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23일 늦은 밤. 각종 야구 관련 사이트에 난리가 났다. '로저스가 팔꿈치 수술을 한다'는 소문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의 경우 보통은 '지인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헛소문이거나 뜬구름을 잡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이날은 증거(?)가 확실했다. 여러명의 야구팬들이 자신의 SNS에 로저스와 직접 대화를 나눈 글을 캡쳐해 올렸다. 선수 본인이 '수술을 하는게 사실이다'라고 밝힌 이상, 그 모든게 진실이거나 아니면 선수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말고는 경우의 수가 없었다.
한화 구단도 이날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아연실색 했다. 구단 윗선에서 진행하고 있었던 로저스 관련 일이 공식화 된 만큼 대책이 필요했다. 그리고 정오 무렵 웨이버 공시를 발표하게 된다.
◆ '어린애도 아니고…'
로저스는 늘 SNS가 문제였다. SNS는 개인의 자유 행위다. 최근 젊은 세대 가운데 SNS를 일체 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SNS를 통한 자기 PR과 일상, 의견 공유는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구단에서는 선수들의 SNS 사용에 어느 정도 주의는 주는 편이다. 왜냐면 그간 SNS를 통해 논란을 일으킨 많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용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름이 알려진 프로 선수인만큼 '조심해서 사용하라'는 당부는 한다.
외국인 선수들도 SNS를 자주 활용한다. 로저스 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 가운데 몇몇 선수들이 활발하게 사진을 올리고 친한 선수들과 안부를 주고받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로저스의 SNS는 늘 '핫이슈'였다.
처음 시작은 지난 시즌 말미. 로저스가 워낙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고, 한화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남은 것은 로저스와의 재계약 여부. 한화팬들이 로저스가 남아주길 바라는 상황에서 로저스는 자신의 SNS에 팬들의 사진을 올리고 '그리울거야'처럼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늬앙스의 글을 남겼다. 당시에는 재계약이 확정되지 않았던 시점이라 그런 내용의 글을 올릴 수 있다고 쳐도 논란의 여지를 심어줬다.
그리고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감독과의 '불화설'까지 만들었던 염색 사건도 SNS가 발단이었다. 로저스는 휴식 기간이 끝난 후 캠프에 합류할때 머리를 노랗게 물들여 '브로콜리' 같은 헤어스타일을 했다. 헤어스타일과 관련해 김성근 감독에게 가벼운 지적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또 개인의 차림새와 관련해서는 한국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정서에서 자라온 외국인의 시선에서 작은 지적도 이해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하지만 로저스는 SNS에 오해를 눈덩이처럼 키우는 글을 남겼었다.
이후 로저스는 SNS 계정을 팔로워들만 볼 수 있게 '비공개'로 전환했지만, 이미 볼 사람은 다 볼 수 있는 상황. 그 후로도 로저스는 재활 과정이나 복귀 계획 등을 SNS를 통해 구단이 미처 밝히기 전에 알렸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선수의 수술 소식, 그것도 로저스처럼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선수가 구단의 어떤 공식 언급도 없는 상황에서 SNS로 자신의 시즌 아웃 소식을 알리는 것은 성숙치 않은 자세다. 외국인이라서의 문화 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1985년생인 그는 한국 나이로 32살이자 아들이 있는 아버지다. 팀 성적에 직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신의 위치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는 분명 경솔한 행동이다. 덕분에 구단은 난감해졌다.
또 타 팀에 있는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이미 약 일주일전에 자신의 수술 소식과 계획을 알렸다. 로저스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외국인 선수들은 또 자신들이 친하게 지내는 다른 이들에게 그 소식을 옮겼다. 이미 며칠전에는 타 구단 관계자들이 되려 "로저스가 수술을 한다던데?"라고 묻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로저스는 한바탕 난리를 치른 후에도 현재의 소동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팔꿈치가 아프니 수술을 받아야하고,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 자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게 전혀 없다는 생각일 수도 있다.
로저스의 이번 SNS 파문을 들은 야구인들의 반응은 프런트, 원로, 언론사 할 것 없이 똑같았다. "어린애도 아니고…."
◆ 할 만큼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로저스가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그가 가족을, 특히 자신을 위해 평생을 고생한 어머니에 대한 끔찍한 효심을 가지고 있었다. 동료들과도 잘 지내는 편이었다. 장난을 많이 치며 스스럼 없이 지내고, 특히 2군에서 재활을 할 때에는 연봉이 적은 어린 선수들에게 늘 식사 비용을 자비로 지불했다. "미국에서도 빅리거가 마이너리그에 내려가면 선수들에게 밥을 산다. 나는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할 뿐"이라며 겸손한 면도 있었다. 오며가며 자주 얼굴을 익힌 관계자들에게도 친근하게 인사를 건내는 정(情)도 있었다. 최근 KBO리그에 동향인 도미니카 출신 선수들이 늘어난 것을 무척 기뻐했으며 은근히 눈물이 많은 섬세한 성격이기도 했다.
그래서 구단도 로저스가 심리적으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가족이며, 친구며 함께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이 했다. 로저스는 어디를 가더라도 이들을 대동했고, 2군에서 등판을 할때는 가족들과 렌트카를 이용해 따로 지냈다. 물론 길라잡이가 되야했던 통역 직원의 고생도 있었다.
로저스는 이미 며칠전 가족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며 사실상 신변 정리를 했다. 일주일전에는 (또) 자신의 SNS에 라커룸을 찍은 사진을 개시하며 '그리울 거야'라는 글을 올렸다. 훗날 그가 팔꿈치 수술을 잘받고 다시 KBO에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뒷모습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NYR@xportsnews.com
'수술·방출' 로저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①편]
지나친 솔직? 로저스, 발단은 늘 SNS였다 [②편]
로저스 팔꿈치, 2015년의 후유증일까? [③편]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