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잃어버린 3년을 되찾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은퇴를 선언함과 동시에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현재 시스템으로 개편된 이후 절대강자를 자부했던 맨유가 이토록 긴 시간 우승하지 못했던 적은 없었다.
맨유가 제자리찾기를 다시 시작한다. 명가 부활에 어울리는 선장과 함께한다. 맨유는 27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조제 무리뉴(53) 감독과 기본 3년에 옵션 1년을 더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루이스 판 할(65) 감독을 경질한지 사흘 만에 새로운 사령탑을 맞으면서 다음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참 오래 돌고돌아 무리뉴 감독 체제를 완성했다. 사실 맨유는 그동안 감독 복이 넘치던 구단이다. 구단의 전설적인 인물인 맷 버스비가 장시간 팀을 이끌었고 이후에는 퍼거슨이 27년간 장기집권했다. 여러 감독을 만나고 살펴보지 못해선지 퍼거슨 전 감독이 떠난 이후 맨유는 사령탑에 부침이 컸다.
퍼거슨의 빈자리를 곧바로 메운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퍼거슨이 선택한 후계자'란 평가와 함께 올드 트래포드에 입성했다. 27년 동안 눈부신 영광을 안겨줬던 자의 선택이었던 만큼 맨유는 모예스와 6년의 장기 계약을 맺으며 기대감을 한껏 실었으나 1년도 지나지 않아 동행은 마침표를 찍었다.
이기는 것이 익숙하던 맨유에 모예스는 색다른 고충을 안겼다. 1978년 이후 처음으로 홈에서 웨스트브로미치 알비온에 패했고 뉴캐슬 유나이티드에는 42년 만에 올드 트래포드에서 무너졌다. 2014년 초에는 당시 EPL이 낯설던 스완지 시티에 창단 처음으로 패하기도 했다.
한 번의 선택 실패를 겪은 맨유는 명장 찾기에 돌입했고 아약스(네덜란드), FC바르셀로나(스페인),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 세계 정상급 구단만 골라 맡았던 판 할 감독을 다음 사령탑으로 택했다. 판 할은 맨유에 부임하기 직전 브라질월드컵서 세대교체로 전력이 약해진 네덜란드를 3위로 이끌면서 더욱 큰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판 할 감독은 너무 많은 변화를 시도하려다 제 욕심에 발목이 잡혔다. 선수단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많은 선수를 영입했지만 뜻을 이루기지 못했고 EPL과는 맞지 않는 전술로 경기마다 도마 위에 올랐다. 모예스 시절 보다 더 많은 비판이 줄을 이었지만 맨유는 쉽사리 경질을 택하지 못했다. 명예를 회복할 시간이 길어질수록 맨유의 추락은 가파르게 바뀌면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맨유가 택한 이는 무리뉴다. 퍼거슨이 떠날 시기부터 무리뉴는 하나의 카드로 늘 하마평에 올랐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퍼거슨이 원하지 않는다거나 맨유의 수뇌부가 품기 조금은 까다로운 성격이 걸림돌이라든가 추구하는 색채가 다르다든가 하는 이유가 늘 따라붙었다.
그러는사이 맨유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고 이제는 정상권이라 말하기 무색한 위치까지 내려갔다. 색깔이 어떻든 당장 잃어버린 권위를 되찾기 위해서는 단숨에 선수단을 휘어잡을 카리스마와 경쟁력이 필요했고 무리뉴가 안성맞춤이었다.
FA컵 우승으로 아직은 팀 경쟁력이 있음을 과시하자 구단은 결단을 내렸고 무리뉴와 손을 잡았다. 비록 맨유가 지난 3년간 놓쳤던 우승컵 탈환을 벼르는 처지가 됐지만 무리뉴 부임과 동시에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합류 가능성이 점쳐지고 다비드 데 헤아, 마이클 캐릭 등의 기존 자원이 잔류를 택하면서 퍼거슨 감독 시절의 영광으로 돌아갈 순조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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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