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새로운 다짐으로 소매를 걷어올린 한국 국가대표팀 내부의 주전 경쟁이 치열하게 됐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올해 3차예선과 내년 최종예선을 치러야 하는 터라 경쟁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허정무호가 새롭게 출범한데다 대표팀 명단에 뽑혔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주전 경쟁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대표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수들의 주전 경쟁은 팀 전체적인 업그레이드를 가능케 하기에 바람직한 현상이다.선수들은 애가 타고 피가 마를지라도 팬들 입장에서는 좋은 구경거리. 이미 대표팀에 여러 차례 승선했던 노장은 노장대로, 신예는 신예대로 저마다 주전을 확보하겠다는 각오만큼은 똑같다.
이번 허정무호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주전 경쟁 가운데 하나는 골키퍼 한자리를 놓고 벌이는 김병지(서울) 정성룡(포항) 염동균(전남)의 대결이다. 이운재(수원)가 지난해 음주파동으로 국가대표팀 경기에 뛸 수 없게 돼 그의 라이벌인 김병지의 발탁이 이뤄진 것.
지난해 K리그 최고의 골키퍼에 선정된 김병지는 2002년 11월 브라질전 이후 5년 2개월 만에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마음속의 응어리였던 '대표팀의 한'을 풀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K리그에서 급성장한 정성룡과 염동균의 선방력은 김병지 못지 않은데다 특히 염동균은 지난해 허정무 감독이 전남 사령탑 시절 '국가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뽑아야 할 선수'라고 치켜세운 적 있어 골키퍼 경쟁이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시작됐다.
지난해 아시안컵에서 성공을 거둔 4백라인은 고스란히 이어갈 가능성이 크나 3백 복귀도 염두할 수 있다. 김진규(서울) 오범석(포항)이 빠진 틈을 타 곽태휘(전남)를 비롯한 5명의 센터백이 새롭게 대표팀에 가세했다. 강민수(전북)를 제외하면 어느 하나 주전을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실력 또한 비슷한 특징을 지녔다. 주전 출전을 장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가대표팀 소집 훈련에서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를 어필할 수 있는 활약 뿐이다.
특히 주전 왼쪽 윙백을 노리는 이영표(토트넘) 김치우(전남)의 주전 경쟁은 대표팀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결 구도로 주목받고 있다. 이영표가 에인트호벤과 토트넘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해 관록을 쌓았다면 가파르게 수직상승중인 김치우의 기세와 패기는 이에 만만치 않다. 유럽에서 5년 동안 왼쪽 수비수로 뛸 만큼 이영표는 수비 쪽 우세, 지난해 K리그와 FA컵에서 위협적인 득점포를 쏘아올린 김치우는 공격 쪽 우세를 들 수 있으나 누가 주전으로 출전해야 할지 장담할 수 없다.
미드필더진으로 올라가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김두현(성남)의 얄궃은 운명이 1년 만에 또 시작됐다. 앞으로 수년간 주전을 위해 서로를 넘어야 하지만 어찌 보면 극히 억울하고 한편으론 본인과 팀의 발전을 위해 충분히 반가운 운명이다. 국가대표팀의 주전 플레이메이커를 노리는 두 선수 중에 주전으로 뛸 선수가 한 명이기 때문에 개인의 실력 여부를 떠나 소집 훈련에서 피말리는 경쟁을 이겨내는 수 밖에 없다.
2002년월드컵을 통해 주전 자리를 선점한 김남일(고베)도 새로운 선수들의 가세로 더 이상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자신보다 12년 어린 19세 막내 구자철(제주)을 비롯 이동식(제주) 황지수(포항) 같은 새롭게 국가대표팀에 포함된 젊은 선수들과의 주전 경쟁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세 선수가 김남일의 벽을 넘기에 부족하다는 반응이 대세지만 국가대표팀의 장기적인 세대교체를 위해 신진 선수의 등용은 앞으로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재진(시미즈) 등이 빠진 공격진도 다른 포지션의 경쟁처럼 주전 진입이 만만찮다. 프리미어리거 설기현(풀럼)이 포함되었지만 최근 소속팀에서의 경기력 저하로 주전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으며 여전히 최상의 경기력을 찾지 못한 박주영(서울)도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 아시안컵에서 선전한 염기훈(울산)은 허정무호 주전을 자신하고 있으며 국가대표팀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정조국(서울) K리그 포스트플레이의 일인자 조진수(제주)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치열한 주전 경쟁. 최후 승자는 오는 30일 칠레와의 친선전을 거쳐 다음달 6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월드컵 3차예선 첫 경기에서 드러날 듯 하다.
[사진=이영표 (C)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 기자]
이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