙어로 명성을 날리면서 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지만, 안데르손이 과연 어떤 선수이며 어느 포지션에 활용될지에 대해서는 맨유팬들도 잘 파악하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제 2의 호나우딩요'라는 별명이 있었지만, 호나우딩요 성향의 선수가 맨유의 4-4-2 포메이션 중 어디에 들어갈지 의아한 것은 당연했습니다.

항간에는 안데르손이 한 때 왼쪽 윙백을 보았다는 소문도 있었고, 부족한 공격수 백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캐릭, 하그리브스, 스콜스, 플레쳐가 버티고 있는 중원 미드필더진과 10대 신예 안데르손이 경쟁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안데르손의 포르투, 대표팀 활약을 담은 동영상 (C) Youtube]

시즌 초반 적응에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브라질 선수들이 유독 적응을 어려워하는 잉글랜드 무대에서 안데르손은 자신의 자리를 성공적으로 확보했습니다. 안데르손은 시즌 초반 하그리브스와 함께 강한 압박과 창조적인 패스를 구사하는 중원을 책임졌고, 그에게는 '파브리가스 못지 않다', '스콜스가 돌아오면 긴장해야겠다' 등등의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그러던 와중, 부상에 시달리던 스콜스가 돌아온거죠. 06/07 시즌 리그 왕좌에 복귀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기여를 했던, 그리고 10년 넘게 팀에 충성해온 잉글랜드 최고의 미드필더가 돌아오자 퍼거슨 감독은 스콜스의 출전시간을 보장해주며 그가 제 컨디션을 찾도록 배려해줍니다.

스콜스는 1월 30일 포츠머스전에 캐릭과 함께 선발출전해 62분을 뛰었고, 이 경기에서 맨유는 호날두의 2골로 순조로운 승리를 거둡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스콜스의 복귀는 성공적으로 보였습니다.

스콜스가 복귀하기 전까지 안데르손-캐릭, 하그리브스-캐릭 조합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던 맨유는 스콜스가 복귀하면서 중원 라인에 변화를 주기 시작합니다. 포츠머스전 캐릭과 호흡을 맞추었던 스콜스는 그 다음 경기인 토트넘전에서 하그리브스와, 이은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안데르손과 나란히 선발로 출전했습니다. 플레쳐를 제외한 다른 중앙미드필더 모두와 한 번씩 호흡을 맞춘 셈이죠.

문제는 스콜스가 복귀한 시점에 맨유의 성적이 급격한 하락세를 그렸다는 것입니다. 하그리브스와 스콜스가 호흡을 맞춘 토트넘전에서 맨유는 1-1 무승부(테베즈의 극적인 동점골이 아니었다면 사실상 패배한 경기였죠)를 거두었고, 뮌헨 참사 50주년 기념 경기였던 맨시티 전에서는 1-2의 충격적인 패배를 당합니다.

이 경기에는 모두를 의아하게 했던 스콜스-안데르손 조합이 사용되었죠. 결과론적인 해석이지만, 스콜스가 복귀한 후 선발로 출전한 4경기에서 맨유는 1승 2무 1패의 저조한 성적을 거둡니다. 아스날과의 FA컵 경기가 맨유가 2월에 거둔 유일한 승리인데, 이 경기는 2월에 열린 4경기 중 스콜스가 출전하지 않은 유일한 경기입니다.

스콜스는 분명 맨유의 중원에서 양질의 패스를 공급하고, 시의적절한 중거리슛을 발사(!)하고, 수비가담도 잘 해주는 최고의 선수 중 하나입니다. 스콜스가 없었다면 06/07 시즌 맨유의 리그 우승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상 복귀 이후 스콜스는 새로운 선수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파악하고 있지 못한 듯 합니다.

06/07 시즌 스콜스의 '변신'이라고 평가받았던 적극적인 수비가담도 보이지 않고, 전반적으로 크게 활동력이 떨어진 듯한 모습을 아직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열린 리옹전 역시 스콜스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이 경기를 한 마디로 요악하면 '대단한 벤제마, 영웅 테베즈'가 되겠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맨유가 이겼어야 할 경기를 비긴 셈이 되었고 그 원인은 전술적인 실패와 잘못된 선수기용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스콜스의 어정쩡한 위치선정과 역할분담 때문에 안데르손은 아스날전 마냥 전방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스콜스가 수비와 공격을 연결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며 맨유의 중원에는 큰 공백(4-3-3 포메이션에서는 세 명의 미드필더의 위치선정이 중요한데, 통상 강조하는 '정삼각형' 포메이션이 오늘은 '이등변삼각형'이 되어버렸죠)이 생겼고, 이 자리를 툴랄랑, 주닝요, 쾰스트롬이 장악해버렸습니다. 중앙을 장악당한 상황에서 원정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루니는 고립되었고, 호날두는 그로소와 힘겨운 1대 1 싸움을 해야했고, 안데르손은 스콜스가 메우지 못한 공간을 메우느라 계속 후방으로 부지런히 내려와야만 했습니다.

부상에서 복귀 중인 스콜스와 그의 팬들에게는 무척 가슴아픈 소리가 되겠지만, 맨유는 스콜스의 복귀를 위해 2월에 열린 3경기를 '버린' 셈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리그 1위 아스날과의 승점차는 5점으로 벌어졌고, 리옹과의 2차전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욱 아쉬운 것은, 좋은 감각을 유지하던 캐릭, 하그리브스, 안데르손의 호흡이 한 차례 끊겼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며 잦은 부상에 시달리고, 기량마저 떨어져가는 스콜스. 그러나 그는 '시야 장애'로 선수 생명을 마감할 위기를 잘 넘기고 멋지게 부활한 '전적'이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의 훌륭한 점 중 하나가 부상당한 선수에게 철저히 휴식을 부여하고, 휴식이 끝나면 충분한 기회를 주어 기대에 보답하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과연 스콜스가 퍼거슨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2월의 부진을 더 큰 활약으로 보답할지, 퍼거슨 감독은 계속해서 스콜스에게 기대를 걸지, 일단 그 윤곽은 주말에 열릴 맨유와 뉴캐슬 경기에서 나타날 듯 합니다.




[전성기 폴 스콜스의 멋진 골들 (C) Youtube]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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