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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Talk!] 조재진, '스타들의 무덤'에서 살아남을까?

기사입력 2007.12.28 20:28 / 기사수정 2007.12.28 20:28

편집부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조재진이 선택한 뉴캐슬, 그의 생존 가능성은?

조재진의 해외진출은 결국 프리미어리그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풀럼, 웨스트 햄 등 몇몇 클럽의 이름이 거론되었지만 일단 조재진의 선택은 뉴캐슬행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조재진의 에이전트사인 IFA는 그가 뉴캐슬 입단을 위해 영국으로 떠났다고 밝혔고, 이제 조재진의 뉴캐슬행은 시간문제인 듯하다.

조재진이 뉴캐슬 유니폼을 입게 된다면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이동국에 이어 다섯 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탄생하게 된다. 이동국, 이천수가 K리그에서 유럽무대로 직행했듯 조재진 역시 J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남다르다. 그러나 그의 뉴캐슬행을 바라보는 팬들은 무언지 모를 불안감을 지울 수 없어하는 분위기다. 과연, 그 불안감의 정체는 무엇일까?

'압박 없는' J리그 스트라이커, 거친 EPL서 살아남을까?

국내 팬들에게 조재진은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중앙 공격수 중 하나다. 2000년 수원에서 데뷔한 조재진은 광주 상무에 입단하기 전까지 2년 동안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광주에서 주전을 꿰차며 31경기를 뛰었지만 그가 넣은 골은 단 세 골. K리그에서 조재진은 확실히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J리그의 시미즈 에스펄스에서 뛰기 시작하며 조재진은 달라졌다. 이적 첫 해인 2004년 조재진은 14경기에서 8골 5어시스트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조재진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세 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을 기록했으며, 모두 79경기에서 34골을 넣어 '골잡이'로서 명성을 날렸다.

이러한 기록의 차이가 개인 기량의 성장 때문인지, 리그 환경의 차이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확실한 것은 조재진이 J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시기에도 대표팀에만 오면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조재진은 신장이 좋은 유럽 수비수 앞에서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고, 시원스러운 골도 많이 만들지 못했다. 조재진의 대표팀 성적은 29경기 8골. 중앙 공격수로서 결코 많은 골이 아니다.

따라서 조재진의 J리그 기록은 '압박이 거의 없는' J리그의 특성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국내 팬 다수의 생각이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는 몸싸움과 강한 압박을 특징으로 하는 리그인 만큼, 조재진이 이를 잘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스타들의 무덤' 뉴캐슬, 조재진도 덮칠까?

무언지 모를 불안감을 주는 또 하나의 이유는 조재진의 행선지가 '하필이면' 뉴캐슬이기 때문이다.

뉴캐슬은 FA컵을 여섯 번이나 차지하고 잉글랜드 1부리그(프리미어리그 창립 전)에서 네 차례 우승을 한 바 있는 전통의 명가다. 그러나 최근 뉴캐슬의 행보는 '명가'라는 수식어에 걸맞지 않은 갈지자 행보이며, 뉴캐슬 소속 선수들의 운명도 기구하기 짝이 없다.

뉴캐슬이 '명문'이란 수식어를 갖고는 있지만, 뉴캐슬은 오랫동안 우승컵과 인연이 없었다. 리그 우승은 1927년이 마지막이었고, 마지막 FA컵 우승도 195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에 차지한 우승컵은 인터토토컵 우승컵이 유일하다. 항상 이름있는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미스테리'한 팀이 바로 뉴캐슬이다.

뉴캐슬 선수들의 운명도 기구하기 짝이 없다. 현재 뉴캐슬의 간판스타라 할 수 있는 마이클 오웬은 2005년 입단 이후 24경기밖에 뛰지 못했는데, 이는 그가 대표팀 경기에 나가기만 하면 장기부상 진단서를 끊어왔기 때문이다. 950만 파운드라는 거액에 영입한 알베르 루케는 뉴캐슬 입단 후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주다 지난여름 아약스로 이적했다. 첼시에서 뉴캐슬로 이적한 데미언 더프는 선수생명을 위협할 만큼 큰 발목 부상을 당했다 가까스로 복귀에 성공했다.

볼튼의 르네상스를 이끌며 몸값이 오른 샘 앨러다이스 감독도 '뉴캐슬 악몽'의 피해자다. 지난 5월 볼튼을 떠나 뉴캐슬의 지휘봉을 잡은 앨러다이스 감독은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7승 5무 7패라는 저조한 성적을 보여 경질설에 휘말려있는 상태. 이처럼 선수, 감독을 가리지 않고 덮쳐오는 '뉴캐슬 악몽'은 조재진의 잉글랜드 진출을 걱정스럽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다.

넘쳐나는 공격수 자원, 주전 확보 가능성은?

조재진의 해외진출 소식이 들려오면서 거론된 팀은 웨스트 햄, 풀럼, 찰튼 등이었다. 찰튼은 지난 시즌 챔피언십으로 강등된 팀이었고, 풀럼과 웨스트 햄은 이번 시즌 하위권에 처져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국내 팬들은 오히려 '주전 확보가 쉽다'는 이유로 이들 팀의 관심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잉글랜드 대신 벨기에나 네덜란드행을 추천하는 팬들도 있었다.

이와 같은 반응은 이동국(미들즈브러)의 적응 실패로 인한 걱정으로 해석된다. 이동국이 입단한 미들즈브러 역시 상위권 팀은 아니었지만 비두카, 야쿠부와 같은 정상급 주전 스트라이커가 건재한 상황이었고, 이 틈바구니에서 이동국이 충분한 출전시간을 보장받기 힘들었던 것. 이와 같은 경험을 통해 국내 팬들은 조재진이 하위권 팀에서 많은 기회를 부여받으며 서서히 적응하는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뉴캐슬은 이러한 기대와 배치되는 팀이다. 뉴캐슬은 현재 11위로 중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공격수 자원이 지나치게 풍부한 팀이다. 마이클 오웬, 마르틴즈 외에도 아메오비, 비두카 등 쟁쟁한 스트라이커들이 건재하며, 앨런 스미스와 같은 선수가 미드필더로 밀려난 상황이다. 상식적으로 스트라이커를 추가로 영입할 필요가 없는 팀이다.

뉴캐슬이 조재진의 영입에 나선 것은 한국시장을 공략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일 가능성이 크다.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기에 실패하더라도 큰 부담이 없는 것도 주요한 이유로 지목된다. 최악의 경우 조재진은 오웬의 부상 공백과 마르틴즈의 네이션스컵 공백을 잠시 메운 후 다른 팀으로 이적될 수도 있다.

팬들의 걱정을 '기우'로 바꿔주길

조재진은 독일 월드컵을 계기로 많은 유럽 스카우트의 주목을 받았다. 많은 유럽 클럽 관계자들이 조재진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고, 그의 계약만료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깜짝 영입'식으로 진행된 이동국의 미들즈브러행보다는 한층 긍정적이라 판단되는 부분이다.

분명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을 '기우'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조재진의 노력뿐이다. 5호 코리안 프리미어리거 조재진이 세인트 제임스 파크의 수많은 팬 앞에서 '황새 세레머니'를 하는 흐뭇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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