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테헤란(이란), 조용운 기자] 젊고 새로워진 이란의 키워드는 '유럽파'다. 과거 2~3명에 불과했던 이란의 유럽파는 어느새 7명으로 늘었다.
공격진에 다수 유럽파가 포진한 것이 눈에 띄는 변화다. 이란이 자랑하는 핵심 공격수 레자 구차네자드(헤렌벤)는 네덜란드서 뛰고 이란이 기대하는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문(로스토프)은 러시아에서 기량이 성숙해지고 있다. 그 뒤를 알리레자 자칸바크슈(알크마르·네덜란드), 카림 안사리파르드(파니오니오스·그리스)가 대기하고 있다.
한국전을 앞두고 만난 이란 기자들은 유럽파 공격진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가장 빼어난 선수를 꼽아달라면 아즈문의 이름을 단번에 올렸다. 아즈문은 A매치서 유독 강하다. 22세에 불과하지만 벌써 스무차례 이상 A매치를 뛰었고 15골을 뽑아냈다. 한국과 경기에서도 골을 기록했다. 2년 전 친선경기서 오심 논란에 휩싸이긴 했지만 아즈문은 결승골을 넣어 한국을 울렸다.
이란은 이외에도 잘 알려진 마수드 쇼자에이(파니오니오스·그리스)와 사에드 에자톨라히(로스토프·러시아), 밀라드 모함마디(테렉 그로즈니·러시아) 등 전 포지션에 걸쳐 유럽 진출이 활발해졌다. 늘어난 유럽파에 자신감이 붙을 만하다.
유럽파라면 한국도 밀리지 않는다. 양과 질에서 이란을 모두 압도한다. 이란은 유럽 중소리그에 많이 포진되어 있지만 한국은 잉글랜드와 독일, 터키 등 빅리그로 구성되어 있다. 유럽파에서는 단연 한수위다.
확실한 질적 차이를 보여줄 이는 손흥민이다. 이란의 유럽파와 명성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이란에서도 손흥민이 나타나면 사진과 사인을 요구할 만큼 월드스타가 됐다. 이란은 지금껏 봐왔던 것과 전혀 다른 손흥민을 상대해야 하다. 지금의 손흥민은 유럽 통틀어 최고의 기세를 뿜어내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9월과 관련한 모든 상을 싹쓸이했다. 여러 평가마다 단연 1위다. 폭발하는 그의 결정력은 상대와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 카타르전에서는 자신에게 찾아온 한 번의 기회를 골로 연결하며 월드클래스의 면모를 과시했다.
손흥민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면서 이란 원정 첫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그동안 이란 원정에서 이영무, 박지성 외에 득점을 기록한 선수가 없는 한국은 손흥민이 세 번째 영웅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팀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이제는 이란을 넘을 때가 됐다. 손흥민은 아직 이란을 이겨보지 못했다. 홈과 원정 모두 눈물을 흘려야 했다. 아직 덜 여물었을 때 이란을 향해 "피눈물을 흘리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 사과를 하기도 했다. 지금은 다르다. 실력은 물론 심적으로도 성숙해졌다. 이제 쉽사리 도발하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자신감을 보인다.
"이란 원정 첫승을 장식하고 싶다. 지려고 이곳에 오지 않았다." 손흥민이 이란전을 준비하면서 건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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