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대전, 나유리 기자] "넥센이 왜 야구를 잘하는지 여기 와서 알겠더라구요." 적응은 끝났다. 이제 얼마나 자신의 야구를 펼치느냐만 남았다.
채태인(34,넥센)이 올 시즌 처음으로 3안타 경기를 했다. 7일 대전 한화전에서 선발 출장한 그는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진가를 볼 수 있었던 대목은 8회초. 넥센이 5-3으로 앞서는 있지만 쫓기는 상황이었다. 한화가 7회말 홈런 2방으로 뒤쫓아오면서 넥센은 달아나는 점수가 필요했다.
그런데 8회초 기회가 왔다. 선두타자 박정음의 안타가 나왔지만 이택근과 대니돈은 안타를 치지 못했다. 그렇게 2아웃 주자 2루. 채태인은 다다음 차례였다. 그런데 한화 배터리가 김민성 타석에서 고의 4구를 선택했다. 김민성을 거르고 대기 타석에 있는 채태인과의 승부를 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타석에 들어선 채태인은 권혁을 상대로 좌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터트렸다. 이 안타로 권혁을 끌어내렸고, 넥센의 승리가 확정됐다.
최근 3경기에서 안타가 없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좋은 타격을 선보였다. 경기가 끝나고 만난 채태인에게 '감을 좀 잡았느냐'고 묻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감이 너무 안좋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성적이 말해주듯 최근 경기에서 감이 좋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삼진도 많았다. 공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자 채태인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실시한 배팅 훈련때 평소보다 더 많은 공을 쳤다. 여러번의 스윙으로 감을 잡았고, 그 감이 경기에서도 이어진 셈이다.
고의 4구 상황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강력한 클린업 트리오는 삼성에도 있었다. 앞선 타자를 거르고 자신과 승부하는 일은 채태인에게 익숙한 일이었다.
넥센은 이제 6경기를 했고, 페넌트레이스 138경기를 남겨뒀다. 채태인은 "시즌은 길다. 아직 초반"이라고 경계하면서도 넥센의 팀 분위기에는 아주 좋은 점수를 줬다. "이 팀은 져도 분위기가 좋고, 이기면 더 좋다"는게 설명이다.
염경엽 감독이 설정한 올시즌 채태인의 목표는 '전경기 출장'이다. 채태인은 아직까지 전경기에 나섰던 시즌은 없다. 2014년 124경기(4경기 결장)가 가장 가까웠다. 단순히 수치를 채우는 것보다 그만큼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고, 아프지 않고 시즌을 보내길 바라는 기원이 담겨있다.
채태인도 그것을 잘알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태를 보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안아프고 시즌을 치를 수 있을 것 같다. 무릎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그는 "워낙 웨이트나 기본 훈련에 신경을 많이 쓰는 팀이라 나랑 잘맞는다"며 웃었다.
너도나도 경쟁이 붙은 넥센 선수들의 웨이트 트레이닝에 놀라기도 했다. 채태인은 "선수들이 엄청나게 열심히 웨이트를 해서 깜짝 놀랐다. 이지풍 코치님께 '여기 야구 안해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코치님이 '이거 끝나고 하면 된다'며 여유를 보이시더라. 다들 재미있게 즐기면서 야구를 하는 분위기다. 넥센이 야구를 잘하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나도 여기에 와서 알게 됐다. 나랑 잘맞는다"고 말했다.
채태인은 8일 경기부터 지난 8시즌 동안 달았던 등번호 17번을 다시 달고 뛴다. 팀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지만 부담을 느끼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는 "야구는 나혼자 하는게 아니다. 결국은 9명의 타자들이 다같이 잘해야하는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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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