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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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전 교훈, 압박은 풀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XP분석]

기사입력 2016.06.02 05:55 / 기사수정 2016.06.02 03:13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흔히 하는 착각이 하나 있다. 축구에서 압박이라 하면 능동적인 부분만 생각한다. 헌데 압박은 자신만 하는 것이 아니다. 경기를 하다보면 상대방도 압박을 강하게 걸어온다. 반대로 압박을 받았을 때 해법을 찾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 

한국이 스페인을 상대로 가장 부족했던 것은 탈압박이었다. 한국이 스페인의 강한 압박에 허둥대다 대참사를 당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끈 한국은 1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친선경기서 1-6으로 크게 패했다. 

무기력한 패배였다. 지난해 1월 호주아시안컵 결승전 패배 이후 1년 넘게 이어온 16경기 연속 무패행진이 너무도 허무하게 깨졌다. 전반과 후반 각각 3골씩 상대에 헌납한 한국은 지난 1996년 이란과 아시안컵서 2-6으로 패한 후 20년 만에 A매치서 6골을 실점하는 최악의 결과를 기록했다.

스페인을 만난 한국은 오로지 압박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동안 스페인식 점유율 축구를 대표팀에 이식해온 슈틸리케 감독은 세계에서 가장 지배력이 높은 스페인을 맞아 얼마나 경기를 장악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경기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스페인전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볼을 빼앗긴 시점부터 어떻게 압박하고 다시 볼을 소유하는지 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스페인으로부터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더 가져오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 끝에 대표팀이 전방압박을 해법으로 도출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대표팀은 전반 30분 다비드 실바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기 전까지 준수한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슈틸리케 감독이 강조한대로 원톱 황의조를 비롯해 손흥민, 남태희, 지동원 등 앞선부터 스페인의 빌드업을 흔들기 위해 강하게 프레싱을 걸었다. 상대 뒷선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볼을 가로채는 장면도 심심찮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손흥민, 황의조의 슈팅을 만들어내면서 의미있는 전방압박을 선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한국의 압박을 확인한 스페인은 조금 더 정교해진 패스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갔고 대표팀의 압박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반대로 한국은 수비라인이 내려간 상황서 상대의 강한 압박을 받아야 하는 악조건에 놓였다. 

스페인은 슈틸리케 감독이 그려온 이상향적인 압박 방식을 보여줬다. 대인마크식의 압박이 아닌 볼을 가진 선수 주변을 둘러싸 공간을 없애고 볼이 나갈 루트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한국을 괴롭혔다. 대표팀 선수들 중 스페인의 압박을 벗어날 능력을 갖춘 이는 기성용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백패스로 일관했고 그러다 두 번째 실점과 같은 실수의 빌미가 됐다. 더불어 더이상 뒤로 보낼 수 없는 수비진은 앞으로 뻥뻥 차낼 수밖에 없었다. 볼을 지키는 시간이 줄다보니 한국은 생각대로 공격을 풀어갈 수 없었다.

압박을 하는 것만큼 빠져나오는 것도 중요한데 한국은 기본기에서 스페인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벤치서 지켜본 슈틸리케 감독도 이 문제를 뼈저리게 느꼈다. 스페인전을 마치고 기자회견에 나선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의 기술이 우위였다. 전반 15분까지는 괜찮았는데 이후부터 기술과 패스에서 차이가 나면서 실점하게 됐다"면서 "스페인은 확실히 기술적으로 풀어나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기술이 우수하면 다양한 전술을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우리는 많이 뛰고 희생하는 방법으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개선점과 답답함을 호소했다. 

puyol@xportsnews.com / 사진 ⓒ AFPBBNews=news1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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