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7-0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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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1번타자' 박건우, 8년 만에 잡아낸 꿈

기사입력 2016.10.08 06:00 / 기사수정 2016.10.08 02:49

이종서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종서 기자] "두산 베어스에서 1번타자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프로 데뷔 8년 차 박건우(26,두산)가 잠재력을 만개하고 자신의 꿈을 이뤘다.

두산은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지만, 올 시즌 성적은 장담할 수 없었다. 팀의 중심타선에서 141경기에 나와 타율 3할2푼6리 28홈런 121타점을 기록한 김현수(볼티모어)가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하면서 외야와 타선에 큰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려와 달리 두산은 올 시즌 한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일찌감치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지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냈고, 시즌 92승을 기록하면서 한 시즌 최다승 기록까지 갱신했다. 그리고 두산 질주의 중심에는 올 시즌 131경기 나와 타율 3할3푼5리 20홈런 17도루 81타점을 기록하며 김현수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친 박건우가 있었다.

스스로도 놀란 시즌이다. 박건우는 "나도 이정도까지 할 줄을 몰랐다. 타율 2할8푼에 100안타, 70타점, 홈런과 도루 두자릿수 정도를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고 웃어보였다.

김현수의 빈 자리를 잘 채웠다는 말에 그는 "(김)현수형이 한 시즌을 잘해서 '역시 김현수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아니다. 꾸준하게 잘했다. 나는 아직 한 시즌이다. 더 잘해야 한다"며 겸손한 대답을 하며 "최근에도 슬럼프에 빠졌는데, 빨리 빠져나오기 위해서 많이 연구해야될 것 같다"고 다음을 준비했다.

개막부터 9월까지 월간 타율 3할을 놓치지 않으면서 꾸준한 모습을 보였지만, 박건우에게도 고통이 있었다. 시즌 초반 펜스에 부딪혀 오른쪽 무릎이 다쳤고, 중반에는 옆구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박건우는 독기로 버텼다. 오랜 시간 자신이 꿈꿔왔던 순간이 점차 현실로 돼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건우는 "정말 아프고 힘들 때는 쉬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런데 7년 동안 준비했는데, 아쉬웠다. 그동안 두산에서 1번 타자를 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는데, 조금 아프다고 빠진다는 것은 안일한 것 같았다"며 "내가 빠지면 다른 사람이 채울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했다. 정말 못 뛰고 팀에 도움이 안될 때는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판단하고 뺄테니 그 전까지는 경기에 나서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심한 고통이 있었지만, 그는 '긍정의 힘'을 보였다.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생각대로 됐다. 또 오히려 옆구리가 아파서 스윙이 짧게 나와서 더 잘된 부분이 있었다"고 웃어보였다. 결국 박건우는 특별한 결장없이 옆구리 부상을 회복할 수 있었다.



부상에도 빠지지 않았던 절박함은 평소 박건우의 모습에도 나타난다. 경기 전 더그아웃과 그라운드를 보면 종종 팀 동료들과 이것저것 물어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박건우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는 "팀에 나보다 못하는 사람이 없다. 사실 물어보면 답을 얻기보다는 지금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형들도 나와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마음이 편해진다"고 밝혔다. 

야구가 잘되면서 '철'도 들었다. 박건우는 "입단하고 친구들은 잘 나가고 있고, 무릎도 안좋고 2군에 있었다. 부모님께 너무 죄송했다"고 운을 뗀 그는 "올해 좋은 성적이 나면서 부모님께서 내가 잘하는 영상을 하루종일 보고 계신다. 그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미소지었다.

박건우는 정규시즌 마지막 홈경기였던 4일 롯데전에서 부모님을 야구장을 초대했다. 그는 "어머니와 이모는 같이 오신 적이 있는데, 아버지는 처음이다. 그동안 내가 야구하는 모습을 보면 떨린다고 하셨는데, 올 시즌 이렇게 잘해왔다는 것을 직접 보여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 초대했다"고 말했다.

부모님께 "못해도 편하게 보세요"라고 부모님께 당부한 박건우는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1번 타자'로 나와 첫 타석 2루타를 쳤다. 한층 성장한 아들의 모습을 부모님께 관중의 환호 소리와 함께 선사하는 순간이었다.

bellstop@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이종서 기자 bellstop@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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