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역시 '로코 장인' 서숙향이었다. '사랑 이야기만으로 24부를 이어갈 수 있어?'했던 우려를 보란듯이 불식시켰다.
지난 10일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이 24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두 주인공 이표나리(공효진 분)-이화신(조정석)이 결혼을 하고, 적어도 2056년까지는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가는 꽉 닫힌 해피엔딩이었다.
보통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는 미니시리즈로 제작된다. 주인공들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중요한 '로코'라는 장르 특성상 짧은 호흡 안에 그려내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처음부터 24부작을 예고한 '질투의 화신'은 대하드라마와 로맨틱코미디의 합성어인 '대하 로코'로 불렸다.
방송 전 '질투의 화신'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한 여자의 양다리 로맨스와 두 남자의 질투, 그리고 남성 유방암이라는 키워드였다. 보통 로맨틱 코미디에서 찾아보기 힘든 소재들에 몇몇 시청자들은 당황스러워했다.
하지만 명불허전 로맨틱코미디 장인 서숙향이었다. 이 소재들은 나리와 화신의 사랑이 완성되어 가는 데에 완벽한 도구로 이용됐다. 탄탄한 메인 커플의 서사에 시청자들은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또 이는 24부라는 긴 시간 안에서 적절하게 배분되어 매회 새로운 전개를 펼쳐갔다.
시작은 짝사랑이었다. 남자 중의 남자, 위트와 프로페셔널함을 동시에 보유한 베테랑 기자 이화신에게 표나리는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몰랐던 이화신은 3년 내내 나리를 거절했다.
다음은 유방암이었다. 이화신은 흔치 않은 남성 유방암 환자로, 이를 가장 먼저 알아챈 나리와 한 병실을 사용하게 됐다. 화신은 자신의 치부를 모두 알지만 이해해주는 나리에게 점차 빠져들었다.
이어 화신의 절친 고정원(고경표)과 나리가 연애를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나리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지 못했던 화신이었다. 뒤늦게 이를 깨달은 화신은 절친 정원과의 사랑 대결에 기꺼이 뛰어들었다. "양다리라도 걸쳐"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셋의 양다리 로맨스는 지질했지만 유쾌하게 그려졌다. 두 남자는 질투로 미쳐갔고 나리 역시 둘 중 누구를 선택해야할지 헷갈려하는 모습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아쉬웠던 부분도 있다. 전체적인 이야기가 양다리 로맨스와 질투인 만큼 이화신과 고정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나리의 모습이 루즈하게 그려지기도 했다. 특히 "셋이서 같이 살자"고 말하는 나리와 이에 수긍하는 두 남자의 모습은 현재 시청자들에게 어색한 그림이었을 터. 시청률도 이를 증명하듯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특정 시청률에 머물러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숙향은 원래 풀어가고자 했던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갔고, 끝까지 봐 온 시청자들은 모두 만족할 만한 달콤한 마침표를 찍었다.
또 두 사람의 로맨스 이외에도 빨강이(문가영)를 둘러 싼 두 엄마(이미숙, 박지영)의 삼각관계, 빨강이와 표치열(김정현)-오대구(안우연)의 18세 로맨스, 김락과 계성숙(이미숙)-방자영(박지영)의 중년 로맨스, 그리고 아나운서, 기자, 기상캐스터라는 직업의 세계까지 유쾌하게 버무려내며 24부작을 지루하지 않게 끌어갔다.
뜨거웠던 여름부터 찬바람이 부는 초겨울까지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짠하게 시청자들 곁에서 함께 성장했던 '신나리(화신-나리)'커플. 오랜시간 함께한 만큼 당분간 떠나보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SBS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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