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두 번의 월드컵에 참가한 감독이 나올 수 있을까.
홍명보 감독이 이 엄청난 업적을 이룰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7일 홍명보 감독이 차기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됐다고 전했다. 올해 초 위르겐 클린스만 전임 감독이 경질된 이후 약 5개월 동안 후임자 찾기 작업을 진행한 대한축구협회는 끝내 홍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 2014년 여름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났던 홍 감독은 10년 만에 다시 대표팀을 지도하게 됐다.
대표팀은 포스트 클린스만 인양 작업을 위해 3월과 6월 두 번의 A매치를 황선홍과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를 정도로 새 감독 찾기에 공을 들였다. 기존에는 해외 감독들이 유력 후보로 언급됐으나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은 한국인 지도자 홍명보였다.
홍 감독 선임 소식에 일각에서는 적잖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비록 최근 울산HD에서 K리그 2연패를 달성하면서 명예회복에 성공했으나, 홍 감독이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 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점 등 과거 행적을 두고 우려를 표하는 것이다. 브라질 월드컵 당시 홍 감독은 벨기에, 알제리, 러시아와 묶인 조에서 1무 2패를 거두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바 있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PSG) 등 지금 유럽파 선수들의 기량이나 소속팀이 10년 전 홍 감독이 감독을 할 때, 20여년 전 2002 월드컵을 뛸 때와 차원 다른 상황에서 리더십이 제대로 나오겠댜는 우려 역시 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 상황을 살펴보면 홍명보 감독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클린스만 사단과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지불한 막대한 위약금과 천안축구센터 건립 비용 때문에 재정난을 겪고 있던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새 사령탑을 구하는 데 지출할 예산을 큰 폭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고, 재정 문제는 결국 후보군 리스트에도 영향을 줬다. 대한축구협회는 축소된 후보 리스트를 들고 새 감독 선임 작업을 시작한 셈이었다.
대한축구협회가 국내파 감독을 우선시한 가운데, 울산에서 K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으로 거듭난 홍명보 감독이 최우선 후보에 오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홍 감독은 후보 명단에 오르내리는 와중에도 꾸준히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고사했으나 결국 9월 A매치를 두 달여 앞두고 제안을 수락했다.
'국가대표팀 사령탑' 홍명보 감독의 두 번째 국가대표팀 데뷔전은 오는 9월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팔레스타인과의 홈 경기를 시작으로 9월부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최종예선에 돌입한다. 지난 2013년 브라질 월드컵을 약 1년 앞두고 대표팀에 부임했던 홍 감독은 이번에는 북중미 월드컵 개최 2년 앞서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최종 예선에서 중동 국가들과 같은 조에 묶이며 무난하면서도 어려운 조에 편성된 가운데, 한국이 중동의 모래폭풍을 잠재우고 3차예선을 통과해 월드컵 11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뤄낸다면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두 번의 월드컵에 참가하는 감독이 될 수 있다.
감독대행까지 포함하면 대표팀 지휘봉을 2회 이상 잡은 지도자들은 존재했지만, 월드컵에 두 번 참가한 감독은 대표팀 역사상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
한국은 첫 출전했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의 김용식 감독을 필두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김정남 감독,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회택 감독, 1994년 미국 월드컵 김호 감독,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차범근 감독, 2002년 한일 월드컵 거스 히딩크 감독, 2006년 독일 월드컵 딕 아드보카트 감독, 2010년 남아공 월드컵 허정무 감독, 2014년 브라질 월드컵 홍명보 감독,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신태용 감독, 2022년 카타르 월드컵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이들 모두 월드컵 직후 대표팀을 떠났다. 그러다보니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월드컵에 두 번이상 나선 감독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최장 기간 대표팀 감독직을 지냈던 파울루 벤투 감독조차 따내지 못했던 타이틀을 홍명보 감독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대표팀이 올해 9월과 10월, 11월에 연속해서 치러지는 3차예선 경기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둔다면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이 가까워진다.
물론 '설레발'은 금지다. 2023 아시안컵을 통해 중동 국가들의 경쟁력을 확인한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대표팀은 최근 벌어진 2024 파리 올림픽 본선행 실패를 되새김질하며 9월 3차예선 첫 두 경기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