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이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를 했다. 넥센의 한 시즌을 마무리하려는 자리인 줄 알았던 곳은 돌연 염경엽 감독의 지난 4년을 정리하는 자리가 됐다.
넥센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5로 패배했다. 이로써 넥센은 준플레이오프 성적 1승 3패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 염경엽 감독은 인터뷰실에 들어와, 작심한 듯 핸드폰을 꺼내 준비한 글을 읽어내려갔다. 염경염 감독은 "마지막 날은 할 말이 없다. 1년 동안 선수들 고생많았다. 감독이 부족해서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구단에게 죄송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먼저 4년 동안 따뜻하고 뜨거운 성원을 보여준 팬들에게 고맙다. 넥센 감독으로서 4년 동안 최선을 다해서 우승하고 싶었다. 역량이 부족해서 구단과 팬들에게 우승을 못 이루게 해줘서 죄송하다. 개인적으로 2014년에 우승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 가장 아쉽다"고 얘기했다.
넥센은 2014년 정규시즌에서 2위를 기록,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LG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삼성을 상대로 2승4패를 거두고 창단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염 감독은 "2014년 도전이 실패로 개인한테는 아쉽기도 하고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구단과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염 감독은 "실패의 책임은 감독인 나한테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을 지어야 할 것 같다"며 "물러날 생각을 하고 있다. 넥센에 있는 동안 내 야구 인생에 많은 것을 얻었고, 많은 경험을 했다. 선수들과 함께 해서 행복했고, 함께 성장하면서 많은 것을 이뤘다고 생각한다"면서 "프로 세계에 영원한 것은 없다. 스쳐가는 인연인데, 감독과 선수들 간 좋은 인연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올시즌 초반 넥센은 많은 선수들의 전력 이탈로 하위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그러나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 신재영의 등장, 4번타자로 자리를 잡은 윤석민, 풀타임 2년차에도 활약을 이어간 김하성, 돌아온 앤디 밴헤켄 등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정규시즌을 3위로 마감했다. 이미 넥센의 2016시즌은 기적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기적으로 만들어낸 포스트시즌 진출, 준비와 마무리는 그리 완벽하다고 할 수 없었다. LG를 꺾지 못해서가, 플레이오프 진출을 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구단 내외부에서는 염경엽 감독이 팀을 떠날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고 알려진다. 그렇다면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둔 올 시즌이 모두 마무리된 뒤 천천히 그리고 아름답게 관계를 정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포스트시즌 탈락과 동시 자신의 입으로 직접 사퇴 의사를 밝혔다. 시즌이 끝나는 날 준비한 듯 본인이 사퇴를 발표한 전례는 없었다. 염경염 감독은 "잡음 없이 떠나고 싶다"면서 스스로 한시빨리 감독직을 내려놓는 쪽을 선택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조은혜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