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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캐스트] '선수탓' 슈틸리케, 지난 2년을 부정하다

기사입력 2016.10.12 08:36 / 기사수정 2016.10.12 14:30

조용운기자 기자


[엑스포츠뉴스 테헤란(이란), 조용운 기자] 이란 원정은 쉽지 않다. 사실 패배도 각오해야 하는 경기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슈틸리케호가 결과와 신뢰, 값진 시간까지 이란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에서 이란에 0-1로 패했다. 최근의 상대전적 열세와 42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원정 무승의 악몽을 끊겠다고 나선 원정길이었다. 

시작부터 시끄러웠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 들어 대표팀이 흔들리자 본인이 더 크게 휘청댔다. 이해가지 않는 용병술과 하락한 경기력을 지적하자 오히려 "지지 않고 있는 팀에게 너무 많은 비판을 한다"는 말이나 "이런 식이면 우리는 이란에 가면 안 될 것 같다"는 등의 감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렇게 떠난 이란 원정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이 큰 목소리를 냈던 이유를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했다. 비판을 피하고 지지를 얻으려면 내용과 결과 둘 중에 하나라도 잡았어야 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을 상대로 어떤 것을 준비했는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란에 도착해 이틀 가량 비공개 훈련을 했지만 경기 안에서 숨겨가면서 연습한 것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다.

선수도 의아해했다. 분명히 훈련 때는 측면을 활용하는데 중점을 뒀는데 정작 볼은 중앙에서 돌았다. 볼이 연결되지 않으니 받으러 내려간 손흥민에게 침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손흥민은 이해하지 못한 듯 조금 큰 제스쳐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나고 슈틸리케 감독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이란전 부진의 책임을 오로지 한국 축구에 돌렸다. 그는 "여러 감독과 선수들이 이곳에 왔는데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는 것은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세운 방안이 "유소년 단계부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A대표팀 감독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다. 



다음은 더 아연실색케 했다. 그는 "슈팅과 크로스, 패스 모두 좋지 못했다. 카타르의 세바스티안 소리아와 같은 공격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타국의 공격수와 비교하며 경기에 나선 대표 선수들을 비판했다. 

귀를 의심했다. 사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 호날두와 같은 슈퍼스타가 아닌 자국에서 밀려나 카타르로 귀화한 소리아 정도의 이름을 거론한 것이 믿기지 않았다. 한국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서 뛰는 손흥민, 터키에서 활약하는 석현준, K리그 득점왕 출신의 김신욱 등이 버티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들이 소리아보다 못하다고 한 것이다. 

이는 곧 대표팀 감독으로 보낸 2년 이상의 시간을 스스로 부정한 꼴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뒤 수많은 K리그와 일본, 중국, 유럽리그서 뛰는 선수들을 확인했다. 그 기간 대표팀을 스쳐간 공격수는 상당했고 거르고 걸러 이란 원정에 포함했다. 그럼에도 아직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수를 찾지 못했고 활용법도 제대로 찾지 못한 것은 본인의 문제를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불필요한 말로 선수들의 사기를 꺾었다. 손흥민은 "굳이 다른 선수의 이름을 거론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말을 했고 기성용도 "아마도 공격수들의 사기가 많이 꺾였을 것"이라고 말하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puyol@xportsnews.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조용운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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