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서울월드컴경기장, 조용운 기자] "데얀이 우리 팀의 진정한 에이스다."
스타는 큰경기에 강하고 가장 필요로 할 때 해결사 본능을 과시한다. 데얀(35)이 위기의 팀을 구하는 선제골로 FC서울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으로 이끌었다.
데얀은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대회 16강 2차전에서 전반 29분 선제골을 터뜨리면서 서울의 역전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1차전을 0-1로 패하고 돌아온 터라 이른 시간에 골이 필요했던 서울은 데얀의 골로 빠르게 균형을 맞춘 뒤 연장 전반 4분 아드리아노와 고요한의 골이 더해지면서 승부차기로 흘렀고 접전 끝에 7-6으로 승리하면서 8강의 기쁨을 누렸다.
데얀의 어깨에 부담이 상당했다. 데얀은 시즌 초반 서울이 막강한 득점쇼를 펼칠 때 중요한 한축을 담당했다. 과거 서울서 뛸 때 보여주던 스코어러의 면모는 30대 중반이 되면서 많이 줄었으나 노련미를 앞세운 이타적인 플레이로 아드리아노의 결정력을 배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데얀의 활약상은 많이 줄었다.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다보니 35세의 데얀이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며 체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물론 박주영과 자주 번갈아 뛰어왔지만 어려움이 있었다.
1차전 우라와 원정서 보여준 데얀의 플레이는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아드리아노와 투톱으로 나서 상대 수비를 흔들어주길 바랐지만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답답한 최용수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데얀을 불러들였을 정도다.
그랬기에 2차전에서도 데얀은 키포인트였다. 2골차 이상의 승리를 위해서는 공격진의 골이 터져야 했고 데얀은 다시 한번 최 감독의 선택을 받게 됐다. 경기 전 데얀의 상태에 대해 "우리 팀의 진정한 에이스는 데얀이다. 스트라이커는 전반에 부진해도 후반에 골을 넣을 수 있다. 최근 들어 체력적인 부담으로 연거푸 원하는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데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인 만큼 본인이 가치를 증명할 것"이라고 믿음을 보냈다.
최 감독의 말 그대로였다. 데얀은 그동안 부진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초반부터 빼어난 활동량으로 서울의 공격을 중심이 돼 이끌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니 기회가 자주 생겼다. 먼저 전반 20분 패스플레이를 통해 문전서 상대 골키퍼와 단독찬스를 잡았다. 순간적으로 골이라 생각됐지만 다급한 상대 수비수의 몸을 던진 수비에 슈팅이 굴절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그래도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꾸준히 공격을 앞선에서 풀어간 데얀은 29분 득점 기회를 골로 연결했다. 아드리아노가 상대 수비수 실수를 틈타 볼을 가로채자 데얀은 문전으로 쇄도했고 패스를 이어받아 가볍게 밀어넣으며 우라와의 골망을 흔들었다.
데얀의 골은 서울에 소중했다. 이 한 골로 8강에 올라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대로 끝나더라도 최소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득점이었기에 값졌다. 데얀의 골로 역전 가능성을 연 서울은 후반에도 공세를 폈고 후반 30분경에는 박주영까지 가세해 아데박 트리오가 10여분 그라운드를 함께 누비기도 했다.
선제골로 제몫을 다한 데얀은 체력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뛴 뒤 후반 35분 박용우와 교체됐다. 벤치로 돌아간 데얀은 코칭스태프, 동료와 강하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동료의 승리를 기다렸고 연장과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대혈투를 밖에서 응원하면서 더할나위 없는 승리를 만끽했다.
puyol@xportsnews.com / 사진=서울월드컵경기장, 박지영 기자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