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지난 2004년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5) 감독은 첼시의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이유는 우승으로 이끌 감독이 아니라는 구단주의 판단이었다.
12년이 흘러 라니에리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첼시의 홈구장을 찾았다. 그리고 당시 자신을 경질했던 구단주를 만났고 챔피언의 대우를 확실하게 받았다.
라니에리 감독은 영국 언론 '이브닝스탠다드'와 가진 인터뷰에서 스탬포드 브릿지 방문에 대해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환대를 받았다"면서 "경기 전에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를 만났다. 그는 내게 '웰컴, 챔피언'이라고 인사를 건넸다"고 웃어보였다.
라니에리 감독은 지난 15일(한국시간) 레스터 시티와 첼시의 올 시즌 최종전을 통해 2000년부터 4년간 자신의 안방이나 다름없던 곳을 다시 찾았다. 과거 첼시를 이끌던 라니에리 감독은 중상위권에 있던 팀을 정상권으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지금은 첼시에 익숙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도 라니에리 감독이 부임했던 초기에는 밟지 못했던 무대다.
그만큼 라니에리 감독이 있던 첼시는 지금의 위상과 달랐다. 대신 그는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게 발판을 확실하게 마련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인수를 택한 뒤 영입해준 아드리안 무투, 데미안 더프, 글렌 존슨, 웨인 브릿지 등을 데리고 첼시를 2003~2004 프리미어리그 준우승,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우승에 실패한 탓인지 곧바로 경질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이후 첼시와 라니에리 감독의 행보는 극과극이었다. 첼시는 승승장구한 반면 라니에리 감독은 파르마와 유벤투스, 인터밀란 등 무너진 팀을 재건하는데 힘을 쏟았다. 지도력은 훌륭했지만 늘 1부리그 우승 언저리서 머물렀다.
어느새 10년의 시간이 흘러 올 시즌 레스터의 지휘봉을 잡으며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온 라니에리 감독은 산전수전 다겪은 실리 축구를 앞세워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우승 경쟁력을 지닌 사령탑으로 급부상했고 리그가 끝나기도 전에 우승을 확정하는 기염을 토했다.
옛 친정팬들은 챔피언 감독으로 돌아온 라니에리 감독에게 큰 박수를 건넸다. 경기 전 첼시 선수들이 도열해 라니에리 감독을 맞았고 홈팬들은 조금은 굴욕적일 수 있는 장면에서도 라니에리 감독에게 큰 박수를 건네며 옛 사령탑을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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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