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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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리뷰] '아이다' 아이비, 아직도 섹시 스타로만 보이나요?

기사입력 2016.12.06 10:21 / 기사수정 2016.12.06 17:39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죽음마저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 여느 드라마, 영화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부한 스토리다. 하지만 이 비극적이고 애절한 사랑이야말로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공감을 준다.

'아이다'의 주인공도 비극으로 치달은 사랑에 놓여 있다. 이집트와 누비아 사이의 전쟁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대에 이집트의 사령관 라다메스와 누비아 공주 아이다의 사랑을 담았다. 디즈니가 뮤지컬만을 위해 만든 첫 작품으로, 2005년 한국 초연 후 2010년, 2012년 관객에 선보인 바 있다. 4년 만에 새로운 캐스트로 돌아와 현재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아이다와 라다메스는 해서는 안 될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를 안 이집트 파라아는 분노하고 결국 두 사람은 각각 모래사막에 매장될 위기에 처한다. 이때 라다메스의 약혼녀 암네리스는 두 사람이 함께 죽음을 맞도록 배려해준다. 아이다와 라다메스는 비록 죽음을 맞았지만, 한 공간에서 끝까지 서로를 바라본다. 죽음마저 이들의 사랑을 갈라놓을 순 없었다. 첫 장면에서 암시한 것처럼, 마지막 장면에서 이들은 시공을 초월해 현대 박물관의 이집트관에서 우연히 재회한다. 

비극적인 사랑, 삼각관계 속 주인공들이 기나긴 세월을 넘어 현대에 환생한다는 스토리는 새로울 것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스토리 덕분에 더 흥미롭다. 고전적이지만 세련된 구성과 무대로 지루할 틈 없다. 빠른 전개 내에서도 감동을 녹여 냈다. 마치 긴 옛날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이어지는 구조도 몰입을 더한다. 

팝의 거장 엘튼 존과 천재 작사가로 불리는 팀 라이스가 합작으로 만든 넘버는 인물들의 특성에 따라 각각 웅장하고 강렬하고 흥겨운 느낌을 풍긴다. 'Every Story Is a Love Story’, 'Another Pyramid', 'My Strongest Suit', 'Dance of The Robe' 등 캐릭터들의 성격을 저마다 잘 담아냈다. 

화려한 세트 역시 관객의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암네리스와 그의 시녀들이 펼치는 형형색색의 패션쇼 장면은 자칫 무겁게만 흐를 수 있는 극의 분위기에 활력을 더한다. 


배우들은 개성 강한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타이틀롤 아이다를 연기한 윤공주는 내밀한 연기로 강인한 아이다를 그려냈다. 6년 만에 다시 한번 라다메스 역을 맡은 김우형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풍부한 성량으로 캐릭터를 맞춤옷 입은 듯 소화한다.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주인공이지만 오히려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해설자이기도 한 암네리스다. 파라오의 딸이자 이집트 여왕 암네리스는 "내면 말고 외모만 봐줘"라고 말하는 허영심 많은 공주였다.

모든 걸 가졌지만 사랑만은 그렇지 않다. 약혼자 라다메스를 오랫동안 사랑해왔지만 결국 그의 사랑을 얻지 못했다. 아이다를 사랑하는 라다메스를 보며 아픔을 삼켜야 했다.

아이다 못지않은 비련의 여주인공이나, 이를 계기로 당당한 여왕으로 거듭난다.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함께 죽는 것을 허락하는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실연당한 가여운 여성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암네리스 역을 맡은 아이비는 철부지 공주에서 이집트 여왕의 위엄 있는 모습까지 미모와 연기력, 파워풀한 가창력을 자랑한다. 허영심이 가득한 여자지만 알고 보면 사랑에 결핍된 암네리스의 성장과 변화를 표현하며 무대를 휘어잡는다.

벌써 7년 차 뮤지컬 배우지만, 뮤지컬을 본적 없는 이들에게는 아직도 섹시 가수 이미지로 남아있을 터다. 하지만 '아이다'를 본 이들은 그런 선입견을 단번에 지울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아이비는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역할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공황장애가 올 정도의 경험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런 부담감이 무대 위에서 보이지 않을 만큼 더욱 깊어진 연기로 암네리스 역을 소화해낸다. 

내년 3월 11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165분. 만 7세 이상.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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