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종서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이승엽(40)이 마침내 한·일 통산 600홈런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이승엽은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팀간 16차전 맞대결에서 5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2회말 첫 타석에서 홈런을 날렸다. 이승엽의 한·일 통산 600번째 홈런.
600홈런은 메이저리그에서 8명(배리 본즈, 행크 아론, 베이브 루스, 알렉스 로드리게스, 윌리 메이스, 켄 그리피 주니어, 짐 토미, 새미 소사) 밖에 달성하지 못했고, 일본 야구에서도 오 사다하루, 노무라 가쓰야 만이 기록한 대기록이다. 삼성 구단은 595홈런부터 홈런공 습득자에게 선물을 제공하는 등 이승엽의 홈런 여정에 재미를 더했다.
▲ '내가 잡을거야!' 욕심 앞섰던 어린이팬
삼성은 600홈런 습득자에게 최신 휴대폰, 2017년 시즌권 2매, 이승엽 친필 사인배트, 시구자로 나설 수 있는 기회 등 다양한 선물을 내걸었다. 비록 안전상 이유로 지난 2003년 한 시즌 아시아 홈런 신기록 도전 당시 보였던 잠자리채는 없어졌지만, 이승엽의 타구가 외야로 뜰 때마다 많은 야구팬들은 자신에게 공이 오기를 바라며 손을 뻗었다.
결국 일어나서는 안될 일도 벌어졌다. 4일 잠실 두산전. 이승엽의 600홈런까지 2개 남은 상황. 이승엽은 0-3으로 지고 있던 4회 1사 1루 상황에서 우중간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홈런이 예상되는 상황. 그러나 담장을 넘어가기에는 힘이 조금 부족했다. 공은 외야 상단 펜스쪽으로 떨어지는 듯했다. 그 순간 한 어린이 팬이 글러브로 공을 낚아챘다.
홈런은 어려울 듯 했지만, 타점은 올릴 수도 있던 상황. 그러나 결국 타구는 인정 2루타 처리되면서 이승엽의 타점은 불발됐다.
▲ 이대형·나성범, 넝굴 째 굴러온 복
외야를 넘어갔던 공이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오면서 관중이 아닌 선수가 경품을 받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승엽은 19일 수원 kt전에서 597호 홈런을 때렸다. 좌중간 담장을 넘었던 공은 관중석을 맞고 그라운드로 떨어졌고, kt 중견수 이대형이 이 공을 잡아 3루에 전달했다. 결국 597호 경품은 이대형의 몫이 됐다.
599호 홈런의 주인공도 선수가 됐다. 10일 대구 NC전에서 이승엽은 우측 담장으로 타구를 보냈다. 이번에도 우측 담장을 넘어간 뒤 관중석에 맞고 공이 다시 그라운드로 들어왔다. NC 우익수 나성범은 공을 잡았고, 삼성 쪽에 공을 보냈다. 나성범 역시 삼성의 경품을 받게 됐다. 나성범은 "공이 안으로 들어와서 돌려드리는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이승엽 선배의 599호 축하드리고 계속 대기록을 이어가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반면 관중에게 행운을 넘겨준(?) 선수도 있었다. 18일 수원 kt전에서 이승엽은 우월 홈런으로 596번째 아치를 그렸다. 관중석을 강타한 공은 다시 그라운드로 들어왔고, 우익수 유한준이 공을 잡았다. 그러나 유한준은 공을 달라고 하는 관중들에게 '쿨하게' 공을 던져줬고, 결국 경품은 관중에게 돌아갔다.
▲ '조심하세요!' 삼성 외야 입장객 줄인 사연
이승엽은 지난 10일 대구 NC전에서 599호 홈런을 날렸다. 삼성이 NC-한화로 이어지는 홈 4연전을 치르는 첫날 홈런이 나온 만큼 이승엽의 홈런도 라이온즈파크에서 나올 확률이 높아졌다. 많은 팬들이 이승엽의 '홈런 존'인 우측 외야석에 몰리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내야석에서 외야석 출입이 가능한만큼 삼성은 안전 사고에 대비해 2900석이었던 외야석은 2000석으로 줄였다. 실제 이승엽 타석 때마다 많은 내야 관중들은 내야에서 외야로 이동을 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에 바삐 움직였던 사람들의 바람과는 달리 공을 잡은 '행운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외야석에 앉았던 관중이 됐다.
▲ '선물이기는 한데…' 갤럭시노트7의 딜레마
599호 홈런과 600호 홈런에는 최신형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7이 경품으로 걸려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최근 갤럭시노트7이 폭발했다는 소식이 이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삼성도 전량 리콜을 발표했다.
삼성 구단도 기존의 계획을 변경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당초 구단은 홈런공을 잡은 사람에게 곧바로 공기기를 지급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기계에 문제가 생긴만큼, 일단 교환권을 준 뒤 추후 교환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 '꿈을 준 이승엽' 600호 홈런이 다시 이은 인연
14일. 대망의 이승엽의 600호 홈런이 나왔다. 이승엽의 홈런공은 전날에 이어 이날 외야석에서 있던 양기동(48)씨가 잡았다. 양기동 씨는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중학생 아들을 두고 있는 한 가정의 아버지였다.
공교롭게도 양기동 씨의 아들 양은찬 군은 이승엽과 이전에 한 차례 만난 경험이 있었다. 양은찬 군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이승엽은 재능 기부 일일 교사로 양 군의 학교에 방문했다. 양은찬 군은 이승엽에게 수비 자세, 타격 자세 등을 지도받았다. 양 군은 이승엽과의 인연이 계기로 '홈런 타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게 됐다.
양기동 씨는 공 기증 여부에 대해서는 "일단 가족끼리 회의를 통해서 좋은 방향으로 하겠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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