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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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11명' 매수 논란에도 전주성의 열기는 뜨거웠다

기사입력 2016.05.24 20:51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주, 조용운 기자] "오늘 경기가 참 중요한데…."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아침부터 내리던 빗줄기는 멈췄으나 먹구름은 경기장에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경기 시작 전 적막감이 가득한 경기장에서 만난 전북 현대 구단 직원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한 시즌 농사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으쌰으쌰해도 모자랄 판에 사무국은 긴 한숨과 침묵으로 가득했다. 전날 알려진 스카우트 차씨의 심판 매수 의혹에 연신 사무국의 출입문은 오가는 기자들의 움직임으로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했다. 

부산지검 외사부는 23일 전북의 스카우트가 전직 K리그 심판 A(41)씨와 B(36)씨에게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대가성 금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해 불구속 기소했다. 두 명의 심판은 지난해 경남FC 전 대표이사로부터 뒷돈을 받은 이들로 추가 조사 과정에서 의문 모를 자금 흐름을 확인했고 스카우트 차씨과 연관된 것으로 밝혀졌다. 

전북은 자체조사 결과 개인의 잘못으로 마무리했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더구나 팬들로부터 차씨의 전적인 책임으로 몬 것이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그동안 쌓아올렸던 영광도 싸늘한 의혹의 눈초리를 피하지 못했다. 팬들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면서 전북의 부담은 커져갔다. 당장 안방서 펼쳐지는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팬들의 호응도가 전북의 미래와 직결되기에 더욱 그랬다.

경기가 열리기 전만 해도 걱정대로 흘러갔다. 팬들의 발걸음에도 흥이 나지 않았다. 선수들이 몸을 풀러 나왔을 때 잠시 함성이 커졌지만 전북 특유의 환호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이기려는 의지와 투지를 그라운드 안에서 발휘하면서 전주성이 예전처럼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녹색 물결을 이룬 서포터는 더욱 목소리를 높여 선수들의 이름을 외쳤다. 골에 근접한 상황을 만들 때마다 폭발적인 응원이 더해졌고 전반 29분 레오나르도의 선제골이 터지자 경기장은 떠나갈 듯 응원가가 울려퍼졌다.

팬들은 전반 중반 선발로 뛰는 선수들은 물론 벤치에 있는 선수들까지 일일이 호명하는 응원을 통해 선수들에게 힘이 되어줬다. 전북 관계자도 "서포터가 경기 도중에 모든 선수들의 이름을 콜한 것은 처음"이라고 감사함을 표했다. 

12811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단단한 뿌리가 되어주자 선수들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악착같이 뛴 전북은 레오나르도의 골을 바탕으로 멜버른에 맹공을 퍼부었고 1,2차전 합계 3-2로 경기를 가져가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puyol@xportsnews.com /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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